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 아깽이에서 성묘까지 40마리 고양이의 폭풍성장기
이용한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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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40마리의 고양이와 함께한 묘생일기



외출하다가 종종 마주치는 길고양이들이 있다. 한 녀석은 아파트 현관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치즈냥이고, 다른 한 녀석은 어린이집 근처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까만냥이다. 운이 좋으면 치즈냥이 친절한 아주머니가 준비해 놓은 사료를 먹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

그 냥이들에게도 어린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난 다 자란 성묘일 때 녀석들을 만났지만, 여기 냥이들의 어린시절부터 성묘가 되어 몇몇은 고양이별로 떠나는 날까지를 함께 지켜봐 온 사람이 있다. 바로 여러 권의 고양이 책을 낸 이용한 작가다.



고양이들의 협조로 만들어진 책





이용한 작가는 17년 전 집 앞 버려진 소파에서 어미 품을 파고드는 아깽이들을 만났고, 그날의 풍경이 그를 고양이 세계로 이끌었다. 모양도, 성격도 가지각색인 고양이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그는 40마리 고양이들의 성장기를 관찰해왔다.

작가는 고양이의 어린 시절과 성장 후 모습을 간단하게 비교하는 사진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시리즈를 SNS에 올렸다.

그 시리즈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인기 시리즈로 자리 잡았고, 이렇게 반려묘 에세이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아깽이 시절과 성장 후 모습을 비교하는 즐거움





나는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가 등장하는 에세이가 있으면 종종 읽곤 한다. 다양한 반려묘 에세이 중 이 책만이 가지는 강점이 있다면, 바로 아깽이 시절과 성인이 된 고양이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깽이 시절의 냥이들은 정말이지 작고 귀여운 생명체, 마치 요정 같다. 성묘가 되어서는 늠름한 모습을 띄는 녀석도,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많아져 도도한 모습을 뽐내는 녀석도 있다.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책에 나온 여러 고양이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고양이를 고르자면 단연 앙고라고 할 수 있다. 성묘가 되니 그 몸집이 슈퍼 고양이가 되었다! 도대체 7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작가님의 아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다는 앙고. 마을회관 앞에서 울던 앙고는 대장고양이 노릇을 하던 오디를 끌어내리고 권력을 장악했다고 한다. 하긴 저 덩치면 냥이들의 세계를 평정할 만하지... 여러모로 매력 넘치는 앙고다.



17년의 기록이 담긴 묘생일기




오디, 앵두, 살구, 새콤이, 달콤이, 금순이, 여울이, 순둥이, 장고, 깜냥이 등 다양한 이름을 지닌 개성 넘치는 고양이들! 냥이들을 어떻게 만났고, 각 냥이들이 어떤 성격과 행동 특성을 지녔는지 책에 자세히 나와있다. 묘생일기란 말이 딱 어울리는 책.

화려한 점프 기술을 선보이는 살구 이야기, 활달한 장난꾸러기 여울이, 양발 무늬가 짝짝이인 짝짝이 등 다양한 고양이 에피소드들이 있어 냥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저자의 처가인 다래나무집 고양이 이야기를, 2부에선 길에서 만난 고양이 이야기를, 3부에선 고양이 식당 2,3호점 고양이 이야기를, 4부에선 집에서 만난 고양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양이들의 영역다툼 이야기, 방앗간 고양이들을 맡게 된 사연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책에 녹아있는데, 여러 이야기 중 전원 할머니와 산둥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위의 사진 속 할머니가 전원 할머니인데, 작가가 마당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던 전원 할머니와 만난 건 2010년의 일이라고 한다. 전원 할머니는 산둥이를 가장 아꼈는데, 산둥이는 할머니와 함께 12년을 살았다.

산둥이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고, 아롱이가 낳은 여섯 마리의 새끼고양이들인 '소냥시대' 냥이들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들이건만, 고양이들이 텃밭을 파헤친다고 이웃집에서 쥐약을 놓거나 사냥개를 풀어 어느 순간 고양이들이 사라졌다는 대목을 읽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쪼록 고양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코스모스는 시들어도 금순이의 미모는 시들지 않는다' '아, 몰라. 오늘은 묘치원 안 갈래!' '뭐여, 시방! 어디서 꽁치 굽는 거 같은데..."처럼 각 고양이 사진마다 저자가 각주처럼 달아놓은 문장들은 위트 넘치는 제목학원 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사진에 어울리는 센스 있는 문장들이 웃음을 유발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고양이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미모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표정연기와 개그감으로 책에 재미를 더해준 고양이들에게 이 서평의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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