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시 너
박지영 지음 / 청어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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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 지  환 19~28세. 백화점 마케팅전략기획실 팀장. 고3 겨울방학식 날, 몇일후면 스무살이 되던 날. 이제 어른이 다 되었다 생각하던 그 날, 너와 내가 겪었던 그 사건. 우리는 그 일로 인해 꽤 많은 시간을 떨어져 지냈다. 9년이 흐른 지금. 이제 너는 내 곁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된게 아닐까.


여주 : 윤제이 19~28세. 프랑스 유학중인 미대생. 우리는, 아니 나는 그 날의 경험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듯 싶어. 잊기 위해 도망쳤고, 어쩌면 많이 잊었는지도 몰라. 너를 보지 않고 산다면 잊혀질까. 함께 겪은 일이지만 그 일로 우린 따로 지낼수 밖에 없게 되었지. 아직도 나는 겁이 나고, 두려워. 모든게.




이 책은 소개글을 믿고 시작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박지영 작가 책은 이상하게 안 읽히고 읽기 힘든 지점이 있다.

소개글에 적여있던 그 비밀스런 사건과 그로인해 달라지게된 두 사람의 인생이 궁금했다.


프롤로그의 두 사람. 고등학교 생활을 마감하는 즈음. 내일모레면 스무살이 되는 두 사람이긴 하지만 아직 고3.

현재 고3의 엄마인 내가 보기에, 아직 쟤네 고등학생인데!! 하는 키스신이 나오는데.

고3 엄마의 심한 감정이입(!)으로 내가 예민했던지 솔직히 두 사람의 모습이 예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 격은 그 일 이후 오랜 기간 프랑스에서 지내던 그녀가 엄마의 소환으로 귀국하고, 아버지의 병환을 알게되는데 그 뒤에 나오는 그녀의 이상 행동들에 짜증이 났다. 스물 여덟이나 먹은 어른이 할 일인가? 싶은 행동들이 살짝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곧 그녀의 이런 행동들은 그녀 가족이나 주위의 관련인이 몇년간 겪었던 일을 한꺼번에 겪어야하는 여주의 감정혼란일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고나니 마음이 아팠다. 길지 않은 인생살이에 여주가 겪어내야하는 힘든 일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겪은 경험은 같지만, 그 일이 두사람에게 끼친 영향이나 그 후의 성장은 꽤 많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밝고 활동적이던 여주는 그 싯점에서 인생이 성장을 멈춘듯 머물러 있고, 그런 여주를 한없이 기다리는 남주는 속으로 많이 단단해져간다.

나이가 같다고 같은 경험을 했다고 똑같이 성장하고 깊어지는 것은 아닐테다.

자기 상처를 보듬기에도 힘겨워 다른 감정적인 성장에 도전하지 못했던 그녀가,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을 거쳐 다시 스스로 그리고 거리상으로는 떨어져 있었지만 감정적으로는 늘 함께했던 남자친구인 남주에게 새롭게 발맞춰 가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함께 자라고 둘도 없을 친구였던 관계라서 였을까, 서른 가까운 어른의 모습 보다는 아직도 철없는 고등학생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어서 잠깐씩 낯설기도 했다. 여주가 갖고 있는 톤이 급작스레 변하는 것같아서 살짝씩 감정의 이어짐이 끊기는 느낌도 있었다.

이런 들쭉날쭉한 여주의 감정선과는 반대로 소나무같이 한결같은 남주의 성향은 글을 지탱해가는 힘이었지 않나 싶다.

같은 나인데, 심지어 여주보다 생일도 느린데도 이렇게 반듯하고 굳건하다니. 남주 괜찮네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김영하 작가가 그런 말을 하는걸 본 적이 있다. 소설가는 단어채집가 라고.

그렇게 모은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고 글을 꾸민다는 소설가.


박지영 작가가 꾸미고 만든 이 글의 단어들, 그리고 문장들이 살짝 내 취향이나 감각과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같은 글을 읽고도 다른 감상이 나오는 건 전적으로 취향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지영 작가를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이 글도 무척 좋으시리라.

