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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좋은 10가지 이유 ㅣ 꼬마 그림책방 29
최재숙 지음, 문구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2월
평점 :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표지 속 엄마와 아이가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어요. 표지를 넘기니 찢어진 벽지를
투명 테이프로 붙여놓은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동차 그림이 그려진 띠 벽지도 보이고요. 여기저기
장난스러운 낙서도 있네요. 마치 우리 집을 보는 것 같아요.
바닥과 벽에 낙서할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요즘 들어 우리 집 개구쟁이는 더 열심히 쓰고 그리며 무언가를 만들어
구석구석 붙여댑니다. 이런 아이 때문에 난감한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뿌듯해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 어느새 함께 웃고 맙니다. 아이가 면지의 낙서를 한참 살피더니 이건 누가 그린 거냐고 묻네요.
저도 그러면서 “엄마, 벽에 낙서하면 안 되지?” 말하네요.
그림책 속 아이는 엄마가 좋은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엄마는 뽀뽀 대장이라서 좋고, 맛있는 밥을 해줘서 좋고, 내 편이라서 좋고, 예뻐서 좋고, 잘 웃어서
좋다고요. 엄마가 나에게 다정하게 말하는 것도 좋고, 뭐든 스스로 하게 해줘서 좋고, 목욕 놀이를 잘해줘서
좋다고도 하고요. 또 머리가 길어서 좋다나요? 귀신 놀이 할 때 꼭 필요하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잠재워줘서
좋다고도 하네요. 그림책 읽어주면 잠이 잘 온다면서 중간에 빼먹고 읽지 말라고 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아이와 눈이 마주쳤거든요. 무언가 통했나 봐요.
아이가 잠들기 전 함께 누워서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잠이 올 때가 있어요. 어느새 엉뚱한
말을 하고 있는 제 목소리에 깜짝 놀라 깨기도 하지요. 그럴 때면 아이는, 엄마 지금 뭐라고 했냐고, 자지 말라고
깨우곤 합니다. 실수로 책장을 두 장 넘기기라도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거기 아니라면서 잘 읽으라고 잔소리까지
한답니다. 그래서 반쯤 감긴 눈으로 책을 읽는 그림책 속 엄마의 모습이 꼭 자기 엄마 같아 보였나 봐요.
그런데 이 책에서 들려주는 우리 엄마가 좋은 열한 번째 이유는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그냥 좋아” 바로 이거예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좋은, 마냥 좋은 그런 존재가 바로 엄마 아닐까 싶어요.
언제나 알콩달콩 지내는 우리 기준이와 저에게 참 특별한 그림책이었어요. 아이와 때로는 티격태격 다툴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함께 읽으며 서로가 좋은 이유를 떠올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서로가 좋은 이유를 떠올리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가끔씩 아이가 힘들게 할 때, 혹은 미워지려고 할 때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사랑스러운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보세요. 어느새 아름답고 한없이 소중한 내 아이와 만나고 있을 테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