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인의 추천도서로 박범신님의 [소금]을 읽어보았다.

베스트셀러 <은교> 이후에 만나본 박범신님의 이 작품은 내게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겨주었는데,

그동안 서술해왔던 '아버지'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아버지상을 그려내고 있어

자못 새롭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엄마 아빠라는 말속엔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만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부모란 무엇인가? 사랑, 돈줄, 희생, 양보...

오늘의 아버지들, 예전에 비해 그 권세는 다 날아갔는데

그 의무는 하나도 덜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며온다.

 

소설속에 나오는 시우의 말로인해

아버지가 아버지이기 이전에, 그냥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고 

청동조각이라는 이니셜로 부르는 '선명우'라는 인물의 기억속으로 들어가면서

지난 과거로의 암울했던 시절로 돌아가야했다.

시를쓰고 노래하는 인생은 그에게 하나의 판타지에 불과했을 것이었다
그 세대가 보편적로 걸어온길...
너의 숨은 꿈은 버려라!
그 세대라면 젊은 날 누구나 그런 명령을 받고 있었다

- 본문 123p 중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과거의 이야기만 있지는 않다.

선명우가 말하던 "세월 참 아득해요..." 이 말은

'젊은 너희는 잘 모를거야' 라는 뜻이 담겨있는 말이었다.

'선명우'가 첫사랑과 나누었던 달콤 쌉싸름한 러브스토리, 첫사랑과의 피치못할 이별이야기와

자신을 '통장'같이 취급했던 아내와 세딸과의 부유로웠던 삶,

가출이후 김승민을 돌보며 사는 소설속 주인공의 삶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감정들과 환경들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선사해 준다.

 

 

 

 



 

어머니의 희생은 많이 회자되지만 아버지의 희생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좀 촌티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아버지들이 꿈을 버리고 치사해져버렸기 때문에 그나마 자식들이 굶지 않고 살 수 있었던 시대...

현재의 풍요로운 삶은 아버지의 희생에서부터 비롯되었으리라~!

 

 

 

 



 

소설속 이야기 전개는 바로 폐교 운동장 앞 배롱나무로부터 비롯된다.

조선의 선비들은 신념을 굽히게 될지도 모르는 자신을 미리 경계하느라

곧고 담백한 배롱나무를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하던데,

선명우가 배롱나무처럼 꿋꿋한 아버지에 대한 이상을 꿈꾸고 있었는듯~

그래서 가출이후 불가능해 보이는 구성원들로 신기하게도

멋진 중창단과도 같은 울타리를 만들어내고 있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게 하는 소설 [소금] 을 추천도서로 권하고 싶다.

 

 

 



 

프롤로그 <햇빛살인>이라는 내용은 소설 중간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실타래가 풀어지며,

중간에 나오는 강경이라는 배경과 젓갈, 소금을 만들어내는 염전과

염부의 서술은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해주었다.

 

“치사해, 치사해……” 중얼거리며 부둣가에서 일하는 아버지,

베트남전에서 다리가 잘린 채 아버지,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고 소리치는 아버지,

소금을 안고 엎어지는 아버지, 감옥에 간 아버지,

사우디아라비아 모래바람 속에서 일하는 아버지,

가족을 등지고 도망치는 아버지까지 다양한 인물을 통해 만나본 우리시대 아버지들을 만나보시길 권한다.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세상의 모든 소금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맛이 달라, 소금에 포함된 아미노산 같은 것이 만들어내는 조화야

사람들은 단맛에서 일반적으로 위로와 사랑을 느껴.

신맛은 나에게 시비를 거는것 같고, 짠맛은 옹골찬 균형이 떠올라, 쓴맛은 어둠이라 할 수 있겠지...

......소금은, 인생의 맛일세."

- 본문 133p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