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취향차이를 느끼게 하는. 몰입이 힘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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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세트 - 전2권
남궁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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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 최 운 33세. 브랜드 네이미스트, 프리랜서 광고 디자이너. 어려서부터 살던 동네 화곡동의 아는 형이 운영하는 헌책방에서 만난 알바생 여주에 관심이 생긴다. 동네 주민인 그녀에게 자꾸 쏠리는 관심. 유부녀에게 이런 감정은 온당치않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가는 걸 접을 수는 없고...


여주 : 이자온 28세. 헌책방 알바녀. 술집 알바등을 거치며 지금은 동네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중인 비밀이 많은 유부녀. 솜씨좋은 엄마와 할머니 덕에 음식 만드는 재주가 여간아닌 숨기는게 많은 여자. 기사 식당을 하셨던 외할머니가 남겨주신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또 특별히 선호하는 쟝르없이 이런저런 영화를 보게된다. 그중에 기억 남는 영화들과 장면들이 있다.

배경음악없이, 효과음없이 주인공의 움직임만을 쫒아가며 숨소리나 물건의 소음만으로 이루어진 롱테이크 씬과 그런 영화들. 다른 부가 설명은 배제하고, 그 씬안에서 이뤄지는 일로 주인공의 모든걸 말해주는 영화.

처음 이 책을 읽어갈때 느낌이 꼭 그런 롱테이크씬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책의 문단들은 불친절하다. 여주의 과거에서 남주의 현재로, 또 여주의 현재였다가 남주의 과거가 나오거나, 남조와 여주의 이야기로 휙휙 장면이 전환되며 나를 끌어당겼다.

이렇게 불친절함에도 불구하고 놀라웠던건,  짧은 문단의 에피소드 안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이었다. 결코 짧지않을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세상에, 단 몇개의 대화로 다 설명이 되더라.



책은, 첫 부분부터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짧게 조금씩 감질나도록.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이 만나게되기 전에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교차편집하듯 보여준다. . 뭔가 한참 숨겨둔 비밀이 있는듯 한데, 전혀 아닌 척 딴 얘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독자인 나에게까지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듯이 새침하게.

이게 은근 내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너희 대체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니? 뭘 감췄어? 내가 한 번 파헤쳐주겠어! 하고.


챕터 제일 먼저 나오는, 팟캐스트 내용이 영화속에 숨어있는 주제로 남주와 친구가 나누는 대화였인만큼 인용한 구절들도, 영화도 많은데,  이 작가는 어떤 경험을 하고 산 사람이길래 이런 많은 인용들을 이리 적절히 쓸수 있을까 싶었다. 그냥 영화를 보는 나로서는 이렇게 많은 영화에서 고르듯 구절을 뽑아내고 적절히 사용한다는건 참 놀라운 일이다.




나는, 책을 읽을때 표지와 표지 날개 작가프로필, 그리고 안쪽 출판사 소개와 목차를 거쳐, 바로 작가후기로 넘어가서 작가 후기를 먼저 읽는다.

무슨 생각을 하며 글을 썼는지, 글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 이 책이 작가에겐 어떤 의미인지, 책을 읽기전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니까..


후기 제일 앞 3문장.


어리석은 나의 첫사랑

엇갈린 우리의 20대

누군가에게 한번도 일등이 되어보지 못한 당신에게.


마지막줄 누군가에게~는 1권 챕터1이 시작되기전, 첫머리에 다시한번 쓰여져있다.

작가후기를 읽을 때도, 책을 시작할 때도, 그 문장이 갖는 의미를 몰랐다.

책을 읽다가 알았다...

누군가에게 있어 한번도 일등이 되지 못했다는 말이 갖는 의미.

그 문장이 갖는 서글픔을 알아버린 사람의 마음이 어떤걸지.

 

1권 뒷표지에 나와있는 3인에 대한 소개.

왜 굳이 3명이였을까.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두명만으로도 충분할텐데...

