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행복 - 행복해지고 싶지만 길을 몰라 헤매는 당신에게
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 나무의마음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바라고 있다. 행복은 그 사람을 만족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행복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손에 쥐고 나는 한참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쉰일곱 해를 살아오면서 덧대어졌던 모든 것을 벗어내고 벌거벗은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때가 필요한데 그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에 책장을 넘겼다.

법륜스님의 ‘행복’은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스님의 말씀을 통해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해주고 있다.

원하는 대로의 삶에 관한 말씀은 단번에 나를 알몸으로 만들어버렸다. 행복의 조건을 따지기 보다는 현재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던 습관을 멈추고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으로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를, 행복의 기준을 미리 정해놓고 그 길만 고집하기 보다는 고집을 내려놓고 인연에 따라 지혜롭게 대처하는 행복의 비결을 알려주었다.

즉문즉설로 명쾌한 답을 주시던 스님의 말씀을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움이 앞섰다. 그러면서도 30여 년 전,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무 부러울 게 없던 때, 한창 삶에 대한 고민에 대한 답을 찾겠다며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갖게 되었는데 결혼을 하고 남편으로, 가장으로서 짊어진 현실의 무게에 차츰 퇴색되어가더니 지금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 헛헛함마저 느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위로는 상사눈치에 아래로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사원들로 긴장된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느닷없는 퇴직으로 지금 나는 길을 잃고 서 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찾게 된다. 내가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그리고 깨닫게 된다. 그동안 나는 삶의 주인이 아닌, 삶의 방관자로서 타인의 평가에 적합하기 위해 ‘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그 속에서 안주한 채 살았다는 것을, 실패와 위기 속에서 시도와 도전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는 것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지금 다시 새로운 일을 찾는 것에 자신이 없어졌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에 대한 말씀은 나이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주고받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자 아직도 내가 미숙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갈등을 줄일 수 있기를,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어 폭 넓게 사귀고 부모 노릇도 자식을 위한 희생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서로 행복해지기를. 비록 자식이라 할지라도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능력껏 도와주라는 책임을.

적어도 나는 가족에 대한 사랑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해왔는데 정말 말 뿐이었다. 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권위를 내세워 무조건적인 순응과 내가 바라는 대로 지시해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아이들에게서 겉도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아 그 차이를 빌미로 언성을 높이는 일로 상처를 주기도 했었으니. 얼굴이 홧홧거린다. 마음을 가다듬고 스님을 마주한다.

남의 불행위에 내 행복을 쌓는 게 성공적인 삶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달려왔던 것에서 탈피하여 남과 더불어 행복해져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남을 이기려는 마음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자기 좋을 대로, 자기 가치관대로 살아가되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욕망에 끌리지 말고 깨어있어야 한다고. 모순된 현실을 극복하고 다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남을 비난하기 전에 나부터 그렇지 않겠다는 결심을 권유하셨다.

답답했던 가슴이 뚫리는 것을 느낀다. 지금 내가 긴장된 날을 보내는 것은 급작스러운 퇴직,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다시 일을 하려는 것도, 그 일이 남들이 인정하는 자리라는 사실에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물론 일을 다시 하겠지만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가 잘 하는 일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당장 급한 마음에 선택을 했다가 잘 맞지 않아 그만 두게 되고,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몸만 왔다갔다하고 있으니.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겠다.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해지는 연습에 대한 말씀은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많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마음을 갖고 살면 좋은 일이 생길 확률이 높은 것처럼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일어난 일을 일단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으로 문제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고, 사물의 전체를 보는 지혜로운 안목으로 주변 조건의 노예가 아닌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닌 주는 것으로 남을 돕는 공덕으로 행복해지기를, 행복한 삶은 돈에 얽매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자신의 쓰임새가 어디 있는가를 중심으로 도전하고 실천하며 재미와 보람을 얻기를 당부하셨다.

어떤 삶을 살고 있더라도 우리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행복하고 불행한 것은 모두 자기 책임으로 더 이상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삶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나 혼자만의 성공이 아닌 세상에 기꺼이 쓰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스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서 나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되찾았다는 즐거움이 무기력했던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게 해주었다. 온전한 행복은 세월의 흐름이나 시대와는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축으로 우리 삶의 근본인 것이다. 다만 내가, 우리들이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지금까지 뒤를 돌아보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겨를조차 없었다. 그러다보니 지금 내 존재의 의미조차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이제 쉰일곱 해를 살아내고 있는 나는 이 대화를 통해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제2의 삶을 시작할 것이다. 다시 숨을 들이쉰다. 내 삶의 주인으로서 또 다른 내일을 열기 위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대신 행복의 무기를 얻었다. 나는 비록 나이 들었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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