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 나를 사랑하게 하는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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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봄, 일본에서 생활하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한달 쯤 전부터, 간병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이 우울증에 걸렸다. 그리고 돌아가신 뒤 한 달여 동안 일본에 혼자 있으며 여러 가지 정리를 하는 동안 우울증은 깊어졌다.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 도무지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을 때야 한꺼번에 엄청난 양을 허겁지겁 먹었다. 그리고 나선 또 며칠을 굶는 것의 되풀이였다. 그것은 몸도 마음도 좀먹는 일이었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학교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때마침 부산에 와서 나를 찾아주었다.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하지만 몇 시간 전 나는 허겁지겁 친구들에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약속을 취소했다. 그들을 만나는 게 두려웠다. 그들이 진심으로 나를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나를 만나주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혐오감을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스스로 자기는 무가치한 사람이고 싫증나고 지루한 사람, 의존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 편하고 얘기 할 맛도 난다.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이 힘들다.      -43쪽

  책 초반에 이 구절을 발견하고 나는 흠칫 놀랐다. 나는 이 구절을 보기 전까지 내가 그들을 피한 이유가 내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구절을 보고서야 그 사실을 깨닫고 사실 난 좀 화가 나기도 하고 부끄러웠다. 내 스스로에 대해 내가 이렇게 무지했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나고 부끄러운 것이다. 이러한 감정이 드는 이유 또한 내 자존감이 낮아서, 내가 완벽 하려고 애쓰기 때문인 것을 재차 깨달았다.  

  자존감과 열등감은 같은 문제이다. 열등감이 자존감을 낮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다. 반면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못나고 무능하다 여긴다. 이는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를 둔 게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고쳐야 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남의 감정을 파악하는 공감능력이 높아서 상대방의 평가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미래에 대해 희망적이어서 성공경험도 많다고 한다. 사실 난 남의 감정을 파악하는 공감능력이 낮아서 고민이었다. 이게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그것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걱정돼서, 상대방에게 공감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여러모로 나 자신도 몰랐던 나에 대해 깨달은 게 많다.   

 열등감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외모, 집안과 같은 선천적인 것이고 둘째는 학력, 능력과 같은 후천적인 것이다. 선천적인 열등감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가난한 집안, 예쁘지 않은 외모는 부족한 조건이지만 그것들로 인해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후천적 조건에 의한 열등감은  부족한 부분 하나로 자신을 평가지 말고 자신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려 노력하고,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우고 목표를 세워 이를 이루기 위해 몰두하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열등감 극복의 좋은 방법이라 한다. 실직과 같은 아픈 경험의 경우 오히려 이런 난관을 능동적으로 극복하고 나면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자존감을 더욱 높이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한편, 자존감이 엄마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나는 사실 지금껏 부모님을 존경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너무 싫고 절대로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했다. 그게 문제였다.  

  아이는 자기 안에서 부모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자기가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리비도가 자기 속의 사랑스러운 부분에 쏟아진다. 리비도가 자기를 향하여 돌아오기 때문에 '자기 사랑'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자기애narcissism이고 자존감이다. (‥‥‥) 반대로 불행하게도 자랑스러운 부모의 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자존감을 갖기 어렵다.    -238쪽 

  이 구절을 읽고 띵해졌다. 나는 엄마아빠가 아닌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는데, 할머니 스스로도 말씀하시기를 엄마와 반대가 되길 바라면서 키우셨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며 자란 터라 나에게 특히 엄마는 부정적으로 인식되었고, 할머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절대 닮아서는 안 될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게 자존감을 갖기 어렵게 했다니‥‥‥. 사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지 아직 모르겠다. 사실 돌이켜보면 어머니에게도 분명 장점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런 어머니의 장점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내 안에서 그런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키워나가야 하는 건지‥‥‥. 자존감을 높이는 게 확실히 어렵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이 책을 통해 엄마를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도 낮은 자존감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 엄마를 용서하지 않으면 그 상처가 수치심과 죄책감을 불러와 자존감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한다.  

  결코 읽기에 어렵지 않고, 오히려 여러 사람들의 실례를 통해 접근해 재미있고 접근이 쉬운데다가 예쁘고 아기자기한 편집과 구성, 디자인 때문에 즐겁고도 빠르게 지나갔던 책읽기였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20년 동안 같이 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제대로 나를 돌아보고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특히 나의 문제들의 원인을 명확히 알게 된 게 기쁘다. 게다가 그 해결방법까지 알게 되어 앞으로 나는 더욱 발전하고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없이 가볍고 날아갈 것 같다. 사실 별 기대 없이 읽은 책이었는데 오랜만에 너무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 덧붙여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로 인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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