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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놀(다산북스) 출판
매일 삶을 다시 쓰는 마음으로, 아문 자리를 더듬어 나가는 오늘의 기록
책의 띠지에 이어서 표지를 넘기면 바로 보이는 문장입니다.
짧은 이 문장에 문득 뭉클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의 따뜻한 나눔과 위로의 이야기들처럼 저자가 건네는 이 한마디가 마음에 와닿네요.
이 책의 인세 전액과 판매 수익금 일부는 주변의 이웃을 위해 쓰입니다.
이 책의 취지가 참 좋으네요. 인세와 판매 수익금을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하신다니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이 책과 그 내용만큼이나 따뜻해지는 소식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표지 사진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여러 작품으로 유명하신 정애리 배우님입니다.
40년이 넘게 수많은 드라마와 연극, 영화에서 연기 활동을 하신 중견배우시죠. 예전에 '아내의 유혹'에서 민여사를 연기하면서 주인공인 은재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던 역할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위로와 희망, 나눔과 봉사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배우라는 수식어가 눈에 띕니다.
이 책의 목차인 ‘차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독자에게 전하는 저자의 말인 ‘다시,그대에게 쓰는 편지’를 시작으로 크게 다섯가지의 큰 주제를 가지고 나뉘어 있고, ‘긴 편지의 끝에서’라는 편지 형식의 저자의 메시지로 끝이 나게 됩니다.
01. [매일, 시를 쓰는 마음으로]
02. [깊이를 더해가는 삶]
03. [실패로 쌓은 지혜]
04. [다시 새기는 희망]
05. [비워야 내가 되는 나눔]
언젠가부터 습관이 된 산책 길에서 만나는 땅, 꽃, 나무, 바람, 사람, 촬영 현장, 일상 모두가 다 나의 선생입니다. 온 세상에 스승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중략) 내게 위로를 주고 힘을 주는 스승을 당신에게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힘든 시대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나처럼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저자는 이전에 ‘축복’이라는 책을 낸 후 이번에 7년 만의 신간을 출간하였는데요. 그동안 암진단과 투병, 교통사고까지 많은 위기들을 무사히 잘 이겨내셨더라구요. ‘어쩌면 이 책은 나의 흉터를 내보이는 작업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이 계속 눈이 밟히네요.
비바람을 맞고 견디며 자라는 나무. 그 나무에 생겨난 옹이. 옹이를 가진 나무는 견디고 견디는 내성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옹이를 가지고 있나요? 그대는 비바람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가진 멋진 사람입니다.
나무로 만든 탁자는 의자 같은데에 보이는 동그란 무늬들.. 나무옹이는 죽은 가지의 조직 주위를 감싸면서 새롭게 생기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러한 옹이 많은 나무는 상품성이 떨어져 좋은 재료로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그러한 고통과 노력이 있었기에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보기엔 저자 또한 여러 고난을 이겨낸 옹이와 같이 멋진 사람인 것 같아요.
하루하루 쌓아가는 시간. 연기자로 살아온 시간이 어느새 40년이 넘었습니다. 시작할 때는 이렇게까지 올 줄 생각도 못했지요. 그저 감사한 시간들. 이제는 나보다 더 많은 시간들을 쌓아오신 수많은 선배님들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예전부터 여러 드라마 작품 속에서 정애리 배우님의 연기에 감탄을 하고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무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기를 해오셨으니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이 어마어마하실테죠. 그런데도 더 경력이 많은 선배 배우분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저자의 모습이 겸손하시고 멋지시네요.
활짝 웃고 실컷 웃어야지요.
내 인생이잖아요.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렇게 에세이 중간 중간에 저자가 소개하는 시들이 나오는데요.
몰랐던 시들이 많았는데 여운이 많이 남더라구요. 좋은 시들을 접하게 되어 뜻깊었답니다.
보이시나요. 아주 작은 개미가 자기보다 더 큰 양식을 끌고 가고 있습니다. (중략)
당신은 어떤가요. 이렇게 자신보다 더 큰 짐을 지고 영차 하고 계신가요. (중략)
그래도 저 개미는 지금 행복할 거예요. 오늘도 수고했지만 뿌듯한 당신처럼요.
정말 주변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관찰해야 볼 수 있는 작은 개미를 보며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일상에서의 작고 사소한 것들이더라도 잘 관찰하여 그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해주고 있어요. 주변에 대한 저자의 섬세한 관심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죠.
아프리카 오지의 숙소 대부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깜깜한 저녁 시간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정말 한 치 앞도 안 보이니까요. 모든 게 고요해지는 시간. 그때 바라보는 밤하늘은 말 그대로 별천지.
1989년에 노량진 성로원 봉사를 시작으로 월드비전, 연탄은행, 생명의 전화 등의 단체를 알리고 꾸준한 나눔을 해오신 정애리 배우님. 게다가 해마다 아프리카에 직접 가서 봉사도 하셨구요. 누구보다 스케쥴이 바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도 이렇게 꾸준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온게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주 짧은 쇼트커트.
사실 사연이 있어요.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다른 에피소드와 달리 날짜로 되어있는 제목이 눈에 띄었어요. 그리고 바로 옆면에 배우님의 사진이 먼저 눈에 확 들어와서 작품 때문에 숏컷을 시도하셨나 하며 이 부분을 읽게 되었죠.
이 날은 배우님에게 특별하고도 의미가 있는 날이예요. 난소암 진단을 받고 나서 항암 치료를 거쳐 무사히 복귀하시기 까지 힘든 시간을 견뎌내신 저자의 담담한 글이 마음을 울립니다. 이 날짜가 왜 특별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제가 언급하는 것보다 저자의 글을 통해 보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아 이쯤 해야겠네요. 사진 속 저자의 아름다운 미소에 저까지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전에 브라운관에서 봤던 배우님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가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의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가 들리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책의 내용과 함께 독자인 저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었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읽고 있으면 일상을 통해 느끼는 감사함,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정애리 배우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그 이야기들이 정겹기도 하면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구요. 오랫동안 이미 연기자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일상과 주변의 것들에 대한 관찰과 그 감성도 남다르신 것 같아요.
정애리 배우님의 따스한 에세이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찬찬히 책을 읽다보면 마치 시같기도 하고, 수필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날 나에게 날라온 편지를 읽는 것 같기도 한... 브라운관에서 보았던 배우님의 인상 깊었던 연기만큼이나 이 책도 다채롭고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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