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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다
미요나 지음 / 다향 / 2017년 3월
평점 :
남주 : 강진혁 27~34세. 건축사사무소 '움' 대표건축사. 7년전, 자꾸 눈에 띄던 야구부 후배의 친구인 한재희의 졸작전에 우연치않게 모델로 서게되고, 사귀자고 건넨 청을 거절당한 채 7년이 흐른다. 뜻하지않은 의뢰로 그녀의 샵 내부설계와 시공을 맏게되고 공사를 하면서 그녀에게 다가간다
여주 : 한재희 22세~29세 슈즈디자이너. 슈즈샵 플래퍼 운영중. 대학시절 초등때부터 친구인 중현으로 인해 그가 소속된 야구동아리에서 그를 만난다. 중현을 마음에 두고 있고 낯가림도 심한 스타일이라 그의 고백을 물리친 적이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이태리 유학을 제대로 끝내지못하고 돌아와 패션업계에 있다가 퇴사, 슈즈 디자이너를 꿈꾸며 원하던 슈즈샵을 열기위해 매장공사를 의뢰하다 그를 다시 만난다.
'타이밍' 이라는 게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물건 사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약때문에 엇갈리게 된다면 절대 엮일수 없는 인연. 타이밍.
두번이나 만나는 타이밍을 처음엔 놓쳤고 두번째에는 잡아낸, 두 사람의 이야기.
오랫만이다. 미요나 작가의 책.
책 읽을 때마다 느끼는데, 이 분은 작가 자신이 예술가(특히나 미술관련)일꺼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글을 쓴다.
처음 읽었던 '사랑을 향해 간다'는 도자기 만드는 여주였고, '그렇게 와버렸다'는 사진작가였던 기억나는데 이 책은 의상디자이너였다가 후에 슈즈 디자이너로 영역을 바꾼, 예술가 여주가 나온다(심지어 남주도 공간을 설계하는 디자이너인 건축가)
작가도 후기에 쓰셨는데, 워낙 이미지화가 잘 되는 글이라, 글을 읽는데 사진이나 화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공간과 사물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그것 자체로도 글을 읽는 맛이 났다.
뭔가 4계절 낮과 밤의 그려지는 묘사들이 정적(靜的)인 캐릭터들에게 활기를 넣어준 것같다.
예술에 관계된, 그것도 시각과 밀접한 슈즈나 공간에 대한 일을 하는 주인공들이라서 캐릭터 자체도 스타일리쉬하고 멋있다. 이런 예술가 주인공들 보는 걸 행복해하는 내가 글 읽으면서 펼쳐지는 사건들이 얼마나 좋았는지. 천천히 읽고싶었다.
다만.
여주가 낯가림이 심하고 조용한듯 예민한 (감정적인)깍쟁이라고 느껴져서 이 여주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솔직히 쉽지 않았다. 많이 서걱거리고(미요나 작가님 여주들의 특징이겠지만 건조하고 무심한 스타일. 이번 여주도 그랬다) 내가 쫒아가며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내가 잘 모르는 성격의 주인공들을 이해하는건 쉽지 않더라.
이런 여주 캐릭터 탓인지, 감정이 쭈욱 연결되는 느낌이라기보다 챕터나 글바뀜(장면전환? 이라고 해야하나.. 미안하다 무식해서 -.-;;) 이 있을 때마다 연결되는 장면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훅훅 뛰어넘는데, 뭔가 감정도 같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겉보기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남주. 속에는 욕심도 많고 여주에 대한 애정도 갈구하는데 그게 여주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까봐 마음을 숨기는 남주와, 그에 비해 속을 잘 모르겠는 여주.
사람이 사랑을 할 때, 서로의 마음을 나눌 때 똑같은 무게의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게 아니라는 걸 나도 안다. 사랑은 무게로 잴 수도, 크기를 측정할 수도 없는것이고 똑같이 사랑한다 해도 경중의 차이는 나는거지만 그래도 둘이서 하는 사랑이니, 사랑하는 동안만큼은 온 마음을 다해 충실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왠지 이 여주는 다주는 사랑을 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여주가 이래놓으니 덩달아 남주도 깍쟁이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나에겐 많이 어려웠던 여주.
내가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던 낯선 여주라서 그렇지 예쁜 스토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유능하고 재주많은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는 일이 참 즐겁고 풍경이나 공간 묘사에 대한 탁월함이 글 읽는 맛을 느끼게 하는데,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적었나 싶어 걱정된다.
남주가 3형제중 맏이인데, 동생들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여서(특히나 연년생 남동생 수혁) 동생들 이야기가 나왔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