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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양장 특별판)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평점 :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당신을 위한 미술책
행복이란 여유를 느끼고 싶은 당신께
본격적으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달 3월. 입학식이 있고, 새학기가 있는 달이 3월이다. 그래서일까? 3월은 유달리 정신없이 지나가는 느낌이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덧 하루를 마감하게 된다.
칼 라르손의 작품은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여유'를 즐길 틈 없던 나에게,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그가 그린 작품 속 사람들은 결코 서두르거나, 바빠서 허둥대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순간을 만끽하고 오롯이 즐긴다.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서 보내느라 여유를 느낄 틈이 없었다면,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책을 보면서 행복과 여유를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책은 스웨덴 국민화가 칼 라르손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해 사랑스런 아내 카린과 만나게 된 이야기, 따뜻한 보금자리 릴라 히트나스와 여덟 자녀들에 대한 소개를 담고 있다.
책을 읽거나, 식물을 돌보거나, 숨바꼭질을 하거나- 칼 라르손이 그린 그림은 일상 속 소소한 풍경들을 담고 있다. 그 사소한 풍경들은 왠지 모르게 감상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밝고, 웃음 넘치고, 평화로운 풍경들. 바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위로를 주는 그림들이다.

라르손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기 위해 구태여 무언가를 이루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쓴 저자 이소영님은 행복은 결괏값이나 목적지가 아니라 늘 '어떠한 상태나 상황'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목적지나 결과에서 행복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저 현재 이 순간에 행복하다 생각하면 행복한 걸 텐데.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책은 행복을 먼 미래에 다가올 기쁨의 어느 순간이라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행복이란 지금 이 순간 내게 존재하는 소중한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어

칼 라르손이 그린 그림은 행복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칼 라르손이 어떠한 굴곡 없이 평탄하게 자라온 것은 아니다. 알코올 중독증 아버지 때문에 생계를 도맡아야 했던 어머니와 함께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그였다.
자연스레 칼의 마음속에는 '행복한 집과 가족'에 대한 소망이 커졌고, 그는 그 꿈을 사랑하는 아내 카린을 만나 이룰 수 있었다.
가난했지만 외향적인 칼과, 사려깊고 조용한 성격의 카린. 처음에는 서로 잘 맞지 않았던 두 사람인데, 칼의 관심과 친근함, 그리고 그의 재능에 카린이 매료되어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된다.

카린의 아버지가 딸과 사위인 칼 라르손에게 준 '릴라 히트나스'. 그곳에서 칼과 카린은 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고양이와 놀고 있거나, 썰매를 타거나, 장난스럽게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 이런 게 행복이지. 다른게 행복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라르손이 그린 작품들이 책 곳곳에 수록되어 있어,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타날 때면 잠시 멈춰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특히 좋았던 작품은 '까꿍(Peek-a-boo)란 제목의 작품이었는데, 꽃받침 자세로 턱을 괴고 있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진정한 로맨티스트 화가, 칼 라르손

비록 어린시절은 불우하게 보냈지만,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행복으로 가득찬 나날들을 보낸 화가가 칼 라르손이 아닐까 싶다. 라르손은 아내 카린에겐 훌륭한 남편이자, 아이들에게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그의 로맨틱한 면모와 자상함을 읽어낼 수 있는 문장들이 책 곳곳에 녹아 있었다.
아뜰리에 미닫이문에 카린의 초상화를 그리고, 카린을 향한 애정 편지를 매일 아이들이 드나드는 문에 적어 놓는가 하면, 아내의 생일을 위해 방을 대대적으로 공사하기도 하는 칼...! 진정한 로맨티스트 화가라는 수식어를 라르손에게 붙이고 싶다.
행복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

밸런타인데이에 함께 있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그림 편지로 표현해 연인 카린에게 전한 화가 칼 라르손. 그가 카린과 아이들을 위해 보여준 행동들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 책 후반부에는 스웨덴의 다른 화가들 소개도 나와 있는데, 그중 베르그의 작품인 '북유럽의 여름 저녁'이란 그림 또한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 거리를 두더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이런 과정들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사랑하는 관계다.
베르그의 그림 안에서는
혼자와 함께인 관계가 양립 가능해서 평안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서로 거리를 두더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이런 과정들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랑. 그런 사랑 속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그림 하나 더 소개하는 걸로 글을 마치려 한다. 위 그림은 두 작품이 한 세트인 딥디크Diptych 형식으로 완성된 <포도나무>란 제목의 작품이다. 노란 옷을 입은 왼쪽 그림 속 여자는 포도를 따고 있다. 오른쪽 남자는 포도주를 마시면서 분위기에 취해 있다.
남자는 여인이 딴 포도로 만든 포도주에 취해 있는 걸까? 여인의 포도주에 취한 그림 속 남자처럼, 칼 라르손의 작품은 따분한 과거의 시간도 영원한 환상으로 만들면서 이 책을 펼쳐든 우리를 '행복'이란 과실주로 취하게 만든다.
책을 덮으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만 당분간 라르손이 건넨 행복이란 이름의 환상 속에 조금 더 머물고 싶다. 환상은 보통 잡히지 않는 허상에 가까운 느낌이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당신도 그 환상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물고 있었으니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