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평점 :

뇌 1권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한 체스 기사
알고보니 사랑에 치여 죽다...?
한 체스 기사가 디프 블루 IV라는 컴퓨터와의 체스 대결에서 승리한 후 바로 그날 밤 변사체로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약혼녀인 나타샤 아네르센. 과연 그녀가 정말로 체스 기사인 사뮈엘 핀처를 죽인 걸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는 신경 정신 의학자이자 체스 챔피언인 사뮈엘 핀처의 죽음을 한 여기자와 전직 경찰이자 범죄학 전문가인 남자가 조사하며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미 오래전에 나와 한 번 읽었던 소설인데, 새로운 표지로 다시 나와서 오랜만에 읽어 보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뇌 1 줄거리

사랑에 치여 죽은 셈입니다.
한 체스 챔피언이 죽었다. 용의자이자 그의 연인인 나타샤는 자신과 체스 챔피언이 사랑을 나누다가 그가 죽었다고 고백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랑에 치여 죽었다'고 표현한다. 사랑을 하다가 죽음에 이른다니,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

"뇌의 기능에 관한 기사를 써볼 생각입니다. 인체의 한 기관이 어떻게 사고 작용을 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밝혀 보자는 겁니다."
"주제가 너무 광범위해. 어떤 관점에서 다룰 것인지를 생각해야지"
"핀처 박사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통해 접근하면 어떨까요?"
한편 과학부 기자 뤼크레스 넴로드는 전직 경찰이자 범죄학 전문가인 이지도르 카첸버그와 함께 핀처 박사의 죽음을 조사하기로 결정한다. 그 둘은 핀처 박사의 시신을 보기 위해 칸 법의학 연구소에 있는 법의학자 조르다노 교수를 만나고, 죽은 핀처의 형인 최면술사 파스칼 핀처가 공연하는 <즐거운 부엉이>라는 이름의 나이트클럽에 가는 등 핀처 박사와 관련된 사람들을 하나 둘 씩 만난다.
핀처의 죽음에 대해 힌트를 줄 만한 사람들을 하나씩 만나며 뤼크레스와 이지도르는 누군가가 핀처를 의도적으로 살해했을 거라는 생각을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과연 핀처는 누군가에 의해 정말 살해당한 것일까...?
인간의 삶을 이끄는 주된 동기란 무엇인가?

그녀의 향기가 뱃사람의 후각을 자극한다. 요즈음 그녀는 이세이 미야케의 <물>이라는 향수를 뿌리고 다닌다. 향수 냄새와 함께 그녀의 살냄새까지 전해져 온다.

뤼크레스는 수첩을 펴 들고 <여섯째 동기: 분노> 다음에 <일곱째 동기: 성애>를 추가한다.
핀처 박사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뤼크레스와 이지도르는 인간의 삶을 이끄는 주된 동기의 목록을 만들어 나가는데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어떤 사람은 돈에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명예욕을 충족시켜주자 체스 기사의 죽음을 조사하는 두 사람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루하루 산다는 것은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과연 뤼크레스와 이지도르가 어떤 한 사람이 행동을 하게 만드는 주된 동기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박사의 죽음에 대한 원인도 밝혀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서스펜스와 농담이 혼재하는 소설

뤼크레스는 목이 졸린 듯한 소리로 힘겹게 소리친다.
"이지도르! 저놈 잡아요!"
뚱뚱한 기자는 출구를 막으려고 급히 달려간다.
원인 모를 죽음을 파헤치는 조사원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는 뭐니 뭐니 해도 갑자기 공격해오는 괴한이라 할 수 있다.
뤼크레스는 핀처의 죽음에 관해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조르다노 교수의 연락을 받고 바로 칸 법의학 연구소로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공격했다! 과연 그녀를 공격한 괴한의 정체는 누구일까...?

"내게 왜 고분고분하죠?" 그녀가 호기심을 느끼며 묻는다.
"어쩌면......남자의 자유 의지는 자기 대신 무언가를 결정해 줄 여자를 선택하는 데에 있는지도 모르죠"
아까 언급한 괴한의 습격처럼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은 독자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한편 바로 위 인용문과 같이 이지도르의 실없는 농담은 책에 재미를 더해준다. 이지도르는 남자의 자유 의지는 자기 대신 무언가를 결정해 줄 여자를 선택하는 데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뤼크레스가 싸움을 하러 뛰어들 때는 자신의 신조가 비폭력이라며 도와주러 나가지 않고 농담으로 대꾸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설 <뇌 1>는 서스펜스와 적절한 농담이 섞여 독자들이 두 주인공의 여정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두 주인공들은 사뮈엘 핀처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생트마르그리트 병원에 들른다. 그곳에서 "나는 의사 로베르요"라고 말하는 다중인격 환자 로베르를 만나 주인공들이 깜박 속아넘어가는 것도 소소한 재미라 할 수 있다.
뤼크레스와 이지도르의 이야기가 <뇌> 소설의 한 축이라면, 또 한편에서는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장기 입원하게 된 '장루이 마르탱'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다. 장루이 마르탱은 핀처 박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는데, 장루이와 두 조사원은 또 어떤 식으로 관계가 맺어질지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뇌 1권 속에는 뇌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신화 이야기도 나오고, 심리학 실험에 관한 내용도 종종 등장한다.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읽다보면 재미도 있지만, 지식도 쌓이는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 지어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뒷이야기를 2권을 통해 어서 만나봐야겠다. 과연 뤼크레스와 이지도르가 체스 챔피언 핀처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더 나아가서는 뇌의 비밀도 밝혀낼 수 있을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