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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다 잘래요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1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임정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꽃무늬 가득한 이불 위에 짧은 다리를 펴고, 팔짱을 낀 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귀여운 하마의 모습이 보인다.
더 놀다 자고 싶은 꼬마가 바로 이 하마? 하늘색 테두리 안에 노란 빛의 꽃무늬 가득한 면지가 눈에 들어온다.
“더 놀다 잘래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아니 매일같이 듣고 있는 말인지도 모른다.
하루가 거의 끝나갈 무렵 아빠가 닐스를 부른다. 늦었으니 얼른 저녁 먹고 자자고. 하지만 닐스는 밥 먹고 싶지 않다.
그 보다 자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이런 닐스는 밥을 앞에 두고도 먹기는커녕 뒤적거리고 장난만 친다.
턱을 괸 채 음식을 바라보는 닐스, 그리고 이런저런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장난기 가득한 닐스는 어느새 우리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게 한다.
그렇게 밥을 먹고 이젠 이 닦고 세수할 시간! 그런데 여기 또 우리 아이의 모습이 있다.

세면대에서 여기 저기 물을 튀기며, 바닥에 떨어진 물쯤은 아랑곳없이 열심히 세수하는 닐스가 반갑게 느껴진다.
이야기 속 닐스는 아빠랑 잡기 놀이 하는 것을 가장 재미있어한다.신나게 도망가는 닐스와 뒤따라가는 아빠의 얼굴이 너무도 닮았다.
누가 봐도 아빠와 자식 간이라는 둘의 관계를 한 눈에 알 수 있을 듯하다.

"아빠, 이제 우리 숨바꼭질해요." 닐스가 열까지 세고 그사이에 아빠가 숨는다.이 장면에서 닐스의 깜찍한 행동에 주목하게 된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닐스. 술래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려는 순간, 두 눈을 가린 통통한 손가락이 보인다.
그리고 한 쪽 손가락 사이로 슬쩍 눈을 뜨고 있는 닐스의 모습을 보며 큰 소리로 한참을 웃었다.
함께 보고 있던 아이 역시 깔깔거리며 웃는다."엄마, 닐스가 손가락을 왜 이렇게 했는지 나는 아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아빠와 숨바꼭질할 때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닐스는 한 쪽 눈으로만 살짝 보았다.
하지만 우리 집 개구쟁이는 아빠가 숨을 곳까지 정해주고 난 후 열을 세니, 숨바꼭질에서는 우리 아이가 한 수 위인 듯싶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놀이 역시 닐스는 좋아한다.
빨간 소파에 꽉 차게 누워있는 아빠의 모습과 닐스의 해맑은 미소가 너무도 사랑스럽다. 이처럼 다정한 아빠와 아이의 모습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리고 다정한 아빠는 닐스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고, 또 읽고, 세 번이나 읽어 준다.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말이다.
함께 책을 든 다정한 모습을 보며 아빠와 아이의 마음까지 이어진 듯 보여 참 즐겁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친구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책을 읽어 주는 아빠, 그림책과 만나며 행복한 소통을 꿈꾸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그리고 다시금 떠올려 본다.
우리 집의 모습은 어떠한가.매일 밤 한아름 책을 안고 와서, 다 읽고 잘 거라며 한 권 한 권 내밀던 아이가 떠오른다.
그때마다 피곤하다며, 잠이 온다며, 때론 목이 아프다는 핑계로 얼굴을 찌푸리진 않았는가?
어서 재우고픈 마음으로 빨리 자라고 재촉하면, 그 때마다 아이는 말한다. 한 권만 더 읽어 달라고. 딱 한 권만 더......
닐스와 아빠가 행복하게 책을 읽는 얼굴을 보며 우리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이제부터라도 사랑이 담긴 달콤한 목소리로 그림책과 만나보리라 다짐해본다.
"그만 이불 덮고 자자." 아빠가 말했어요."아빠, 목말라요.""그렇게 놀았으니 목이 마른 게 당연하지."아빠는 한숨을 폭 쉬고
닐스에게 물을 떠다 주었어요."아빠, 쉬 마려워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원하는 것도 많은 닐스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바로 마르쿠스 피스터라는 작가의 관찰력이다. 어쩜 이렇게 닐스의 행동 하나 하나를 자세히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마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닐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그 속에 내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아빠는 닐스의 뺨에 뽀뽀를 쪽! 해 주었어요.그러고 나서 잠이 들었지요. 닐스가 아니라, 바로 아빠가요!"
하하, 책을 읽다 말고 또다시 웃음보가 터진다. 당연히 닐스가 잠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잠든 건 바로 아빠다.
화 낼 줄 모르는 자상한 아빠는 미소 띤 얼굴로 자고 있고, 그 곁에 바싹 붙어있는 닐스의 모습에서 가족이란 이름이 떠오른다.
그리고 닐스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누구나 꿈꾸는 완벽한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오늘은 우리들이 닐스와 아빠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