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는 사람들
라이너 침닉 글, 그림, 장혜경 옮김 / 작가정신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 <▦'신천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이어짐..

우리는 이 장면을 보면서 ‘타락한 혁명가는 수구세력의 반격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다. 또는 남들을 타도하자고 외친 혁명가가 나중에는 타도 대상이 되어버린다’는 씁쓸한 사실을 깨닫는 것으로 만족(?)하고, 이상 그 자체가 아니라 이상을 퍼뜨린 ‘사람’이나 그 ‘조직’을 무작정 받드는 태도를 ‘조용히’ 내던져야 한다.

그럼 그걸로 모든 게 끝나는가? 자신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저 북을 맨 채 길을 가기만 하는(반대를 위한 반대만 외치고 자신들이 ‘왜’ 반대하기 시작했는지도 잊어버린) 몇 안되는 생존자들이 자신들이 떠나온 도시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길을 떠나는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그래, 그냥 이곳에 주저앉아서 조직이 시키는 대로 살지 뭐.’라고 생각하고 책을 덮으면 될까?

아니다. 이것이 끝은 아니다. 식물이 시들면 그 식물이 남긴 씨앗이 다시 싹을 틔우고, 물고기가 죽으면 그 물고기가 낳은 알이 다시 깨어나 물고기로 자라듯이 자신들의 과거를 잊어버린 북 치는 사람들 대신 ‘새로운 북 치는 사람’이 나타나 “새 인생을 시작합시다! 아무도 살지 않는 신천지를 찾아 떠납시다!”라고 힘차게 외치면서 북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혁명은 타락하고, 녹슬어버리고, 타도대상이 되고, 나중에는 죽는다. 그러나 체념하진 마시라. 혁명이 죽은 자리에는 죽은 혁명을 거름 삼아 다시 새로운 혁명이 싹트고, 옛 혁명의 자리를 이어받는다. 그리고 그들의 심장 소리이기도 한 북 소리는 새 혁명이 싹트는 한 계속 울리면서 당신의 가슴을 뒤흔들 것이다.

그러니 만약 북 소리가 울리거든, 주저하지 말고 북을 맨 채 뒤를 따르라. 그러지 못하겠거든 북 치는 사람들에게 몰래 먹을 것과 입을 것, 약을 건내주고 “당신을 지지할게요.”라는 말이라도 건네 주라. 어쩌면 그 사람이 떠난 뒤에는 당신이 북을 치며 구호를 외칠지도 모르지 않는가.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