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이라는 신분을 감추고 제중원에 들어가 의사 공부를 하는 아들. 그 아들의 신분이 노출되면 해를 당할까 염려되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의 다리를 끌고 도망치려 했던 아버지.. 하고싶었던 의사라는 공부보다 아버지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아버지를 살려달라 애원하는 아들.. 우연히 TV를 통해 보게 된 '제중원' 이란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잠깐 스치듯 본 장면이었지만(그래서 맞게 설명했는지를 모르겠다.) 그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직업의 귀천이 어디 있으며, 신분의 높낮이가 무엇이라고.. 드라마의 장면도 생각이 나고 자신의 희망을 향하여 노력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아이가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 '제중원' 을 들였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서양의사를 배출해 낸 '제중원'의 설립배경이 되는 알렌 박사의 제안을 시작으로 - 조선말기 주요인사 였던 '민영익' 의 상처를 치료해준 답례로 고종이 알렌박사의 제안을 들어주어 제중원(처음에는 광혜원)이 설립되게 된다.-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 이 책에는 알렌박사의 뒤를 이은 에비슨에 의해 제중원이 치료기관이면서 최초로 서양의사를 배출하는 계기가 되는 의사교육을 시작하게 되고 제중원이 에비슨의 노력으로 건축가 고든, 강철회사 사장인 세브란스의 지원을 받아 현재의 세브란스 병원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과 백정이란 신분의 벽을 넘어서서 의사가 되는 박서양,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자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하는 신창희 등 지금처럼 직업이 목적이 되는 의사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것이 목적인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이들의 피나는 노력들이 담겨져 있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참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감탄을 주었던 그들.. 아이의 장래희망이 의사는 아니지만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신분의 벽을 넘어서 자신의 뜻을 펼치게 되는 이들의 노력을 아이가 조금이나마 배우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