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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자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3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이광윤 옮김, 김효진 그림 / 동녘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몇 해 전, 대학교 도서관에서 '동녘'이 아닌 다른 출판사가 우리말로 옮겨서 내놓은 [광란자]의 표지를 본 적이 있다. 제제를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 같이 놀던 소년으로만 기억하던 내게, '청년이 되어,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때문에 식구들과 갈등하는 제제'는 너무나 낯선 존재였고 나는 환상이 깨지는 것이 두려워 그 책을 외면해 버렸다.
그로부터 몇 년 후에 다시 만난 [광란자]는 내게 동심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꿈'을 키워주던 라임오렌지 나무도, 함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던 '아담'이라는 두꺼비도 없는, 말 그대로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같은 또래인 동무(:친구)와 함께 '권위'를 상징하는 교장을 욕하고, 사춘기 소녀와 함께 사랑을 나누면서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을 이겨내지 못해 식구들과 갈등하는 제제...나는 그에게서 졸업과 취직, 독립을 걱정해야 하는 (그러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읽었고 그 때문에 그의 사랑이 - 양아버지의 병과 씰비아 (제제의 연인) 네 식구들의 감시 때문에 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고 슬퍼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는 걸 말하면 너무 감상적이라는 말을 듣게 될까?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가슴아팠고 그래서 나는 어느새 그가 되어 "지리 과목은 안 알려진 곳으로 방랑하라고 유혹하는 상상의 날개!"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삶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2~30대나, 사랑이라는 열병을 앓으면서 괴로와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볼 것. 물론 그 전에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햇빛사냥]은 꼭 읽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