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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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 그의 네번째 장편소설 [포르투칼의 높은 산]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화려한 무늬와 양장판으로 돌아온 이번 개정판은 정말 소장가치가 있어보인다.

사실 나는 ‘파이 이야기’도, ‘포르투칼의 높은 산’도 읽어보지 않아서 이번에 작가정신 작정단 도서가 ‘포르투칼의 높은 산’이라는 소식을 듣고 꽤 기대를 하고 있었다.

광활한 무대와 긴 시간을 배경으로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여운있게 그려낸 이 작품을 난 왜 이제야 읽게 된건지.

이 책과 작가의 수식어로 끊임없이 언급되는 ‘파이 이야기’는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건지.

얀 마텔이라는 작가의 압도적 문장력에 끊임없이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되다 한 권으로 엮인다.

각기 다른 인물들은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슬픔과 상실감을 겪으며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찾아간다.

하지만 3부에서 피터가 침팬지와 도착한 곳에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상실의 세계속에서 구원을 바라는 우리, 그런 우리의 산을 찾고자 하는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속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산들바람이 불고 있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리든 장엄한 일상이 펼쳐진다. 여기는 야생 초목, 저기는 경작한 들녘, 그리고 도로, 하늘, 태양.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고 시간은 평소처럼 흐르고 있다. 그러다가 한순간, 아무 경고도 없이 작은 사내아이가 모든 것을 고꾸라트렸다. 분명히 들녘은 알아채리라. 들녘은 먼지를 일으키며 일어나, 더 가까이 다가와서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을 것이다. 도로는 뱀처럼 몸을 틀고 슬픈 선언을 할테지. 태양은 황량하게 어두워질 테고. 중력이 교란되고 사물들은 존재의 망설임 속에서 떠다닐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들녘은 여전히 그대로 있고 도로는 계속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아침 해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태연하게 계속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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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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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디션을 위해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멀리했나싶다...! 러시아 고전 느낌 풀풀 나는 완벽한 디자인 내용은 검증된거고 디자인이 이번에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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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관 을유세계문학전집 115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이경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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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표지와 속의 갈색 양장이 너무나 고급스러운 을유세계문학전집. 115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감찰관>

고골의 <감찰관>에는 세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감찰관] 고골의 희곡 가장 유명하고 작품성있다고 알려져있다. 많은 드라마, 영화, 연극, 코미디로 각색되었다고 하는데, 우스꽝스러운 인물들과 그들의 편협한 시각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고골 특유의 유쾌한 사회풍자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낱 지나가던 한량을감찰관으로 착각해 스스로 머리를 조아리고 뇌물을 갖다 바치는 그들을 통해 당시 러시아 관료계의 부조리함 있는 작품.!


[결혼]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결혼 풍속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풍자하는 작품이다. 당사자들이 아닌 주위 사람에 의해 중매가 결정되고 외적인 조건들로 배우자를 선택하고 결혼이 확정되는 당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포드콜료신의 모습을 통해 타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삶의 변화로는 본질적인 내면의 변화를 이루어낼 없다는 것을 느낀다.


[도박꾼] 사기꾼 이하레프와 우테시텔니등이 서로 속고 속이는 이중 사기극 이야기. 자신은 남을 속이지만 남들에게서는 정직만을 요구하는 이하레프를 통해 당대 사람들의 이중성과 자기기만을 엿볼 있었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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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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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주인공인 화자가 성장 후 그 당시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주인공의 10대 시절, 그저 순수하기만한(그래서 더 없이 맹목적인) 사랑의 대상 ‘린디’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린디가 집 앞 골목에서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했는데. 당시 범인은 잡을 수 없었고 주인공의 실수로 인해 린디와 그 가족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용의자는 총 네명. 네명의 용의자 중 주인공도 포함되어 있는데, 읽다 보면 그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난다. 다만 그에게는 스토킹에 가까운 린디에 대한 애정이 있을 뿐. 


소설의 중후반 까지 읽으면서 나는 이 날것의 애정이 너무나 불편했다. 그는 자신의 집착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사랑을 과감없이 드러내지만 읽는 나에게는 그 사랑은 너무나 변태적이고 남성적이였다.

글쎄, 어쩌면 내가 남성이었다면 이 사랑이라 변명한 행동들에 조금이나마 공감을 할 수 있었을까.

