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모중석 스릴러 클럽 6
딘 쿤츠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스릴러 소설계의 대가 모중석기획자는 이런 말을 했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분위기가 가라 앉으면 총잡이를 등장 시켜라.’라는 말을 했죠. 스릴러는 그런 문학입니다. 시작은 액션으로, 설명은 나중에, 스릴러는 마음껏 즐기는 독서를 원하는 독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만족을 선사합니다.” 여기, 마음껏 즐기는 독서를 위한 책이 있다. 첫 번째 총성부터 마지막 총성이 울릴 때 까지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남편>이 그렇다. 전형적인 미국식 서스펜스 영화를 활자로 풀어냈다고나 할까? 평탄한 일상에 불현 듯 납치된 아내, 거금의 금액을 요구하는 미지의 납치범, 폭탄에 불을 붙인 듯 타들어가는 시간제한, 그야말로 뻔한 스릴러 이다. 트릭을 겹겹이 쌓아놓지도, 허황된 반전을 두고 달려가지도 않는다. 정공법으로 직진으로 질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건, 즐기기 위한 확실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반전이나 트릭에 목숨건 요즘 스릴러에 질렸다면, 정직한 서스펜스 소설 <남편>에 도전해보라.
   


우린 당신 아내를 데리고 있어.
여자를 살리고 싶으면 이백만 달러를 가져와.”

- 납치된 아내,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 꾸며진 무대장치, 끊임없는 도청과 미행,
60시간 안에 아내를 구하라!
당신은 사랑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평탄한 오전, 평범한 정원사 밋치는 평소처럼 친구 이기와 함께 정원손질을 하는 중이다. 그의 일상을 깨트린 건 한 통의 전화. 통화 속 남자는 밋치의 아내를 납치했고, 60시간 안에 2백만 달러의 몸값을 준비하라고 한다. 한낱 가난한 정원사인 밋치가 2백만 달러를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밋치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자신의 진지함을 증명하기 위해 한 발의 총성을 울린다.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으로 지나가던 행인의 머리는 박살이 나고, 이 믿기 힘든 현실에 밋치는 좌절하고 만다. 밋치는 곁에 있던 이기를 의식하며, 서둘러 신고를 한다.
 
도착한 경찰은 시체에 대해 심문하지만, 밋치는 어디선가 총성이 울렸고,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이 총에 맞았다고 진술한다. 아내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할 수가 없다. 납치범이 경찰에 신고하면 아내의 손가락을 하나씩 자른다고 했다. 하지만 태거트 부서장은 밋치가 뭔가를 숨기고 있음을 직감한다.
 
집에 돌아오자, 부엌은 끔찍한 무대장치로 변해있다. 여기저기 퍼진 핏자국. 납치범들은 아내의 혈관에 바늘을 꽂아 피를 뽑아내 조리대와 찬장에 뿌려 놓았다고 했다. 아마, 피가 뭍은 부엌칼을 집안 어딘가에 숨겨 놓았을 것이다. 이제 아내가 죽을 경우, 모든 정황증거는 밋치를 향할 것이다. 범인들은 미션을 주듯 시간마다 전화를 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끊임없는 도청과 미행까지 꽤나 공들인 준비가 가난한 정원사를 위한 것일까? 부자의 아내를 납치하는 것이 더 쉽게 돈을 구할 수 있을텐데...
  
한편, 태거트 부서장은 죽은 행인이 밋치의 오래전 룸메이트 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밋치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납치범들은 밋치의 형인 앤슨에게 까지 손길을 뻗치는데... 

- 호러소설의 대가 딘 쿤츠의 정통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은?
뻔하지만 참을 수 없다
트릭이나 반전이 아닌 캐릭터와 스토리로 정면 승부하는 직진소설!


매니아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듯,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 낸다. 거장 작가들을 큰 축으로 세워 양대 산맥을 만들어 낸다. 스릴러 소설에서는 제프리 디버와 마이클 코넬리, 호러 소설에서는 스티븐 킹과 딘 쿤츠가 그렇다. 사실 나에게 딘 쿤츠의 소설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희미할 정도로 뇌리에 박히는 작가는 아니다.(아마, 개인적으로 호러보단 스릴러에 반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그가 호러 소설이 아닌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을 썼다. <남편>은 딘쿤츠의 확실한 장르와 스타일의 변화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호러계 보증수표인 딘 쿤츠에게는 위험하고 과감한 도전일 수 밖에 없다.
 
<남편>은 그의 도전이 성공적임을 증명한다. 그가 호러뿐만 아니라 스릴러를 이토록 재미있게 쓸 수 있다니! <남편>을 읽어보면 그의 도전은 새로운 독자층을 유입하기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반전이 남발되고, 트릭이 겹겹이 쌓여 두뇌싸움으로 피곤하게 만드는 스릴러가 아니라, 아주 뻔하되 과감없이 질주하는 정통 스릴러로 승부수를 띄운다. 읽으면 읽을수록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나 할까? 중반에 예측 가능한 반전인 누군가의 '배신', 생사가 오가는 상황속 숨막히는 '총격신', 계속 시험대에 올라 붕괴되는 주인공의 '정신',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사랑' 이것이 이 소설의 전부다. 
 
아주 깔끔하다. 샤넬은 마지막 장식을 빼면 비로소 패션은 완성된다.’라는 말을 했고, ‘simple is the best’란 말도 있지 않은가? 독자에게 어디 한 번 맞춰봐?’라는 머리싸움이 아닌, ‘당신은 사랑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나요?’ 라는 로맨틱하지만 도덕적 딜레마를 유발하는 질문이 숨겨진 단조로운 스릴러 <남편>! 뻔하지만 참을 수 없게 만드는 딘 쿤츠는 진정한 ‘선수이자, 직진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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