정명섭 작가는 ‘좀비 능력자’라는 별명을 가진 개성파 작가이다. 역사 추리소설, 역사 인문서, 장편 창작동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가로 인정받아왔으나, 그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은 역사좀비물인 <달이 부서진 밤>이다. 이 작품은 가상 역사와 좀비물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그의 개성을 알린 작품이다. 당시 좀비물은 각종 영화와 드라마로 익숙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해, 총이 아닌 칼과 활로 좀비와 싸우는 특이한 추리스릴러를 써냄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했다.
이런 작가가 오락적인 개성을 쏙 뺀, 정통 역사물에 도전한다. 이번에 소개할 <상해임시정부>는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 해를 맞이해, 정명섭 작가가 쓴 ‘역사소설’이다. 이 소설은 대한민국 최초의 정부,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되기까지의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활약과 눈물겨운 투쟁을 그려낸다. 장대한 한국사의 단 몇 줄로 기록되고 기억되는 인물들, 그들의 고통과 고난, 뜨거운 투쟁과 열의를 생생하게 담아낸 <상해임시정부>를 소개한다.
“당신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가 있소?”
“당신이 나한테 물을 질문은 아니군.”
“뭐 이런다고 조선이 과연 빛을 볼 수 있겠소?‘
“그것 역시 당신이 궁금한 건 아닐테고.”
“당신 꿈을 꾸고 있군.”
“꿈을 꾸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는 법이지“
-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대작 소설.
일본의 위협으로 긴박했던 당시 상해임시정부 수립의 전말을 생생하게 재현하다!
1918년 여운형은 중국에서 외교관 협회가 주관하는 파티에 참석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과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뀔 찰스 크레인의 연설을 듣게 된다. 찰스 크레인(미국 대통령 윌슨의 후원자)은 14개조 평화원칙 그 중 민족자결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식민지는 제국주의간의 전쟁이 낳은 비극이고, 이제 강국의 지배와 간섭을 벗어나, 공평하고 자유롭게 운명을 결정지어야 함을 주장한다. 하여, 중국도 파리 만국강화회의에 대표를 파견할 것을 강하게 권유한다. 중국인들은 희망의 함성과 박수를 쏟아내고, 그 한가운데, 여운형은 그의 말속에 ‘중국’이 아닌 ‘조선’을 넣어 상상하며, 내년에 열릴 만국강화회의에 조선 대표를 참가시켜, 일본 지배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고 해방을 쟁취할 것을 꿈꾸게 된다.
그 첫 번째 단계로 여운형은 장덕수, 김철, 선우혁, 조동호, 서병호, 한진교를 모아두고, ‘신한청년당’이라는 젊은 운동가들로 구성된 단체를 창립한다. 그들은 첫 번째 목표로 파리 만국강화회의에 보낼 적합한 인물로 서양언어와 예법에 능통한 김규식을 설득하기로 마음먹는다. 부탁을 받은 김규식은 이를 수락하되 불가능해 보이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회의에 참석하기까지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준비할 것, 또한 조선인들이 일본으로부터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 움직임(훗날의 3.1운동)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일본의 수탈과 강압이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독립할 의지를 보인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청년당의 일원들은 고민에 휩싸이지만, 결국 결연한 의지로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는데...
- 독립을 향한 청년 운동가들의 뜨거운 열망, 그 속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희생
독특한 개성파 작가가 ‘자신’을 빼고, ‘사실’에 주목한, 전통 역사 소설은?
<상해임시정부>는 제목만큼이나 팩트 그대로를 전달하려고 애쓴 역사 소설이다. 소설은 상하이 협회서국에 근무하며 독립운동을 모색하던 여운형이 신한청년당을 조직하고, 김규식을 파리 만국강화회의에 보내 세계만방에 대한민국의 독립의지를 알리는 과정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여러 당원들은 조선, 만주, 일본으로 흩어져 자금을 구하고, 조선 독립의 의지를 피력하기 우한 독립선언과 만세 운동을 전개한다.(이것이 2.8 독립선언과 3.1만세운동이다.)
그 과정 속에 장덕수가 안희제 선생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여정, 여운형이 배표를 구하지 못하자 짱슈메이라는 중국여인이 일본순사를 따돌리는 기지, 김규식이 배에 오르기 위해 감행한 중국인 위장, 일본순사인 조선인 김철의 여운형 암살 계획과 변절 등이 숨막히게 전개된다. 마치 한편의 첩보 스릴러처럼, 일본의 감시와 추적 속에서 당원들의 활약은 긴박하고 아슬아슬하며, 위기와 실패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들의 열의는 독자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감동의 드라마로 펼쳐진다.
폭압적인 일본이라는 외부의 적과 식민지 체제에 승복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픈 내부의 적과 맹렬하게 투쟁하고, 장작처럼 타올라 연기처럼 사라진 숭고한 희생들.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 이 소설을 읽어보자. 비록 정명섭 특유의 개성은 없지만, 역사소설 전문작가의 치밀한 고증과 치열한 상상력속에 살아 숨쉬는 독립운동가들을 만나볼수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빚졌고, 현재의 자유는 어떤 대가와 희생 위에 탄생한 것인지 실감할 수 있기때문이다. 이제, 그들의 뜨거운 열의, 숭고한 희생을 느껴보자, 그들을 기억해야하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고, 우리의 의무이니까.
+@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본 역사적 사건이 그대로 등장한다. 작가는 초반부터 자신의 개성을 뺀, 역사 사실 그대로를 집필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물론 역사소설인 만큼 약간의 재미를 위한 허구적 사실을 첨가하지만, 소설이 끝난 뒤, 책의 뒷부분에 어떠한 설정이 픽션에 속하는지 자세히 해설하고, 참고한 역사적 사료을 일일이 적어 이 책에 대한 진중함과 신뢰성을 굳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