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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 - 기시미 이치로의 사랑과 망설임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사랑은 우리 삶과 함께 하는 힘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을 배우고, 어른이 된 후로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사랑을 하고,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의 이별을 한 잔 술로 잊고, 그런 과정을 몇 번 치르고 나서 사랑의 완성인 듯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어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이고 보니 사랑에 대한 배움이 새삼스럽다. 이 나이쯤 되고 보면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사랑에 대한 조언을 해줄법한데 막상 입을 열면 두리뭉실한, 으레 들어왔던 말들이 전부이다.
‘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 저자의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행복하다는 답을 미리 정해버린 자신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은 젊은 사람들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도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는 나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랑을 위해 배워보고 싶은 요량으로 책을 펼쳐본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개념에서부터 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와 그 답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거기에 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로 불리는 만큼 철학적 의미를 더해 더 깊고 넓게 사고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연애, 결혼의 사랑으로 인한 문제와 답으로 해결해주고 사랑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도 짚어주었다.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사랑의 기술로 보다 좋은 사랑을 쌓을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사랑은 관계 속에 머물러야 비로소 살아가는 기쁨도 행복도 느낄 수 있는데 관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서 갖게 되는용기가 필요하고, 프롬의 생각처럼 사랑은 능력의 문제이고 나아가서는 기술로 그만큼의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쌓아올리는 것이다. 결혼은 두 사람의 새로운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결혼한 두 사람은 평생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을 굳게 결심하고 풀기 힘든 매듭을 함께 묶은 사이이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내용은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얼굴이 홧홧해졌다. 숱하게 회자되는 말처럼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앞세워 내가 우선인 사랑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와 다름을 인정하기 낳고 무조건 나에게 맞추기를 강요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에도 내가 우선으로 지배하고, 보수적이라는 권위를 내세워 역할을 정해놓고 은근한 압력을 넣고, 오래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사랑 역시 당연한 것으로 일관해왔었다. 반대로 아내의 자리에서 보면 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불편한 관계였을지. 어쩌면 아내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생활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의, 우리의 사랑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에. 늦은 감은 있지만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먼저 지금 나의 사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유를 갖고 살펴보고, 나는 혼자였을 때의 내가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살아가는 나라는 것을, 사랑은 오직 사랑하는 것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성숙한 사랑을 위해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관계에서 비로소 성립한다는, 구속은 사랑의 모습이 아니고 사랑의 모습은 자유라는 것도.
하나로 뭉뚱그려있던 사랑은 저자의 섬세한 손길로 하나씩 자리를 잡고 나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다른 무엇보다 자기중심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나의 사랑을 쌓아올리는 사랑의 기술을 습득해본다. 아내는 나와 대등한 관계로. 아내에게 관심을 갖고, 아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나와 생각이 다를 때는 대화를 통해 나에게 맞추기 보다는 다름을 받아들이며 해결해나가고. 각자의 시간이 아니라 체험된 시간을 만들어 둘 만의 시간을 느끼며 ‘지금, 여기.’사랑할 수 있도록 손을 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야겠다.
책을 다 읽고 내가 해야 할 것들로 마음이 바빠졌다. 내 사랑이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동하는 것을 보면 사랑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내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다. 아이들 엄마가 아닌, 아내를 위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화사한 블라우스와 아내가 좋아하는 장미꽃 한 다발도, 그리고 오랜만에 예전처럼 마음을 담은 편지도. 이 나이에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아내라는 이름은 하루쯤 내려 놓고 나의 사랑하는 그녀로서 가슴 설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아내의 환한 웃음을 그리며.
물론 지금까지 습관처럼 몸에 베어있는 잘못된 사랑의 방법을 고쳐나가려면 시간도 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좋다. 그 모든 것들은 행복한 사랑을 위한 기쁨이기 때문이다. 한 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금 이 시간을 사랑으로 채울 수 있기를, 아내와 영원한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