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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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한 따스한 성장 스토리






직업도, 돈도, 애인도 잃은 스물다섯 살의 에밀리. 그녀는 모든 게 막막한 상황에서 10년 이상 연락하지 않았던 할아버지 집으로 도망치듯 찾아가게 됩니다. '다쓰우라'라는 이름의 한적한 시골 어촌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상처입은 마음을 안은 채 현실에서 도망친 에밀리가 어촌 마을 사람들의 친절과 할아버지의 따뜻한 말들로 인해 점점 밝아지고, 내면이 단단해지는 이야기가 이 소설책에 담겨 있었어요.

다녔던 레스토랑에서 실직하고, 갈 곳이 없어진 채 방황하는 에밀리. 에밀리는 어디를 가든 소극적이고, 이해득실로 따진다면 자신은 손해를 보는 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방황하는 에밀리의 모습이 저인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움찔움찔했지만, 그래도 차분히 읽어내려갔습니다.



마음을 채워주는 따스한 말들이 담긴 소설





할아버지 집에서 작은 부엌칼로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면서, 에밀리는 힘든 생활을 하느라 비어버렸던 마음을 조금씩 채워갑니다. 그 비운 마음을 채우는 데에는 할아버지와 함께 만든 맛있는 요리 뿐만 아니라, 다정한 어촌 사람들의 따스한 말도 한 몫 했죠.

"그러니까 나는 이 그네를 흔들고 있을 때만큼은 될 수 있는 한, 요즘 있었던 '작지만 좋았던 일'을 떠올리고, 그때의 감정을 새삼 꼼꼼하게 되씹어보기로 했습니다."

언제나 유쾌한 다쓰우라 마을의 어부 신페이씨도, 마음 속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는데요. 신페이씨는 에밀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살아 있으면 누구에게나 나쁜 일도 일어나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계속 우울하게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요즘 있었던 '작지만 좋았던 일'을 떠올리는 것으로 불쾌한 상황에서도 좋은 기분을 맛보면 되는거라는 신페이씨의 말이 참 따스했어요.


적절한 때에 울려퍼질 풍경 소리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에는 할아버지가 만든 '풍경'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띠링- 하는 풍경 소리가 어지러운 에밀리의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불로 달구고, 물로 식히고, 마지막엔 망치로 두드리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완성된 풍경은 겉보기에도 좋고 음색도 아름다워지는 게다."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로 달구고, 물로 식히고, 마지막엔 순동을 망치로 두드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어쩌면 사람도 이 '풍경'과 같지 않을까요.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선, 불로 달궈지는 시간도 있어야 하고, 때론 긴 기다림의 시간도 거쳐야 하죠. 마치 적절한 때에 낚싯대를 던져야 물고기가 잘 잡히는 것처럼, 우리들도 적절한 때에 아름다운 풍경 소리를 낼 수 있음을 할아버지의 말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어요.


이 세상의 거친 역풍을 헤쳐갈 무기가 없다고 말한 에밀리에게, 이제는 할아버지가 준 작은 부엌칼이 무기가 되어줄 거라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어요. 자신에 대해 이것저것 떠들어대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될 에밀리. 움츠렸던 에밀리가 긍정과 자신감을 얻게 되며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힐링 일본소설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을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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