건영을 통해, 아니 이 3명을 통해서 그들이 관계맺는 사람들의 상황과 사건들을 곁들여, 결국 작가는 사람이 살아가는 여러 모습을 그리고 싶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굉장히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특히나 주인공들은 가족이 묘한 인연으로 얽혀있어서 그들의 과거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는데 나는 주인공 만큼이나 그들의 부모의 캐릭터도 참 좋았다.


최운의 아버지, 이자온의 어머니와 외할머니.

남주는 아버지의 '남자로서의' 일생을, 여주는 어머니의 '여자로서'의 인생을 통해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랑을 보여주는게 참 흥미로웠다.



어디선가 들었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아이가 보게 되는 아버지의 등. 엄마의 등. 그게 두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또 현재의 그들에게 어떻게 이어지는지.

제 윗대의 부모들의 모습까지 묘사되며 주인공이 그런 과거를 통해 갖게된 가치관과 성격들을 적절하게 맞춰가면서 맺어지는 모습이 참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책이라, 다 읽고나면 말하고 싶은 이야깃거리도, 짚고넘어갈 포인트들도 풍성해지는 책이다.


얇은 책 2권짜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라 금세 읽히지 않았다. 또 금방 읽어치우고 싶지도 않았다.


뭔가 막장 이야기 별로 없고, 마지막엔 감동까지 곁들이는 주말연속극? 같은 느낌이 든다. 화곡동 어딘가에 가면 정말 운과 자온이가 사는 집이 있을 것같다.

'인생은 사랑은 이렇게 계속 이어진다 Home, sweet home'하는 느낌으로...

자온이 처음 말했던 자기 가족의 모습은 home sweet home이 아니었을 테지만 결국 자기 가정은 그렇게 꾸미고 살겠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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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처방이 되나요?
최준서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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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 이강우 34세. 공덕동 소재 우현빌딩 공동소유주, 강우빌딩 건물주. 두집살림을 하던 아버지가 낳은 본처자식. 아버지의 부정을 안뒤 엄마와 함께 도미, 10여년을 살았다. 아버지가 후처의 자식과 함께 공동 소유주로 등록해둔 건물때문에 왔다가 그녀를 만난다. 첫만남에서부터 그를 끌어당겼던 여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 동.정.남.


여주 : 김지완 27세. 약사. 우현빌딩 1층 김약국 경영중. 어린 동생을 낳고 사망한 엄마대신 아버지밑에서 커왔다. 아버지의 죽음과 빚. 그리고 아직 고등학생인 남동생. 그녀는 대학원진학과 외국 제약업체에 입사하고팠던 마음을 접고 아버지가 하셨던 약국을 운영중이다. 많은 빚을 갚기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하고, 그렇게 건물주와 엮이게 된다.




책이 나온지는 이제 1년쯤 되었네요.

제 특징이기도 한데, 잘 모르는 작가 책은 여간해서는 덥석 사질 못해요. 이 작가의 전작인 그녀석을 사두고도, 읽지못하고 묵혀뒀던 터라, 이 책은 그냥 패쓰했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작가의 책만 쟁이는것 같아서요

그러다가 몇일 전에 이웃이신 늘보님의 리뷰를 봤어요.

건물주와 세입자 이런건 눈에 안들어오고, 늘보님의 "따뜻한 가족애" 라는 표현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아시죠? 제가 이런 따뜻한 가족애가 나오는 책엔 아주 많이 약하다는 사실요.

따뜻한 가족애 만 나오는게 아니라는 이웃의 말씀은 귀에도 안들어오고, 뭔가에 홀린듯 그냥 덮어놓고 질렀어요. 그것도 늘보님 도움 받아 중고로요!!! 이 대목에서 늘보님 감사해요~~



사랑같은건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던 남주에게 찾아온 불편하고도 생소한 감정.

여주에 대한 끌림과 그걸 무마하려고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는 그의 속마음들.


글이 줄어드는게 아까운데 앞에 또 무슨 일이 있을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되는 모순된 상황.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어요. 책이 두꺼운데도 줄어드는게 아쉽고, 그런데도 또 얘네 둘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막 손에서 못놓겠는 거요...