파이니 크리크 로드라는 작고 평화로운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린디 , 주인공의 가족들,그리고 동네사람들. 그 모든 것들을 주인공은 끈질기게 바라보고 회상하고 서술한다. 그 집요한 시선은 우리가 좀 더 세밀하게 이야기를 읽는 장치가 되어주고 소년의 정신적 성숙을 함께 하는 듯한 감상을 준다.

일련의 사건들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던 소년은 한 남자로 성장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애정과 집착을 돌이키려 애쓰고 흘러간 세월속에서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반성하고 스스로 용서하기에 이른다.



-그러니 나는 보 같은 사람들, 태어날 때부터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해 불운해진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같은 아이들에 둘러싸인 그에게 어떤 기회가 있었겠니? 그의 미래가 얼마나 일찍 결정되고 말았겠어?



-그냥 그 애가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두려무나. 그러면 좋은 사람은 너한테서 좋은 면을 보고, 나쁜 사람은 나쁜 면을 볼 테니까. 무슨 뜻인지 알겠니? 넌 빈 캔버스란다. 그림을 그리는 건 상대의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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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이집트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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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안드레 애치먼.

그의 어린시절 기억을 담아낸 <아웃 오브 이집트>

할아버지 시대 부터 아버지 그리고 주인공인 소년까지 대가족을 아우르는 이야기이다.

책의 표지는 심플하게 이집트 사막의 색과 야자수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동안의 안드레 애치먼 작품들과 시리즈로 잘어우러진다. 개인적으로 '잔'의 책들은 정말 내스타일:) 서평단이 아니었더라도 꼭 소장했을 것 같다.


여름 햇빛 아래 반짝거리는 모래알을 머금은 따뜻한 해변과 오래된 야자수가 떠오르는 1960년대 이집트를 방문하고 싶다면 이 책을 집어들길.

선명한 작가의 기억을 이 책을 통해 쫓다보면 어느새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눈 앞에 이집트가 펼쳐지는 듯한 배경과 그 시대를 직접 겪는 듯한 생생한 묘사, 그리고 등장인물들 간의 촘촘한 감정과 갈등들. 이 모든것을 작가 특유의 문장으로 담아내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책이나 영화로 감명깊게 접했던 이들에게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의 바탕이 되는 이 회고록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읽는내내 시대적 상황과 전쟁 상황을 완벽히 아는 것은 아니라 100%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또 인물들도 다양하게 나오지만 번역의 문제인지 읽는 내내 시점이 계속 변동돼서,, (누나라 했다가 이모라 했다가 할머니라 한다던가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형 동생이 됐다가 하는 등) 처음엔 조금 헷갈린다. (내 독서 실력이 아직 부족한걸지도,,) 

하지만 초반에 나름의 가계도를 그려두고 보면 조금이나마 쉽게 볼 수 있다는 점 ~!




-그러다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약하게 웅웅거리는 고음이었다. 열쇠 구멍 밖으로, 문밖으로, 인방도리의 갈라진 틈 사이로 수증기처럼 빠져나온 그 소리는 향과 불길한 예감철럼 우리 세 사람이 서 있는 어두운 침묵을 채웠다. 나 역시 어릴 때 배운 적 있는 익숙하지만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운율로 남몰래 수치심에 젖듯이 읊는 유대인의 기도 소리였다.


-공책에 머무는 4월의 햇살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법의 주문을 걸어 벽과 책, 책상, 내 손, 베껴 쓴 코란 구절에서 여름 한낮의 강렬한 햇볕과 따뜻한 바닷물, 친근한 바닷가 별장이 멀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내 방에 걸린 오래된 마티스의 복제화가 아침 햇살에 빛나며 손짓했다. 마티스의 니스 집 발코니 난간 사이에는 파란 공간, 언제나 그렇듯 바다가 있었다.


-“내가 그 시절에 밤마다 슈베르트를 연주한 건, 그 끔찍한 전쟁이 나에게는 망쳐 버린 인생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에 불과했기 때문이야. 난 지금 슈나벨이 연주한 것처럼 연주할 거야. 네 할아버지가, 네 아버지가 들은 내 연주니까. 나에게 아들이 있었다면 오늘 밤 내 아들이 들었을 연주야. 여기 앉으렴.”


-이집트를 떠나는 생각,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들에 대한 생각, 지금의 나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이 도시에 대한 생각. 시간이 지나면 꿈나라보다도 낯설게 변해 버리겠지. 그것을 죽음과 다를 바 없으리라. 죽었다는 것은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와 그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한때 그의 방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고인의 흔적을 조금씩, 결국 전부 다 없앨 것이다. 그의 냄새까지도. 언젠가는 그가 죽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린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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