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사랑한 여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세번째다. 
흑소소설, 용의자 x의 헌신 그리고 이 책.
"아내를 사랑한 여자" 라는 제목만 보면 그냥 동성애에 관계된 얘기겠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는 여자와 남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자체에 반기를 드는 내용이었다.

 

미쓰키는 육체는 분명 여자지만 마음은 남자다. 
자신이 남자지만 잘못된 육체를 가지고 태어났다 생각하고
때문에 남자의 몸을 갖기 위해선 영혼을 팔아도 좋다고 말한다.


그래, 여기까진 뭐 딱히 생각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호적교환 등의 주제를 통해 개입되는 여러인물들은 
과연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되묻는다. 
그녀는, 자신이 "그"가 아니란 것에 절망하고 

사회가 자신을 "그"가 아닌 그녀로 대하는 것에 분개해한다.

하지만 자신이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의 몸인 것을 정말 "틀렸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분명 직장이든 어디든 여자와 남자라는 구분이

차별로 변해버리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남자인 자신이 여자의 몸에 "갇혀있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차별이 아닌걸까.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최대 피해자라 생각하면서
자신이 여자의 몸인 것을 견딜수 없어하는 것이 오히려 모순이 아닐까.


트렌스젠더 바의 사장이었던 아이카와 (호적상으로는 여자지만 남자.)는 

트렌스젠더지만 수술도, 호르몬 요법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는 옅은 화장까지 하고 있지만 자신의 남성성을 의심하지도, 여성성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그런 것 따위가 별 의미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남자에게도 여성스러움은 있고, 어떤 여자에게도 남성스러움은 존재하는데

자신이 남자의 마음을 갖고있다해서 여자의 몸에 모순을 느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카와의 말에 따르자면 여자와 남자라는 건 결국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일 뿐이니까.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나는 여성스러운 것이 싫다. 내가 여성스럽다고 생각되는 것이 싫다..라고. 
그건 딱히 "언젠가" 라고하기보단 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도 물론 그런 생각을 전부 버리지 못했다.

애초에 여성스럽다, 여자답다는 말자체는 남자의 머릿 속에서 나온 것이겠지. 
보통 여자들은 자신들에 대해 좀 더 냉정하고 분석하는 편이니까. 
때문에 남자들의 망상에 지나지 않을 "여성스러움"에 조금도 속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자로서, 여자이기 때문에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이 죽도록 싫으면서 여자다운 게 싫다니, 

나 자체가 여자임을 거부함으로써 여자란 성을 깔보고 있는 건 아닐까. 

난 여자인게 싫은걸까, 아니면 여자다운 게 싫은걸까.

 

요즘은 그냥 오락프로에도 트렌스젠더들이 나올만큼 
"그들의 세상"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책에 나온것처럼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건

정말 강하고, 의지가 굳은 "소수 중의 소수, " 겠지. 

그 사람들의 세상이 더 견고해지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가 아닐까.

그리고 언젠가 CSI에서 길그리섬이 한 트렌스젠더에게 말했듯
원래 인간은 남자로, 혹은 여자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이 퇴화되었을 뿐일지도.. 라는 생각을 해본다. 
때문에 그사람들은 더 뛰어나지도, 혹은 모자라지도 않다. 
그저, 자신들의 능력을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라고.

 

아. 그나저나.. 이번에도 느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이사카 코타로처럼 결말에 이르러서 모든걸 쓸어담는 명쾌함이 없다.  
이사카 코타로같은 경우 정말 결말부터 쓰는 사람처럼
중간에 쓰인 복선이나 에피소드가 결말에서 모두 하나로 뭉쳐져

아..!하며 통쾌하고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뭔가..그냥 이래저래 흘러가다보니 "그렇게"된 느낌이랄까.. 
인물들도 좀 더 특징있고 또렷했으면 좋았을텐데. 
작가들마다 각자 특징이 있으니까 누가 더 나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읽으면 읽을수록 이사카 코타로 책이 그리워지는 건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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