책이 굉장히 두꺼운데 여주와 남주의 합 을 볼수 있는 대목은 솔직히 많지않아요. 대신에 그 남자의 일상, 그녀의 일상 특히 남자의 일상을 통해 그와 그녀 혹은 그 남자의 이야기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저는 아무래도 남주에게 빙의했었나봐요. 지문에 나오는 남주의 이야기에 몰입되다보니 그의 톡톡 쏘는 말버릇이, 여주와의 긴장 최고조에 다다라 속마음을 드러냈을 때 내 마음속 아픈 사실들을 내보이는 것처럼 뭉클하고 속상했어요. 그래서 남주가 이제는 행복해지기를, 그의 일상이 편해지기를 응원하고 바라게 되었어요.



진짜 오랫만에 읽는 동정남 + 동정녀 로설이예요!!

어린애들이 갖는 처음 관계도 아니고 다큰 성인 남녀. 어쩌면 늙은? 어른이 동정인 설정은 참 오랫만입니다. 그런 그가 늦바람이 무서운줄 모른다고, 여주에게만 안달하는 모습이 또 어찌나 흐뭇하던지요...


챕터 제목들도 내용과 잘 맞아떨어지는. 진짜 흐뭇하게 읽고 덮은 책이예요.


오랫만에 읽는 내내, 읽고나서도 흡족한 책을 만나서 지난 2~3일 행복했어요.

비닐 포장 해뒀던 그녀석 꺼내 읽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요즘은 이북만 내는 분도 계시고, 전부터 유명했던 작가분도 계시고, 작가풀이 넓어져서 좋은 작가분들 많지요.

그런데 나와 호흡이 잘 맞아서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가를 만나는 것은 쉬운듯 쉽지않다는걸 자주 느낍니다. 이 책이 그랬어요. 분량이 많아서 책이 두꺼운데도, 주인공들의 알콩달콩이 많지않은데도 책을 읽는 설렘과 즐거움에 빠지게 하는 마법. 그걸 이 책을 읽으며 겪었어요.


캐릭터가 갖고있는 성격적인 신선함을 배제하더라도, 문장을 이루는 단어들, 단어를 수식하는 구절들의 쓰임이나 선택이 대단히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그 덕에 비슷한 문장들이 톡톡 튀면서 글을 생기발랄하게 만든것 같아요.



작가님 출간 텀을 보니, 다작하시는 분은 아니신거 같던데,

다음에 내실 책이 정말 기다려져요. 다음 책은 출간즉시 사겠어요!! ㅎㅎ

간만에 참 재밋고 행복해지는 캐릭터 만난것 같아요..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이야기로 인해, 나도 행복해지는 경험을 만들어주신 작가님, 감사해요.

다음책도 기다리고 있을테니 좋은 작품으로 컴백해주세요...

강우와 지완이로 인해 뭉클하고 또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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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주의보
정은향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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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 한지후 31세 한경건설 전략기획본부장. 한경 회장의 사생아. 친모와 7세에 사별하고 아버지와 살다 계모(회장의 본처)에 의해 해외로 나돌았다. 어려서의 트라우마로 인한 충동조절장애를 가졌다. 아버지에 의해 불려들어와 아버지의 비서와 함께 일하며 사업상, 파트너를 맺는다. 비록 그녀는 자선적 행동이라 하지만...


여주 : 은진경 28세 한경건설 회장실 비서. 아버지가 엄마를 살해하는 걸 목격한 그녀. 그 일로 고아가 되어 고아원에서 자랐다. 17세부터 후원자가 되어준 한경에서 20살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 8년동안 비서실에 몸담았다. 회장에 의해 본부장 비서로 발령. 그의 손발, 그리고 그 이상(?)이 된다.



작가님 이벤트에 떠억하니 당첨되어 온 책.

설마, 내가 당첨되겠어? 하고 신청했다가 설마가 사람잡은 책 되시겠다. ㅎㅎ


아, 별점은 3.8~9쯤. 별 3개 반은 아깝고, 별4개까지는 아쉽고.


