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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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우정에 대해 유쾌하고
치밀하게 포착해낸 근사한 소설"

"우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원하는 것을 할 권리가 있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 책을 선택한 면이 있다
거기다 여성의 우정에 대해서 유쾌하고
치밀하게 포착을 해 냈다니 어떠한 내용일까 궁금해졌다

소설책의 제목은 같이 걸어도 나 혼자
하지만 원래 변경 전 제목은 길동무는 있어도, 나 혼자였다
두 제목 모두 뭔가의 쓸쓸함을 나타내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여성의 우정의 끝은 결국은 혼자라는 건가? 쓸쓸하다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여성의 우정보다
어쩌면 인간은 결국 나 혼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 여성의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적혀 있기는 하지만
그와 더불어서 페미니즘에 대한 부분도 상당히 많이 실려 있는 거 같다
읽다 보면 주인공들의 상황이나 대사가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했더니 책 앞부분에 저자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쓴 글이 있다
그 부분을 읽으면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에게 진정한 우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자주 듣던 말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말에 '그럴 리 없어'라고 반문해왔습니다.
이 책도 이런 반발심에서 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략)
'여자는 이래야 돼'라는 편견에 멋대로 휩싸이기 싫고,
저 또한 '남자는 이래야 돼'라는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경계하며 살고 싶습니다.
(중략)
이 책을 통해 세상의 보통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의문을 갖게 된다면 그보다 멋진 일은 없을 겁니다.

어쩌면 저자는 일본에서 전 세계적으로 시작이 된 미투 운동이 시작이 되어서
소설 속의 두 주인공에 빗대어 이야기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자의 우정의 주인공은 두 여자 유미코와 카에데
그래서 책에서도 유미코의 시선과 카에데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나온다
남편이 있지만 같이 있어도 외톨이였다고 느끼던 유미코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보내준 카에데

이 책의 관계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들게 한다
남편의 시어머니와 친구처럼 지내는 유미코
보토 여자애들은 ~이라면서 말하는 유미코의 남편 히로키
그런 남편을 떠난 유미코가 이혼을 위해서 남편을 찾아간다
남편이 자란 섬에서 그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이다.
그때 동행한 사람은 친구인 카에데
그 둘이 지낸 곳은 남편 히로키의 육촌쯤 되는 사촌인 시즈
책을 보면서 시즈라는 인물이 엄청 짜증이 났다랄까?
보통은~ 보통은 안 그래요라는 대사를 많이 하면서 여자는 헌신을 해야 하고
조신해야 한다고 강요를 하는 듯한 말을 하는 시즈
물론 막바지에 시즈에 대한 과거사가 나오면서 그래서 그런 건가 싶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나중에는 유미코를 가둬두고 폭력까지 휘두르니 말이다

그리고 같이 간 카에데는 그 섬의 한 남자에게 돈을 빼앗긴다
그와 더불어서 전 근무지의 상사에게 스토킹을 당한다
그 상사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이 먹은 여자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걸 감사하게 여기라는 식으로 말이다
여러 대사들이 엄청 짜증 나게 만든 그 상사
어쩌면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랄까?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도 저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어쩌면 현실이 적절히 반영이 된 소설이 아닐까 싶다

내용을 압축해서 적기에는 말이 길어질 거 같고
소설이라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이 정도만 말하지만
답답한 면도 그리고 짜증 나는 면도 그러면서 잔잔한 일상의 면이 적절하게 들어간 거 같다.

여러 대사들과 상황이 페미니즘을 떠오르게 해서
우정보다 그게 더 내 눈에 들어왔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서로가 위험에 처했을 때 머리가 멍해지면서
도우러 가야 한다라며 도우러 가는 그녀들의 우정은 진실이 아닐까?
여자들 사이에서도 우정이 존재한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보통의 사람들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주인공 둘
같이 여행을 하면서도 외톨이였던 거 같은
같이 붙어서 여행을 다니지 않았던 둘
그리고 각자의 생각을 존중해주던 둘
어쩌면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각자의 생각을 존중해주면서 같이 걸어가는 거 말이다

 

 


이 책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책의 표지를 전체적으로 쫙 펼치면 느껴지는 거 같다
같이 걸어도 어쩌면 여자, 남자를 떠나서 정말 사람은 혼자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장만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게 하는 전체 표지
이 책의 느낌을 잘 살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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