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는 계절, 그리운 그대 혹은 그때.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제목,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감성을 자극하는 표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그런 연애 소설 중 하나겠지..하며 넘겨버릴 것이다.

물론 그렇게 넘기고 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좋은 소설 하나를 접할 기회를 잃는 것이고,

대단한 연애담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대단한 실망감을 느끼게 되겠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라는 제목과

아련하고 묘한 표정을 장식하고 있는 여자 표지와는 달리

이 책은 살인, 사기, 폭력 등이 난무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산 계기 자체가요즘 부쩍 미스터리물에 관심을 갖게 된 탓에

여러 책 사이트에서 추천물을 훑어보고 있었는데꼭 이 책이 끼어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전이 대단하다...는 식이어서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대체 어떠한 반전을 끌고 올 것인가..를 계속 머릿속에 담고 있었는데.

 이 책이 결론으로 치달으며 가져온 반전이란 건

내가 알아오던, 그리고 예상하던 '반전'과는 정말 다르다.

알고보니 믿고 있던 사람이 범인이라든가 다중인격이라든가 하는 식의 반전이 아니다.

뒷통수를 후려치고 소름이 돋는 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렇게 생각했을까...왜 그렇게 생각해버렸을까..하고 ,

나도 모르게 내안에 내재되어 있던 편견과 선입견을 아플 정도로 교묘히 꼬집는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은, 

그리고 읽는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가졌었던 편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아, 마지막 '반전'을 내 스스로 깨닫기 보다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약간은 설명을 하는 느낌이 있어

뭔가 구구절절 하다..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

제일 뒷장에 용어정리까지 보면 그가  이 글을 쓴 의도와 맞아 떨어지는 내용 전개,  

또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심리 놀이를 하고 있었나..를 생각하며 

이 작가는 "대단한 사람" 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요즘은 반전을 위한 반전이 너무 흔해서

오히려 반전스럽지 않은 내용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철저하게 주제와, 작가가 글을 쓴 의도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며, 

반전이 그 대미를 장식함과 동시에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식이다.

때문에 단순히 재밌었다, 아니다를 따질 순 없지만..

이사카 코타로의 책이 품고 있는 "재미" 와는 다른 식의 재미가 있는 것은 확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제목조차 대단하다.

그러고보니 나도벚꽃이 피어있지 않은 벚꽃나무를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

벚꽃나무가 붉게, 노랗게 단풍이 든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모르기보단 아예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게 맞는거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무언가가 피크(peak) 일때의 모습만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벚꽃의 피기 전의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벚꽃나무는 벚꽃나무가 아닌가.

벚꽃이 지고 노랗게, 붉게 단풍이 드는 벚꽃 나무는 벚꽃 나무가 아닌가.

이렇든 저렇든 벚꽃나무 라는 이름을 가지고 싹을 틔운 그 순간부터

작은 이파리 하나조차 벚꽃나무라 불러야 한다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