진짜 솔직히 말하면.

재미 없으면, 그냥 읽고 말려고 했다. 재미 없는것 까지 리뷰를 쓸 힘이 요새 없다.

리뷰를 써야할 강제적인 이벤트도 아니었고 요즘 책을 읽기시작했다가 끝까지 읽어내는 책이 드물고, 리뷰를 쓰고싶은 책은 솔직히 거의 없다.

정은향 작가의 작품 중에 읽은 것이라고는 꿈의 맛 하나다. 

꼴랑 그거 하나 읽어놓고 작가의 책들과 비교하고 언급하는건 안될일인거 같지만

대신, 꿈의 맛에서도 그랬는데 이 책에서도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가 그들의 꿈에 투영되어 나타나더라. 그 점은 작가가 작품들을 통해서, 또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몸이 쉬는 시간을 통해서 그와 그녀를 지배하는 꿈.


주인공들은 경우는 좀 다르지만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었고, 그래서 그들이 갖고 있는 내상(內傷)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에게서 자신과 같은 모습이 보여 끌리게 된 남주

그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할수 있는 여주


다른듯 비슷하고, 또 비슷한듯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였는데,

의외로 신선하게 생각되었던건,

이 남주. 알거 다 알고, 해볼거 다 해본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서툴고 어색하고 초보같은. 허당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 여자를 수도없이 겪었지만, 정작 사랑은 해본 적이 없어서 어쩔줄 몰라하는 그의 모습이 참 재밋었다.

뭐랄까, 막무가내 식 남주의 연애모습이, 갑자기 진지했다가 느닷없이 코믹하고 이런 변환이 빈번하기 때문에 글이 주는 속도감에 종잡을수 없이 끌려가게되어서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니 쓱쓱 잘 읽히고 간간히 웃음이 터졌다.

뒷쪽에 조금 과한게 아니었나 싶은 씬이(지극히 내 기준에서!) 있기는 한데, 뭐 남주의 마음이 그만큼 과격했다고 치지 뭐...


남주의 감정변화가, 그가 갖고 있는 병명과 비슷하게 롤러코스터를 탄 것 처럼 변화무쌍하기때문에, 그리고 여주와 남주의 싯점에서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어 있어서 좀 정신없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재밋게 읽었다..


정은향 작가의 책을 두권밖에 읽지않아서 함부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작가의 남주 스타일은 이렇게 떼쟁이? 같고 귀여운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 떼쟁이 남주에게 주긴 여주가 좀 아까워...

능력있고 서늘하고, 빈틈없는 여주... 일 잘하는 능력자 여주를 만나는 일은 늘 기분 좋다...



재밋는 책 읽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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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하우스
채현 지음 / 가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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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 정동원 35세 건축가. 사별남에 아픈 아들이 한명 있다. 가끔 가던 칵테일 바의 바텐더 겸 매니저인 여주를 알게되고 가까와진다.


여주 : 서수연 30세. 칵테일 바 매니저. 아픈 엄마를 돌보느라 대학도 자퇴하고 10년을 칵테일바의 바텐더 겸 매니저로 지내왔다. 밤장사, 술장사를 한다는 이유로 쉽게 보이지 않으려 손님들과 무난한 선을 긋고 지내왔는데, 손님으로 왔던 남주에게 끌린다.




역대급 나쁜놈이라고 칭하던 이 책의 남주..

다들 말리는 바람에, 좋아하는 작가님 책이 나왔는데도 사지 못하고 계속 망설이기만 했다. 책은 나오자 마자 질러야 하는데, 자꾸 늦어지다보니 곁의 친구들 이야기가 귀에 들리고 주저하게 되서 이걸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나름 작가님의 다크물을 꼭꼭 사모으기를 하는 중이라(작가님이 쓴 뱀파이어 물이나, 코믹물은 여전히 패쓰중) 사긴 해야할 것 같아서 몇 달 동안 책을 안사고 버티다가 올해가 가기 전에 드디어 사서 읽었다.

