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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벚꽃
왕딩궈 지음, 허유영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서로 직접적으로 묻고 대답하고 억양과 표정으로 그 대화의 문맥이나 속뜻을 이해한다. 하지만 타인에게 전해 듣는 제3의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타인의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래서 그게 진실일지, 거짓일지 알지 못한다. 단지 이야기를 전해주는 타인의 생각만 주입될 뿐이다. 여기 그런 독특한 소설이 있다. 등장인물은 단조롭다. 나와 아내 추쯔, 아내와 바람 핀 사내 뤼이밍, 그리고 뤼이밍의 딸 뤄바이슈, 단 네명이다. 독특한 건 정작 등장하는 인물은 나와 뤼이밍의 딸 뤄바이슈 뿐이다. 한 사내와 자신의 아내와 바람핀 남자의 딸. 그들이 하는 대화로 이들의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불륜’이라는 뻔한 주제를 타인의 시선으로만 해석하는 독특한 시점의 소설. <적의 벚꽃>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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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생에 몇 번의 연애가 허락된다 해도 나는 단 한번으로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
방금 전 그 길이 첫 번째 길이었다고 해도 그 다음은 영영 오지 않으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이런 확고한 생각이 조금 황당할 수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길 위에서 어떤 구간이 가장 옳은지 누가 알 수 있을까?’
- 불륜을 저지른 후 사라진 아내, 그리고 그 아내를 기다리는 한 남자
담담하게 그려내나 거세게 뒤집히는, 나와 아내 그리고 내 아내의 남자의 이야기
한 남자가 해변의 한 방파제 옆에 작은 카페를 운영 중이다. 그 카페안에 주인인 남자와 뤄이밍은 별다른 대화없이 커피만 마시고 있다. 그렇게 두 남자의 커피타인은 30분뿐이었다. 어떤말도 사건도 없이 싱겁게 뤄이밍을 카페를 나선다. 하지만 카페에서의 태도와는 다르게 뤄이밍은 앓아 누웠고, 곧 자살을 시도한다. 뤄이밍은 대형 은행의 입원으로 그 동네에서 명망높고 좋은 일을 만이 하기로 유명한 남자이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남자를 보면, 수군거리기도 하고, 외면하기도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마치 남자가 가해자고 뤄이밍이 피해자인 것처럼. 정작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남자와 뤄이밍의 인연은 5년전의 뜻밖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뤄이밍이 취미로 사진을 가르쳤는데 남자의 아내 추쯔가 그에게 사진을 배웠다. 그 것을 계기로 뤄이밍과 추쯔는 불륜을 저지르게 되고, 어느날 추쯔는 두 남자를 남겨둔채 사라진다. 남자는 다니던 건축회사를 그만두고 바닷가 근처 한적한 곳에 작은 카페를 열고 아내 추쯔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일어났고, 남자에게 두번째 손님이 찾아온다. 기다리던 아내가 아닌 불륜남 뤄이밍의 딸 뤄바이징. 그녀는 왜 온 것일까? 아버지의 자살시도를 탓하며 원망하려? 아님 아버지의 불륜을 사죄하려? 뤄바이징이 찾아 온 목적은 무엇일까? 아내는 다시 남자의 품으로 돌아올까?
시를 읊조리듯, 단조롭지만 그 속 뜻을 이해해야만 하는 소설이다. 모든 문맥이 헛투르 쓰여진게 아니고 점 하나도 눈여겨 봐야하는 책이다. 직접적인 대화나 표정에서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안개를 걷는 듯 난해한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새로 전개방식으로 다소 뻔할수 있는 사랑과 불륜을 좀 더 궁금하게 잘 쓰여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