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 - 새끼 고양이, 길 잃은 고양이, 집 없는 고양이를 위한 지침서
폴 갈리코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16. 1. 26. 오후 7:59

<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

고양이!

사실 이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사게 된 책이다. 왜 그런가 하니, 나는 작고 귀여운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동거하는 것을 몹시 바라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고양이가 쓴 책이라니, 어찌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작가인 한 암고양이는 `고양이가 인간을 지배한다` 라는 내용을 여러 번 썼는데, 나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 그러니까 이 고양이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고양이를 보면서 나를 좋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행동들과 느끼는 기분들이 사실 고양이 본인들의 의도에 의해서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한다! 얼마나 괘씸한가. 그런데 나는 괘씸함을 느끼기는 커녕 고양이가 앙큼하고 상당히 매력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나 역시 고양이들에게 지배당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책을 서술한 고양이는 인간들의 특성과 모순에 대해서 매우 솔직하고 당당하게 까발려놓았다.

(생략)
인간은 어리석고 하잘것없고 심술궂고 무심해. 종종
교활하기까지 하지.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일부러
둘러말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경솔하고 제멋대로에 변덕스럽고
비겁하고 질투하고 무책임하고 고압적이고 편협하고
성급하고 위선적이고 게을러.
- 본문 중에서 -

정말 괘씸한 것은, 고양이의 저런 여과없는 직설적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위의 말들은 모두 인간에게 해당되는 우리의 특성이다. 아니라고? 글쎄다, 그건 본인의 양심에 맡기겠다. 우리는 어리석고 하잘것없고 심술궂고 무심하다. 종종 교활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일부러 둘러말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우리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경솔하고 제멋대로에 변덕스럽고 비겁하고 질투하고 무책임하고 고압적이고 편협하고 성급하고 게으르다. 끝까지 아니라고? 그럼 이런 표현들은 왜 생겨났을까? 방금 재차 말한 표현들은 모두 인간의 성격을 일컷는 말이다. 인정해야만 하는 인간의 어두운 면모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인간의 여러 모습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고양이가 글을 통해 다른 고양이들에게 알려주려 했던 것들 중에 나의 뒤통수를 치는 말이 있었는데, 위 본문내용 바로 다음에 다루어진 내용이었다.

(생락)
하지만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는
사랑이라는 강렬하고 멋진 것이 있어. 인간이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양이가 인간을 사랑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중략)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이런 인간의 사랑이 막대로
맞는 것보다 더 아플 수 있으니 조심해. 인간은
사랑하다가도 사랑을 버리고 떠날 때가 많아. 우리
고양이는 절대 그러지 않지만.
- 본문 중에서 -

이 고양이는 정말 놀랍도록 날카로운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볼 수 있다. 인간의 사랑이 막대로 맞는 것보다 더 아플 수 있다니. 단순히 다른 고양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우리가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날카로운 비판을 하면서도, 이 고양이는 인간을 꽤나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우리가 심심하거나 기분이 안좋을 때 자신의 고양이로 하여금 위로를 받는 것처럼 이 깜찍한 작가도 인간을 괜찮은 동거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심심할 때 장난감이 아닌 인간과 놀 생각을 하다니. 심지어 주인이 집안일을 할 때 방해해도 화를 못내고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하는 방법도 제시해놓았다. 은연중에 주인에게 사랑받고 관심받고픈 고양이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고양이들이란, 참 매력있는 존재인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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