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가치란 무엇일까?
책을 원가적인 가치로 따진다면 책이란 그저 종이 한 묶음에 검정색 잉크로 활자가 인쇄된 것이다.
오래전 거금을 주고 구입한 책도 재활용센터에는 무게로, 헌책방에서는 권당 기껏 일, 이천원이면 거래된다.
더욱이 멀티미디어에 도입하여 외국에서는 전자책이니 e-북이니 새로운 매체로 책이 바뀌어 가고 있는것을 보면 바야흐로 책의 가치가 수시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종이가 풍부하고 인쇄기술이 발달하면서 현대인들에게는 책이 넘쳐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따진다면 하루에도 신간이 몇 백, 아니 몇 천권이나 쏟아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러 가서 신간코너에 가면 몇 주전에 본 신간들은 이미 자기자리를 잃고 새로운 책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많을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현대인들은 아직도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또한 읽고 있으며
마지막장을 다 읽기 전까지는 구입한 돈의 몇 배나 되는 물건인양 소중히 다루게 된다.
책의 가치는 단순히 종이와 활자의 가치가 아닌 읽는 이의 정서와 지식에 막대한 영향을 주며
그 독자의 인생까지 변화 시킬 정도로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종이가 귀하고 변변한 책마저 귀한 과거에는 책의 가치는 그 한 장, 한 장의 가치가 금쪽보다 귀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옛날 사람들은 귀한 책을 구해 처음 읽게 되면 목욕재계를 하고 소중한 가보인양 책을 대했다고 한다.
또한 책을 들고 가다 넘어지게 되면 자신은 흙탕물에 넘어지더라도 책은 젖지 않게 하였고 맹수에게 쫓기는 때에라도 책을 함부로 넘어가거나 다치게 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보배처럼 대하였다고 볼 수 있다.

"책에 미친 바보"에는 이러한 시절 책을 보배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책을 소중히 여긴 사람이 등장한다.
'이덕무' 그는 책 자체를 소중히 여긴 정도가 아니라 책에 실려 있는 활자 하나하나 까지도 소중히 했다고 보아할 정도이다.
처음 접하는 책을 읽을 때에는 그는 책의 목록을 파악하여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을 먼저 파악 한 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을 읽고 정해진 횟수만큼 읽으며 중간 중간 의심이 나는 내용이나 문자가 있으면 그 내용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다음 내용으로 건너뛰지  않았으며 그 내용을 적어 보관하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 뜻을 물었으며 문장에 내용을 파악하고 그 문장 하나, 하나에 음과 뜻이 저자가 말하는 내용이 곡해되지 않고 이해될 때까지 그 뜻을 헤아렸다고 한다.
그가 책을 대하는 자세는 현대인들과는 많이 달랐나보다.





요즈음 책을 읽고 그 뜻이 이해되지 않으면 대충 읽고 다음 장에서 그 뜻을 유추하여 이해하는 독서법을 가진 나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어쩌면 책을 잘못 읽어왔던 것은 아닐까하는 부끄러움이 앞섰다.
책을 대하는 자세가 200여년전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앞서 있는 것 일까 ?





책의 초반에는 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서술한 반면 중반에는 수많은 책을 읽은 그가 다른 벗들에게 보낸 편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그가 쓴 편지을 읽었을 때에는 지나친 걱정이 많은 사람처럼 느껴졌으나 그 대상이 벗들이 아닌 나에게 보낸 편지라 생각하고 보니 그 내용이 정감 있고 나를 생각하는 오랜 벗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책의 후반은 읽은 책의 문장을 이해하고 그것을 삶에 적용해 가며 살아가는 '이덕무'의 삶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간간한 묵향과 오래된 화선지에 묻어나오는 고서의 향기가 어우러진 그의 삶은 내가 알던 고고한 옛날 선비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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