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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렵지 않아요 - 아름다운 소년, 이크발 이야기
프란체스코 다다모 지음, 노희성 그림,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 이야기를 3년 동안 붙들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단순히 '양탄자 공장에서 달아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당하게 붙들려 오랜 세월동안 갇혀서 살았고 마침내 달아나 자유를 되찾은 사람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했을 때, '새장'속에 갇혀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하다고 느낄 때, 그(:이크발)는 내게 다가와 두려웠지만 사람들 앞에서 칼을 휘둘러 자신이 짜던 양탄자를 잘라 버림으로써 자신이 처한 부당한 상황을 폭로했던 일, 욕을 듣거나 매를 맞거나 다른 형벌을 받을 것을 각오하고 달아났던 일, 비록 처음에는 탈출에 실패했지만 나중에 다시 시도해서 마침내 양탄자 공장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난 일,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유를 되찾아준 일을 들려주었다.
그런 상황에 처했던 사람이 그뿐이었겠는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식구들과 억지로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얻어맞고도 하소연하지 못하는 사람, 침략전쟁에 가지 않겠다고 말해서 감옥에 갇힌 병사, 독재정치나 신정神政 정치가 싫어서 싸우는 사람은 모두 '또다른 이크발'이 아닌가? 따라서 그들이 갇힌 곳은 '또다른 양탄자 공장'이요 그들의 반항은 '또다른 이크발들의 탈출'인 셈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노예노동의 부당함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억누르는 현실에 어떻게 맞서 싸우는지, 그리고 그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살아있는 교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크발의 말투 가운데 일부는 어색하기 그지없는 문어文語체라는 점(예컨대 '~단다.'라는 말로 끝나는 말)이 거슬리고, 다다모 씨가 파키스탄을 직접 가보지도 않고 글을 썼다는 사실도 문제이니 독자들은 이 사실을 참고해서 이 책을 '실록'이 아닌 '실화소설'로 받아들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