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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당신은 햄버거가 '자유'와 '합리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는가? 피자가 '모든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진수성찬'이라고 여기는가? 다른 음식은 귀찮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맥도날드 햄버거사를 만든 레이 크록이 즉석 식품(패스트푸드) 산업을 “단순히 동족(: 다른 업체)을 죽여야 하는 게임일 뿐”이라고 말하고, 대부분 10대나 20대인 종업원들이 “매장이 붐빌 때까지 공식적인 근무 시작을 미루도록 강요받고 또 자신의 근무 시간이 끝난 다음에도 별도 수당 없이 일할 것을 강요”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즉석 식품 업체의 창업자가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제안을 듣고 “나는 이 제안에 찬성합니다, 정말로요.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말입니다.”라고 말하며 노골적으로 반대한다는 사실을 읽기만 해도 당신이 이들 업체에 대해 품고 있던 선입견이 산산이 깨질 것이다.
이 산업에 필요한 고기를 대 주는 사람들은 손가락을 잃어버려도 “한 손이 정상이 아니라면 다른 손을 사용하면 되겠네.”라는 냉담한 대답을 들으며, “심지어 수족(손발 - 옮긴이) 절단 수술을 받은 다음 날에도 출근을 강요”받는다. 척추 수술을 받은 직원이 일터로 돌아오면서 ‘척추 수술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는 것이 왜 말도 안되는 소리인지를 입증하는 사례’로 소개되는 현실은 어떻게 봐야 하나?
양고기와 곡물을 갈아서 소에게 먹이는 사육방식 때문에 광우병이나 O - 157이라는 질병이 더 널리 퍼지게 된 사실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기 1997년 KCBS - TV가 "레스토랑 종업원들이 음식을 만들면서 손으로 코를 풀거나, 손가락에 묻은 샐러드 드레싱을 빨아먹거나, 코를 후비거나, 음식이 담긴 접시 위에서 담뱃재를 터는 모습“을 찍은 사실은 차라리 ‘애교’라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는 이런 사실들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이런 ‘패스트푸드의 제국’에서 벗어나려면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삼는 맥도날드의 광고를 줄이고, 더 엄격한 위생 규정을 만들어서 적용해야 하며, 업체 안에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돌아서서 매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라고 촉구한다.
‘더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는 세상, 인간을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 사람이 <상품>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구해서 읽어보시라. 비록 지은이가 미국을 겨냥해 책을 쓰긴 했지만, 이 나라 사람들도 맥도날드와 피자헛에 중독되어 미국 시민들과 비슷한 병을 앓고 있으므로 이 책이 가르쳐주는 실상과 해법은 이 나라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