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심장 가까이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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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나의 소명이라는 확신, 주아나는 생각했다. (...) 그녀는 모순들과 이기심과 활기로 넘실대는, 자기 안의 완전한 짐승을 느꼈다. (p.21)


선함은 나를 토하고 싶게 만든다. 선함은 미지근하고 가벼웠다. 너무 오래 둔 날고기 냄새가 났다. 그래도 완전히 썩지는 않았다. 이따금 신선한 곳에 두고 양념고 약간 해서, 미지근하고 조용한 고깃덩이로 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p.22)


또한 그녀는 이런 것도 발견했다. 여자는 그 자체로 신비라는 것. 여자들에겐 가공되지 않은 원료와 같은 특성이 있으며, 그것은 언젠가 그 형태를 드러낼 수는 있으되 겵코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것의 진정한 본질은 '되어가는 것'이니까. 바로 이 과정을 통해 과거가 미래를 비롯한 모든 시간들과 합쳐지는게 아닐까?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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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주아나'의 일생 속, 깊은 내면의 소리들을 담은 책.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사실 처음 듣는 작가였다. 미리 그의 다른 작품들 소개를 훑어보고 '브라질의 버지니아 울프' 라는 수식어에 백번 기대하면서 강렬한 색의 표지를 펼쳤다.

이 책은 어떤 큰 줄거리나 주제보다는 주아나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의 일상들과 그 속에서 뿜어내지는 수많은 생각의 조각들이 이어져 있다. 작가의 심오한 문장이 주인공 주아나의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만들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참 심오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서인지 주인공 주아나의 시선과 내면의 생각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활자를 읽는 순간의 혼란스러움과 한 문장, 한 문장 다시 곱씹을수록 조금씩 번져가는 여운의 조화가 대단히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왜 작가의 이름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는지 그리고 왜 그 많은 작가와 비견되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작품이다. 의식의 흐름에 맡겨진 글쓰기 방식만은 울프를 넘어서게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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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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