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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때 '새의 선물'이란 은희경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되었다.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책을 읽을 땐 정신없이 책 속에 파고들었고, 책을 읽은 후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의 머리와 손에 대한 찬탄을 금치 못했다.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수능을 보고, 대학을 다니며... 어느새 나는, 내가 책을 읽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나에겐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고, 나의 생각 속에 문학이란 것은 사라져버린 듯 했다.
그러다 은희경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타인에게 말걸기'란 이름으로... 내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듯이,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도 어른이 되었다. 그는 현재의 허무한 사랑을 이야기 했고, 거짓과 속임수에 쌓인 기대하지 않는 만남을 이야기 했고, 차가운 미소를 보냈다. 은희경의 글 속에서 나는 세상의 사랑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고, 생각하는 눈으로 나의 모습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지금의 사랑에, 만남에, 나의 모습 속에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어떤 사랑이 진짜 사랑인지, 어떤 삶이 진정한 삶인지... 이제 나는 고민하게 된다. 여유없던, 정말 중요한 고민을 하지않았던, 이 세상의 모든 것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않으려 했던, 숨기려 했던, 생각을 억누르려고 했던 나의 삶에 대한 무거운 회의가 일어난다. 재밌다. 읽어보라. 그리고 돌이켜 자신을 바라. 이 책과 만나려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