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성역 1 - 노아즈 아크, Novel Engine POP
카지오 신지 지음, toi8 그림, 구자용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SF소설 혹은 영화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것은? ‘지구 멸망’이다. 거기에는 다양한 원인들을 넣는데,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들이, ‘행성 충돌’이나 ‘태양 폭발’이다. <원수성역>은 태양 폭발로 인해, 지구 멸망이 예고되고, 그에 대한 인류의 생존 투쟁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SF장르의 라이트 노블이다. 지구 멸망을 다룬 SF소설이나, 재난소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당당히 일본의 권위 있는 SF문학상인 ‘성운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장르적 재미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낸 소설이다. SF 재난 소설에 쓰이는 거의 모든 소재들, 지구멸망, 순간이동수단(점프), 괴생명체, 거대우주선 등이 종합적으로 쓰여, 유명 SF작품들을 섞어 놓은 것 같지만, 그 익숙한 설정 덕분에 쉽고 재미있는 감상이 가능한 <원수성역>을 소개한다.


- 태양 폭발로 인해 지구 멸망을 앞둔 사람들의 생존과 투쟁

세대를 뛰어넘어 지속되는 분노와 증오, 선택받은 사람들과 버림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어떤 정부 고위 관리의 폭로로 세계는 혼란에 휩싸인다. 그 내용은 지구가 멸망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의 플레어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것은 곧 목성까지 태양의 열과 빛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구는 불타고 지구의 생명체는 모두 소멸될 것이다. 이 사실을 먼저 안 미국 에디슨 대통령은 비밀리에 ‘노이즈 아크 계획’을 세운다. 그 것은 자신을 포함한 선택받은 3만명의 사람들이 지구를 탈출하는 계획이다. 노아의 방주나 다름없는 거대우주선을 타고,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추측되는 ‘약속의 땅’이라는 행성으로 도피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미 출발한 우주선. 고위 관리는 자신 또한 그 3만명중 하나인줄 알았다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사실을 알자, 이 계획을 폭로한 것이다.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먼저 탈출한 이들에 대한 증오와 배신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자신들도 지구를 탈출해 그 ‘약속의 땅’에 먼저 도착해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세계는 ‘순간이동장치’의 일종인 성간 전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시공간을 점프해 172광년 떨어진 ‘약속의 땅’으로 갈 계획에 돌입한다. 그리고 일본에서 출발한 마사히로는 미약한 기억력을 가지고 ‘약속의 땅’에서 깨어난다. ‘약속의 땅’은 밀림과 같은 곳으로 지구에서 볼 수 없었던 괴생명체가 존재한다. 마사히로는 이 위협적인 미지의 땅에서 각국의 사람들과 공동체를 맺고, 살아남을 각오를 다지는데...

- 지구 멸망에 관한 모든 소재를 끌어다 놓은 ‘익숙하지만 풍부한’ 완전체소설.

지구 멸망에 대처하는 3가지 인류의 다양한 이야기.

<원수성역>는 SF 노벨작품 중 단연 최고라 자부할 만 하다. 왜 성운상을 수상했고, 많은 극찬이 쏟아지는지 읽어보면 납득이 가는 ‘분명한 재미’가 있다. 지구멸망을 다룬 수 많은 소설들의 뻔한 소재들을 모두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지구멸망, 태양폭발, 탈출우주선, 시공간 점프(순간이동), 미지의 행성, 괴생명체, 생존투쟁, 폐쇄공간 과 같은 뻔한 클리세의 종합 완결판이다. 이 점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이미 아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SF가 난해한 사람이라도 SF 헐리우드 영화 한두편을 본 경험이 있다면, 초반 진입장벽없이 익숙하고 쉽게 접근가능하다는 점과 이미 많이 쓰일만큼 재미가 보증된 재료들을 곳곳에 배치했기 때문에 장르적 재미가 극대화 되었다는 점이다.


단점은 여러 가지가 섞여 이도저도 아닌 맛을 내는 음식처럼,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붕 뜬 채로 결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원수성역>은 그 단점을 극복한다. 이 책은 3부작으로 다양한 세대에 걸친 장대한 스토리를 뽑아내기에 아직 결말을 보진 않았지만, 현재까진 다양한 소재가 각자 다른 인물의 이야기에서 쓰여지기 때문에 독립적인 면모를 보여,흩어지기 보단 각자 단편처럼 제 갈 길을 간다는 인상을 준다.

 

이 작품은 ‘지구멸망’에 대처하는 3가지 인류로 나눠 진행된다. 첫째는 기술을 발전시켜 ‘점프’에 성공해 ‘약속의 땅’에 도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둘째는 노아의 방주인 ‘노이즈 아크’에 타 폐쇄된 우주선을 타고 표류 중인 사람들의 이야기. 셋째는 지구에 남아 자살을 선택하거나, 아직 희망을 놓지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렇게 3가지 인류가 각자의 인물과 이야기를 끌고나가기 때문에 단편이자 옴니버스 구조처럼 느껴진다.


이야기들이 ‘지구멸망’이라는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그것을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고, 생존하고 있는 배경이 다르니, 거기에 따른 인물들의 고난, 애증, 희망도 다르다. 사람이 죽음에 가까이 내몰렸을 때 나타나는 본질적인 모습과 지구멸망을 대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녹여내는 이야기. 세 가지 인류와 다양한 세대를 분노와 증오, 원한과 반목으로 절묘하게 연결지으며, 이 세 이야기의 인물들이 만나는 시점을 기대하면서 끝까지 읽게 만드는 추진력이 있는 소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원수성역>을 읽어보자. 지구멸망에 관한 모든 소재들을 총망라한 폭발적인 재미가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생생하게 펼쳐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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