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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3 - 우리 역사를 바꿀 19가지 오해와 진실
이덕일. 김병기 지음 / 김영사 / 2004년 8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봤을때는 - 이제까지 '정설'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설들을 대담하게(!) 담아서 내놓았기 때문에 - 과연 이것이 역사학을 전공한 학자의 책이 맞는지를 의심했다. 백제가 해외에 식민지를 만들었다던가, 왕건의 조상이 신라 밖에서 활동하던 교포라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된 것이지만, 역사학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새로운 학설'을 처음 내놓아서가 아니라, 이미 나와 있던 학설을 보다 간결하게 정리하고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정리했기 떄문에 의미 있다는 책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또 이 책은 '우리가 애써 무시했던 고대사'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잊고 싶은 근현대사'에도 똑같이(!)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도 좋다. 흔히 고대사를 중요시하는 역사책은 중세사나 근세사, 근현대사를 소흘하게 다루고 근세사를 다루는 책은 근세사에만 빠져서 고대사나 근현대사를 무시하기 일쑤며 근현대사를 중시하는 책은 고대사를 말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기 일쑨데, 이 책은 그러지 않고 모든 시대의 모든 역사를 똑같은 분량으로 다루면서 똑같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좋다는 것이다(자신감을 잃어버린 모방은 사대주의로 이어졌고, '공존'과 '보편 법칙'을 잊어버린 자존심은 자만심 내지는 국수주의로 이어지지 않았던가?).
그러나 나는 이른바 '치우천황'이 하북성이나 산동성에 살았던 '동이東夷'족의 수호신일 수는 있어도 그가 오늘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는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설명하지 않은 점이 불만스럽고('동이'는 주나라가 붙인 명칭이지 자신들이 스스로 지은 이름이 아니므로, 그들이 오늘날의 우리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논증하지 않으면 그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작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고조선이나 부여는 다루지 않은 채 치우천황에서 고구려/백제로 곧바로 이어지는 서술을 한 것도 (조금은) 못마땅하다.
또 백제의 해외 식민지 건설을 다루면서 남조 사서의 기록이 진짜인지 아닌지만 다뤘을 뿐 중국 광서장족자치구에 남아있는 '백제향'이나, "백제가 진(晉)나라 때부터...송,제,양나라 때까지 장강 왼쪽(강소성)에 웅거했다."는 북조 사서의 기록은 살피지 않은 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 비록 신라의 근친혼이 그 시대의 질서라는 점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 '우리가 근친혼을 금지한 것이 오래되지 않으니 이를 전통으로 여기지 않아도 괜찮다'는 주장은 자칫 잘못하면 근친혼을 되살리자는 말처럼 들리는 점도 신경쓰인다.
마음같아서는 지은이들에게 이런 점을 고쳐달라는 편지라도 보내고 싶으나 이미 책은 나왔고, 독자인 내게 남은 것은 그저 이 책이 지닌 장점과 약점을 널리 설명하는 길뿐이니, 부디 이 책을 발판삼아 보다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져 언젠가는 이 책을 뛰어넘을 저작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임 :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만한 책이 없으니,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은 분은 이 책을 읽어보시라. 그러면 많은 사실과 지식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