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가야 한다
정명섭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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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일본추리소설의 팬층에 비해 아직 한국추리소설의 팬층은 빈약하다. 정유정을 제외하면 뚜렷한 추리소설 스타작가는 없다. 하지만 최근에 엘릭시르와 황금가지 등 장르소설로 유명한 출판사에서 한국추리소설작가의 작품을 밀어주는 느낌이다. 최근 서미애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른것만 봐도, 한국추리소설이 예전보다 좀 더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 그중 정명섭이란 작가가 최근 눈에 들어온다. <달이 부서진 밤> <체담인> 등 한국적 색채가 짙은 사극물을 소재로 추리소설에 도전하는 작가 정명섭. 소문만 들었는데 <살아서 가야한다>를 읽고 또 한명의 한국의 스타추리소설작가의 탄생을 기대하게 됬다.

  

우린 언제쯤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까요.‘

 

 

-1619, 조선은 명나라의 요구로 만주에 파병한다

두 남자의 신분을 넘어선 우정과 배신!

살아서 돌아갈 자는 누구인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두남자. 강은태와 황천도. 황천도는 황음치라는 노비의 아들이다. 강은태는 강철견이라는 뼈대 높은 양반 가문의 아들이다. 역사의 큰 소용돌이 앞에 그들은 출생은 다르나 같은 길을 걷게 된다. 후금의 위협을 받은 명은 조선에게 지원군 요청을 하게 된다. 명분을 중시한 조선은 명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고, 결국 파병을 하기에 이른다. 이때 황천도는 노비라는 신분때분에 주인댁 양반의 자제 대신 파병되었고, 강은태는 무인의 집안으로 집안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만주로 가게 된다. 둘 다 제 뜻이 아닌 외압에 의해서였다. 조선과 명의 연합군과 후금의 전쟁이 벌어진다. 연합군은 무참히 패하고 두 남자는 포로가 되 허투알라 남쪽의 한 농장에 끌려가 가혹한 노역을 하게 된다. 신분이 다른 두 이는 같은 처지에 놓이자 친구가 된다. 강은태는 양반출신이라 고된 노동을 해내지 못했고, 이런 그를 황천도가 도와주면서 둘의 우정은 깊어간다.

 

오랜 세월을 친구로 지내는 양반과 노비. 이들의 단단한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인조반정이 일어나면서 광해군이 쫓겨나고 후금은 청이된다. 조선의 왕이 청나라에 항복하면서 두사람의 귀환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심양관 조선관리와 속환사들이 포로의 명단을 가져오면, 청나라 관리들이 포로들을 조선으로 보내는 매매를 하게 된다. 강은태의 아버지는 출정한 아들의 덕으로 벼슬에 올랐고, 상인출신의 며느리는 장사수완으로 부자가 되었으니 강은태의 집안에서는 다시 아들을 속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강은태와 황천도는 둘 사이 신분의 차이를 다시 느끼며 거리를 두게 되고, 황천도는 자신의 처지에 절규하며 분노에 휩싸인다. 그리고 강은태의 신분을 빼앗을, 속환의 기회를 엿보는데...


 

-사극 추리소설, 역사 미스터리소설

한국적 색채가 짙은 한국만의 추리소설의 등장

 

<살아서 가야한다>는 역사적 사실과 정명섭의 기발한 상상력이 발휘된 추리소설이다. 조선에서 임진왜란이 끝나고 선조33년부터 광해군을 지나 인조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다루며 그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두 인물을 통해, 당시의 신분차이의 비통함과 각박함을 그려낸다. 물론 추리소설적인 요소를 포함해서 말이다. 전반적으로 방대한 역사를 배경에 둠에도 빠른 전개와 역사소설임에도 속독이 가능한 문체, 오락적인 요소가 있는 양반과 노비의 날선 대립과 인간의 욕망과 살의, 숨기려는 자와 의심하는 자의 싸움은 긴박한 스토리를 짜내며 흘러간다. 개인적으로 사극 추리소설이라 역사적 사실을 줄줄이 늘어놓을 것 같아 걱정했지만, 딱히 그런부분없이 적당히 사실관계 배경적 요소를 제외하고는 현대추리소설만큼이나 읽기 편하고 속도감있는 전개가 한편의 사극추리드라마를 보는 듯 편안하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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