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해냄 출판사에서 출간한 '황토'는 예전에 중편 소설로 발표했던 것을 장편으로 개작해서 출간한 소설이라고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번 '허수아비춤'에 이어 이번에 '황토'로 다시한번 만나게 된 조정래님의 작품. 항상 좋은책을 만나고 싶은 심정을 헤아리듯 이번에도 역시나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읽는 내내 가슴아픈 주인공의 이야기에 동화되다보면 먹먹해지는 마음은 어찌할 수 없는법. [짧은사랑 긴 정]편에서 박항구를 만나 설레는 장면이나 프랜더스와의 사건을 묘사할때는 남편 과연 남자가 쓴글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여인의 심리와 디테일을 잘 살려주었다. '황토'라는 제목은 박항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딸이 병으로 숨지자 매장하는 과정에서 황토를 덮는 장면을 인용한것이리라. '항아리를 눕혀 딸의 시신을 넣으며 점례는 더이상 울지 않았다... 항아리가 실히 한 길이 넘는 구덩이에 내려졌다. 점례는 흙을 항아리 위에 뿌렸다. 점점이 떨어지는 붉은 황토 위에 남편의 얼굴이 어리고 있었다.' 이야기 속에서 전개되는 주인공 점례의 운명과 국가의 운명이 오버랩되고, 국가의 흥망성쇠에 따라 고난의 세월에 휩싸이게 되는데 세월이 지나 남편들은 모두 사라지고 세아이와 자신만 남게된 상황에서 현실만 똑바로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고자 했고, 어머리로서의 책임을 다하기로 마음먹은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민성이 잘 드러나는듯...
그녀는 세 아이 모두 똑같이 사랑으로 키웠고, 자식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뭉치기만을 바랬는데, 첫장에서 보여주는 큰아들과 막내아들과의 원수같은 사이가 해결나지 않은 채 끝나버려 조금은 아쉬웠고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변할 때 마다 일본인 야마다와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인 박항구, 그리고 미군 프래더스까지 각시대의 권력을 대변하는듯한 남편의 뒤바뀜들이 참으로 기막히다. 점례의 큰이모는 '얼굴값을 하느라고 팔자가 기구해지는 거라'고 하지만 온 국민이 고통을 당했고 신음을 토하며 살아야 했던 시기였기에,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뼈아픈 시대를 살아온 결코 소설속의 이야기만이 아닌 그네들에게 위로를 보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