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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너
박지영 지음 / 청어람 / 2018년 6월
평점 :
남주 : 지 환 19~28세. 백화점 마케팅전략기획실 팀장. 고3 겨울방학식 날, 몇일후면 스무살이 되던 날. 이제 어른이 다 되었다 생각하던 그 날, 너와 내가 겪었던 그 사건. 우리는 그 일로 인해 꽤 많은 시간을 떨어져 지냈다. 9년이 흐른 지금. 이제 너는 내 곁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된게 아닐까.
여주 : 윤제이 19~28세. 프랑스 유학중인 미대생. 우리는, 아니 나는 그 날의 경험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듯 싶어. 잊기 위해 도망쳤고, 어쩌면 많이 잊었는지도 몰라. 너를 보지 않고 산다면 잊혀질까. 함께 겪은 일이지만 그 일로 우린 따로 지낼수 밖에 없게 되었지. 아직도 나는 겁이 나고, 두려워. 모든게.
이 책은 소개글을 믿고 시작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박지영 작가 책은 이상하게 안 읽히고 읽기 힘든 지점이 있다.
소개글에 적여있던 그 비밀스런 사건과 그로인해 달라지게된 두 사람의 인생이 궁금했다.
프롤로그의 두 사람. 고등학교 생활을 마감하는 즈음. 내일모레면 스무살이 되는 두 사람이긴 하지만 아직 고3.
현재 고3의 엄마인 내가 보기에, 아직 쟤네 고등학생인데!! 하는 키스신이 나오는데.
고3 엄마의 심한 감정이입(!)으로 내가 예민했던지 솔직히 두 사람의 모습이 예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 격은 그 일 이후 오랜 기간 프랑스에서 지내던 그녀가 엄마의 소환으로 귀국하고, 아버지의 병환을 알게되는데 그 뒤에 나오는 그녀의 이상 행동들에 짜증이 났다. 스물 여덟이나 먹은 어른이 할 일인가? 싶은 행동들이 살짝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곧 그녀의 이런 행동들은 그녀 가족이나 주위의 관련인이 몇년간 겪었던 일을 한꺼번에 겪어야하는 여주의 감정혼란일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고나니 마음이 아팠다. 길지 않은 인생살이에 여주가 겪어내야하는 힘든 일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겪은 경험은 같지만, 그 일이 두사람에게 끼친 영향이나 그 후의 성장은 꽤 많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밝고 활동적이던 여주는 그 싯점에서 인생이 성장을 멈춘듯 머물러 있고, 그런 여주를 한없이 기다리는 남주는 속으로 많이 단단해져간다.
나이가 같다고 같은 경험을 했다고 똑같이 성장하고 깊어지는 것은 아닐테다.
자기 상처를 보듬기에도 힘겨워 다른 감정적인 성장에 도전하지 못했던 그녀가,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을 거쳐 다시 스스로 그리고 거리상으로는 떨어져 있었지만 감정적으로는 늘 함께했던 남자친구인 남주에게 새롭게 발맞춰 가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함께 자라고 둘도 없을 친구였던 관계라서 였을까, 서른 가까운 어른의 모습 보다는 아직도 철없는 고등학생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어서 잠깐씩 낯설기도 했다. 여주가 갖고 있는 톤이 급작스레 변하는 것같아서 살짝씩 감정의 이어짐이 끊기는 느낌도 있었다.
이런 들쭉날쭉한 여주의 감정선과는 반대로 소나무같이 한결같은 남주의 성향은 글을 지탱해가는 힘이었지 않나 싶다.
같은 나인데, 심지어 여주보다 생일도 느린데도 이렇게 반듯하고 굳건하다니. 남주 괜찮네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김영하 작가가 그런 말을 하는걸 본 적이 있다. 소설가는 단어채집가 라고.
그렇게 모은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고 글을 꾸민다는 소설가.
박지영 작가가 꾸미고 만든 이 글의 단어들, 그리고 문장들이 살짝 내 취향이나 감각과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같은 글을 읽고도 다른 감상이 나오는 건 전적으로 취향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지영 작가를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이 글도 무척 좋으시리라.
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취향차이를 느끼게 하는. 몰입이 힘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