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신은 고양이와 이상한 하루
코리 큐 탄 지음, 정회성 옮김 / 우리학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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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상상력이 풍부한 모험담을 만난 기분이었다. 평범한 하루, 평범한 거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검은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는 순간부터 다른 결을 갖는다. 네 발 중 세 발만 하얀 고양이를 본 애너벨과 테오도어는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저 고양이는 어딘가 부족해서, 그래서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 판단은 선의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선의가 늘 옳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아주 천천히 보여 준다. 고양이를 위해 하얀 양말 한 짝을 되찾으려는 여정은 점점 커지고, 이야기는 미로 정원과 바다, 움직이는 조각상들이 등장하는 엉뚱한 모험으로 확장된다. 장면들은 유쾌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의외로 묵직하다.


이야기의 흐름을 뒤흔드는 존재는 양말을 물고 사라지는 래브라도리트리버다. 처음에는 방해물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시선이 달라진다. 리트리버 역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처음 내렸던 판단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 그림책이 인상 깊었던 점은 누군가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말하는 태도다. 애너벨과 테오도어는 상대를 계속해서 자신의 기준으로 바라본다. 고양이는 불행할 것이라 생각했고, 리트리버는 나쁜 존재라 단정했다. 그러나 작가는 그 판단이 얼마나 쉽게 어긋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며, 진짜 이해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책을 덮고 나면 ‘행복해지기 위해 꼭 가져야 할 무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완전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더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보고, 내 마음을 헤아려 주는 존재가 곁에 있을 때 우리는 충분히 괜찮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이야기들도 이 책의 매력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주인공들 외에도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는 존재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모험을 따라가며 즐길 수 있고, 어른들은 관계와 시선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 부드러워진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이 정말 상대를 향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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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 마법 세상
칼리 매든 지음, 다시 올리 그림, 정윤 옮김 / 꼬마이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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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호랑이는 설날이 제일 싫어!
박경임 지음, 박서영 그림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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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앞두고 읽기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 있을까 싶다. <까치 호랑이는 설날이 제일 싫어!>는 겁 많은 호랑이와 재치 있는 까치의 만남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 ‘세화’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풀어낸 작품이다. 새해가 오기 전, 귀신을 쫓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아이들이 공감하기 쉬운 감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전통 문화를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호랑이가 그림 속을 넘나들며 겪는 좌충우돌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세화의 의미와 설날 풍습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등장하는 호작도가 액운을 막고 좋은 소식을 불러온다는 상징 역시 이야기의 흐름 속에 스며들어 있다.

박경임 작가의 글은 경쾌하고 유머러스하다. 귀신에게 겁을 먹고 도망치는 호랑이의 모습, 서양 그림 속까지 피신했다가 더 큰 두려움을 마주하는 장면은 아이들에게 큰 웃음을 준다. 여기에 박서영 작가의 그림은 호랑이의 표정을 섬세하게 살려, 글보다 먼저 감정을 전달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시선이 오래 머무는 그림이다.

이야기 속에는 ‘함께함’의 가치가 조용히 담겨 있다. 혼자일 때는 무섭기만 했던 상황이, 누군가 곁에 있으니 견딜 수 있는 순간으로 바뀐다. 무겁지 않게 전해지는 이 메시지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

책의 마지막 구성 또한 눈길을 끈다. 해치, 닭, 개, 매, 토끼 등 세화 속 동물들이 지닌 상징을 정리해 두어, 읽은 이야기를 배움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직접 세화를 색칠해 붙일 수 있는 워크시트가 포함되어 있어,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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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단짠단짠 마음소통 3
임지선 지음, 김주경 그림 / 아주좋은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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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80년의 울림 -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떠난 한국·중국·일본 기행
홍미숙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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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이름은 너무 익숙하지만, 그의 삶을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마주하는 경험은 흔치 않다. <윤동주, 80년의 울림>은 그 익숙함 뒤에 가려졌던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한 청춘이 시대 앞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차분히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윤동주를 해설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한국·중국·일본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시인이 실제로 머물렀던 장소와 그곳에 남은 기록을 따라가며, 삶의 장면들을 하나씩 불러낸다. 사진과 자료가 함께 실려 있어, 글로만 상상하던 윤동주의 얼굴과 시선이 보다 선명하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의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 시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학생이자 청년이었던 윤동주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작가의 시선은 조용하지만 집요하다. 윤동주가 걸었던 길 위에서 마주한 풍경과 감정을 현재의 언어로 풀어내며, 시인의 삶을 박제된 역사에서 꺼내 놓는다. 그 결과 윤동주의 시는 ‘위대한 작품’이 아니라, 그가 살아내야 했던 시간의 무게와 맞닿아 있는 기록으로 읽힌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송몽규에 대한 서술이다. 윤동주의 사촌이자 동지였던 송몽규는 이 책에서 주변 인물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통과한 또 하나의 중심 인물로 자리한다.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윤동주가 처했던 현실과 선택의 방향이 더 또렷해진다.


영화 <동주>를 통해 윤동주 시인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독자라면, 이 책은 그 관심을 한층 깊게 만들어준다. 윤동주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문학이 어떻게 시대와 맞서 존재할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읽을거리다. 시를 다시 펼쳐 들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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