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의 몰락 - 기업의 문화 지배와 교양 문화의 종말
모리스 버만 지음, 심현식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내내 착잡했고,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했다. 다만 그 느낌을 다 옮기지는 못하겠기에, 한마디만 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는 버만 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미국에 대한 열등감을 씻어내고 ‘제국’의 몰락을 ‘남의 일’로 여길 만큼 여유로운가? “우린 달라. 우리는 무너지지 않아.”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어와 역사 과목을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으로 정해 사실상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기로 한 교육부의 정책, ‘부자가 되는 법’을 다룬 책이나 ‘살 빼는 방법’을 다룬 책이 많이 팔리는 현실, 사회 보장 제도와 노조를 무조건 반대하며 ‘의무’와 ‘희생’만 강요하는 재벌, ‘웃기는’ 영화만 만드는 영화사, 같은 아시아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을 모르는 한국인 대학생이 한국을 찾은 이란인 감독한테 '아프가니스탄이 뭐예요?'라고 묻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버만 교수가 지적한 내용과 너무나 똑같지 않은가? 게다가 한국은 ‘세계화’란 구호를 내걸고 무작정 미국을 따라했으니 해악이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미국이라는 ‘제국’의 잘못된 정책을 따라하다가 병들어버린 한국 사회가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며, 아울러 이 책은 단순한 ‘반미’가 아니라 설득력 있는 탈미(:미국을 벗어남. 사실 이 말은 글쓴이가 만들어낸 말이다)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다만 책에 실린 내용 가운데 ‘운동기구나 정치 사상 자체는 문화를 되살리는 데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은 (어떤 일을 밀고 나가려면 조직이나 사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고, 우리 현실에도 맞지 않으므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유의하며 읽기 바란다. 또 버만 교수가 '예'로 든 사례도 중세 유럽의 수도사이다 보니, 구미인이 아닌 우리에게는 좀 생소하다는 점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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