지금은 믿고 거르는 작가가 되어버렸지만, 정경하님 책도 다크물이 진리지!!

채현님 책도 이렇게 우울하거나 다크한 스토리가 더더더 마음이 가고, 채현님 역시 다크물은 진리! 라는 생각이 든다.



샌드 하우스.

모래로 만든 집. 혹은 모래 위에 지은 집.

단단한 바탕 위에 세우지 않은 허상과 같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이라는 뜻이 이 책의 설정과 참 잘 맞았다 싶다.


스포일러라 다 꺼내놓고 설명하기는 그렇지만,

살아온 세월이 너무 험하고 힘들었던 겨울나무 같았던 여주가 의도와 목적을 갖고 그녀에게 접근해온 남주에게 끌리고 또 사랑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함께 일하며 10년을 동료로 지낸 칵테일 바의 사장에겐 느끼지 못했던 설렘을 남주에게서는 느꼈다니까. 그런 끌림은 운명이라고 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주가 숨기고 있는 의도와 목적때문에 그의 속마음이 전반부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아서, 속을 알 수 없는 묘하고 미스테리한 남자의 느낌이 강하다가,  일이 진행되며 드러나던 그의 행동들이 독자의 혈압을 올리는데 큰 몫을 한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런 그의 모습. 아픈 아들 때문에 뭐든 할수 있던 그의 모습엔 그다지 거부감 들지 않았다. 그게 부성애로 느껴질 뿐, 나쁜 모습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화 났던 부분은, 여주의 과거를 의심하고 전 부인에 대한 애틋함을 숨기지 못했던 부분이였다.

남주가 여주를 사랑하게 되면, 과거는 잊어줬으면 싶다. 애틋했던 과거라도 그 흔적은 지우고 여주를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유로 남주의 전여친이나 전부인은 악녀 설정이 많지 않나? 이 남주의 사별한 전 부인은 악녀 설정이 아니어서인지 애틋한 과거로 포장되고 가끔 나오 전부인의 동생(남주 친구)를 통해서 남주가 여주를 제대로 사랑하는 느낌을 주지 않는게 참 찝찝했다.

그러니 남주가 여주를 이용한다는 느낌이 강하고, 사랑이라 느끼지 못한 독자는 남주를 나쁜 놈으로만 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 이후에 보이는 그의 흔들림. 여주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에게 마음이 끌리며 그녀의 과거 상처들이 그에게 스며들게 되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들로 나는 그의 사랑을 느낀 것 같다.

그러고 나니, 전반부에 그가 했던 행동들이 그에겐 두고두고, 평생을 가며 여주에게 갚아야 하는 마음의 빚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글 전체를 흐르며 서술되는 감정은 여주의 것인데, 종반부에 몰아치며 나오는 남주의 후회나 애틋함 때문에 이 남자가 책을 덮은 후에, 살아가면서 여주에게 느낄 감사함, 그의 과거행동들에 대한 미안함은 미래에도 진행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했던 생각들, 시도들 그런 것들이 남주인공 마음속에 내내 남아서 평생을 살며 부인과 자식을 보며 뜨끔한 순간이 올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기억이란 남들은 다 잊어도 당사자에게 가장 생생하게 오래도록 지속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남주는 평생을 가며 온마음을 다해 사랑해야하는 존재가 둘이나 더 생기게 된것이고, 그걸로 그의 속죄?는 되는게 아닐까 싶었다.


샌드 하우스로 표현되는 남주가 갖지 못했던 가정과 가족.

그게 시간이 흘러, 특별하지않은 소소한 가족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마무리되는게 나는 꽤 좋았다.



이 책은, 작가님의 이북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의 확장형 버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책의 여주는 빚에 팔려와서 남주 곁에서 그게 사랑이라고 느끼며 사는, 좀 강압적이고 무뚝뚝했던 남주 곁에서 사랑의 색다른 형태를 보여줬던 커플의 이야기였는데 그책의 설정이 좀더 발전되고 넓어진 이야기가 이 책이지 않았나 싶다...


별점 4는 좀 아쉽고, 나는 4.2 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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