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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하우스
채현 지음 / 가하 / 2016년 11월
평점 :
남주 : 정동원 35세 건축가. 사별남에 아픈 아들이 한명 있다. 가끔 가던 칵테일 바의 바텐더 겸 매니저인 여주를 알게되고 가까와진다.
여주 : 서수연 30세. 칵테일 바 매니저. 아픈 엄마를 돌보느라 대학도 자퇴하고 10년을 칵테일바의 바텐더 겸 매니저로 지내왔다. 밤장사, 술장사를 한다는 이유로 쉽게 보이지 않으려 손님들과 무난한 선을 긋고 지내왔는데, 손님으로 왔던 남주에게 끌린다.
역대급 나쁜놈이라고 칭하던 이 책의 남주..
다들 말리는 바람에, 좋아하는 작가님 책이 나왔는데도 사지 못하고 계속 망설이기만 했다. 책은 나오자 마자 질러야 하는데, 자꾸 늦어지다보니 곁의 친구들 이야기가 귀에 들리고 주저하게 되서 이걸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나름 작가님의 다크물을 꼭꼭 사모으기를 하는 중이라(작가님이 쓴 뱀파이어 물이나, 코믹물은 여전히 패쓰중) 사긴 해야할 것 같아서 몇 달 동안 책을 안사고 버티다가 올해가 가기 전에 드디어 사서 읽었다.
지금은 믿고 거르는 작가가 되어버렸지만, 정경하님 책도 다크물이 진리지!!
채현님 책도 이렇게 우울하거나 다크한 스토리가 더더더 마음이 가고, 채현님 역시 다크물은 진리! 라는 생각이 든다.
샌드 하우스.
모래로 만든 집. 혹은 모래 위에 지은 집.
단단한 바탕 위에 세우지 않은 허상과 같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이라는 뜻이 이 책의 설정과 참 잘 맞았다 싶다.
스포일러라 다 꺼내놓고 설명하기는 그렇지만,
살아온 세월이 너무 험하고 힘들었던 겨울나무 같았던 여주가 의도와 목적을 갖고 그녀에게 접근해온 남주에게 끌리고 또 사랑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함께 일하며 10년을 동료로 지낸 칵테일 바의 사장에겐 느끼지 못했던 설렘을 남주에게서는 느꼈다니까. 그런 끌림은 운명이라고 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주가 숨기고 있는 의도와 목적때문에 그의 속마음이 전반부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아서, 속을 알 수 없는 묘하고 미스테리한 남자의 느낌이 강하다가, 일이 진행되며 드러나던 그의 행동들이 독자의 혈압을 올리는데 큰 몫을 한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런 그의 모습. 아픈 아들 때문에 뭐든 할수 있던 그의 모습엔 그다지 거부감 들지 않았다. 그게 부성애로 느껴질 뿐, 나쁜 모습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화 났던 부분은, 여주의 과거를 의심하고 전 부인에 대한 애틋함을 숨기지 못했던 부분이였다.
남주가 여주를 사랑하게 되면, 과거는 잊어줬으면 싶다. 애틋했던 과거라도 그 흔적은 지우고 여주를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유로 남주의 전여친이나 전부인은 악녀 설정이 많지 않나? 이 남주의 사별한 전 부인은 악녀 설정이 아니어서인지 애틋한 과거로 포장되고 가끔 나오는 전부인의 동생(남주 친구)를 통해서 남주가 여주를 제대로 사랑하는 느낌을 주지 않는게 참 찝찝했다.
그러니 남주가 여주를 이용한다는 느낌이 강하고, 사랑이라 느끼지 못한 독자는 남주를 나쁜 놈으로만 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 이후에 보이는 그의 흔들림. 여주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에게 마음이 끌리며 그녀의 과거 상처들이 그에게 스며들게 되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들로 나는 그의 사랑을 느낀 것 같다.
그러고 나니, 전반부에 그가 했던 행동들이 그에겐 두고두고, 평생을 가며 여주에게 갚아야 하는 마음의 빚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글 전체를 흐르며 서술되는 감정은 여주의 것인데, 종반부에 몰아치며 나오는 남주의 후회나 애틋함 때문에 이 남자가 책을 덮은 후에, 살아가면서 여주에게 느낄 감사함, 그의 과거행동들에 대한 미안함은 미래에도 진행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했던 생각들, 시도들 그런 것들이 남주인공 마음속에 내내 남아서 평생을 살며 부인과 자식을 보며 뜨끔한 순간이 올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기억이란 남들은 다 잊어도 당사자에게 가장 생생하게 오래도록 지속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남주는 평생을 가며 온마음을 다해 사랑해야하는 존재가 둘이나 더 생기게 된것이고, 그걸로 그의 속죄?는 되는게 아닐까 싶었다.
샌드 하우스로 표현되는 남주가 갖지 못했던 가정과 가족.
그게 시간이 흘러, 특별하지않은 소소한 가족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마무리되는게 나는 꽤 좋았다.
이 책은, 작가님의 이북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의 확장형 버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책의 여주는 빚에 팔려와서 남주 곁에서 그게 사랑이라고 느끼며 사는, 좀 강압적이고 무뚝뚝했던 남주 곁에서 사랑의 색다른 형태를 보여줬던 커플의 이야기였는데 그책의 설정이 좀더 발전되고 넓어진 이야기가 이 책이지 않았나 싶다...
별점 4는 좀 아쉽고, 나는 4.2 쯤?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