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롤로그에 가까운 서두를 읽어 내려 갔을때는

젊은 수련수사와 아픈과거를 가진 숙녀의 사랑을 그린줄 알고

흔하디 흔한 소설처럼 생각하고 사실 가볍게 읽어 나갔어요.
사실 이런소설이야 흔하디 흔한것이니 단숨에 마지막장까지 읽어주고

가볍게 후기를 쓸 생각에 교만스런 자신감까지 차있었죠~

하지만 신간도서 높고 푸른 사다리 중반에 접어들면서  

옅은 핑크색은 사라지고 마음속을 파고느는 비수처럼 푸른빛으로 다가왔어요.
종반에 이르자 마음속에서 꾸역꾸역 무거운 아픔과 슬픔이 울컥 올라오더라구요. 

 

 

 

 

 

 

 

 

마치 어렸을적에 추운 겨울날 썰매를 타다가 앞으로 고꾸라져 코부터 얼음에 부딧쳤을때처럼 말이에요~
딱딱한것에 부딪힌 충격으로 코끝에서는 찡한 아픔과 함께 얼음냄새와 흐릿한 비린내가 머리속으로 흘러오고
몸은 크게 다친것같지 않아 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흔들려서 내마음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버둥대는 느낌같은 것이었어요.
덫에 사로잡힌 동물처럼 정신은 멀쩡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슬픔같은 것이 말이죠.
어서 엄마가 와서 날 일으켜주길 바랬는데 주변에 엄마가 보이지 않았던때에

겁에 질린것처럼 가슴에 아픔이 전해졌어요.

공지영도서 '도가니'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를 읽을때도 이런느낌이었죠~

 

 

 

 

 

 

신은 선한사람을 먼저 데려간다는 말이 있어요.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불의의 사고고 죽었을때 유족들을 위로할때 옛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에요.
무슨뜻이냐 하면 선행을 행하는 사람의 영혼이 너무 아름다워 신이 옆에 빨리 두고 싶어서 그 영혼을 일찍 데려간다는 뜻이죠.

중반에 주인공인 수련수사 요한의 수련동기생인 미카엘과 안젤라의 죽음은

왜 신은 선한사람을 먼저 데려가야만 했는지에 대해 분노까지도 일더라구요.

그들은 미혼모인 여성해고자를 도와주고 그들에게 베푼 사랑을 책임지기 위해 했던 행동때문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게 되어요~ 
그리고 주인공의 마음을 뿌리채 흔들었던 여인은 간단한 작별인사도 없이 자기가 있었던곳으로 돌아가 버리자
주인공인 요한의 혼란스러움은 읽어내려가는 저에게까지 전해지더라구요. 

 

 

 

 

 

종반에 다다르자 혼란스러움은 사라지고 마리너스수사님의 50여전전 한국전의 흥남철수의 증언이 시작되는데
아마도 이부분이 이소설의 가장 차갑고 무거운 부분이라고 생각되요.
저는 이부분을 다섯번은 더 읽은것 같아요. 그렇지만 후기를 다 마치고도 몇번은 다시 읽어야 될것같아요.
하지만 몇번을 읽어도 잉크로 인쇄된 글씨에서 마치 차가운 바닷물이 축축하게 흘러나와 젖어있는것 같았어요.
화약냄새와 기름냄새,차가운 바닷바람을 맞는 굶주린 사람들이 느꼈을 죽음의 공포는
정말이지 흑백 역사 필림을 보는듯 너무도 생생했어요.
전쟁이 미화된 영화나 다큐에서는 절대 느낄수 없는, 마치 얼음으로 된 손으로 심장을 뜯기는 아픔이 느껴졌어요.
아마도 그 사람들이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같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겠죠.

 

 

 

 

 

 

 

그런 사람들에게 구원에 손을 내민것은 신이 아니라 한 사람의 결단이었어요.

물론 그결단은 신이 준 사랑에서 나왔겠지만요.
자신의 결정하나로 배나 난파되거나 좌초되면 모든 사람들이 잘못될수 있음을 아는

엄청  젋은 선장 마리너스(후에 마리너스 수사)에게는
너무도 엄청난 책임감에 시달리고 남한에 도달에 피난민을 모두 내리고도 그 떨림을 떨치지 않게 돼죠.
비록 당장 죽을수 있는 북한의 전쟁터에서 목숨을 구해주었지만

그들을 다시 언제 동사로 죽을지 모르는 차가운 남한땅에 내려놓았을때에
그는 피난민들에게 너무도 연민을 느끼고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워 해요.
어쩌면 이책의 진짜 주인공은 마리너스 수사인것 같네요..

 

 

 

 

 

 

 

아마도 공지영 작가님은 요즘 볼만한 책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 말하는 사랑이란것은
남녀간 일대일의 이성(異性)간의 사랑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에게 베풀수 있는 이성(理性)과 연민(憐憫)에서 시작된
성(性)을 배제한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을 알게 해주고 싶으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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