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일기 -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
싼마오 지음, 이지영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내용을 아주 간추려 보려고 생각했더니
문득 떠오른 동화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였다.
비록 장미와 여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나의 짧은 주관에 비추어 보면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사막이라는 배경 역시 우연의 일치라고 느낄 정도로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중국소설가가 쓴 중국판 어린왕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내용은 상당히 유쾌하고 해학이 넘친다.

소설을 단순히 비교해서 본다면 안되겠지만 새로운 어린왕자를 읽는 다는 기분으로 읽을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사춘기 시절에 누구나 고민하는 화두중에 하나는 '나는 누구이며 내안에는 누가 있는가'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인데 중국도 예외가 없는지 주인공 싼마오 역시 어린시절 스스로의 내면이 텅비어 스스로 허수아비처럼 껍데기만 있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빈구멍을 채우기 위해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어린왕자'가 만난 첫번째 별의 왕은 끝없이 남에게 군림하려고 하는 왕인데
'허수아비일기'에서는 주인공 싼마오가 유학중에 만난 서양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들은 순종적이고 온순한 싼마오와 동양인들에게 끊임없이 군림하려 했고 싼마오가 참다 못해 폭발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온순한 싼마오가 폭발하여 감정을 드러내자 오히려 서양사람들은 싼마오를 자신들과 같은 사람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동등한 시각으로 싼마오를 대하게 되고
싼마오는 서양사람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열린 눈을 갖게 된다.


'어린왕자'가 만난 두번째별에는 자기를 칭찬하는 말이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허영쟁이가 살고 있는데 이와 비슷하게도 싼마오가 결혼후 정착한 마을에는
남들이 머라해도 마을을 청소하는 미치광이 노인이 나오는데
결국 싼마오는 노인에게 감동을 받아 같이 미치는(?) 재미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어린왕자'가 만난 세번째 별에는 술꾼들이 살고 있는데 싼마오가 살고 있는 동네에 함께 사는 다니엘이라는 소년은 술꾼아버지와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더구나 술꾼 아버지는 부정기적으로 아이에게 손찌검을 할때도 있지만 
다니엘은 어린나이에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배려할줄 알고 또한 스스로의 꿈까지도 정확하게 세우고 있는 작은 거인같은 캐릭터이다. 정말 이런 아들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ㅋㅋ

'어린왕자'가 만난 네번째 별에는 세상모든것이 자기것이라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의 상인이 나오는데 이와 비슷한 케릭터로 싼마오부부에게 자신의 물건을 척척 팔아치우는 꽃장수 할머니가 등장한다. 이 할머니! 어찌나 수완이 좋은지 읽는 내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아마도 전생에 대상(大商)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노인에게 대처하는 싼마오 부부의 마지막 방법은 대결이 아닌 대피였다.



 
'어린왕자'가 만난 다섯번째 별에는 1분마다 불을 켜고 끄는 점등인이 나오는데
성실하지만 인간성을 상실한 로보트같은 사람들이다.
싼마오의 남편 호세의 절친 미카와 결혼한 베티가 딱 그 모양새이다.
그녀는 남편 미카와 그녀의 미래를 위해 절약하고 또 절약하지만
그럴수록 남편 미카를 친구들과 떨어져 고립시키고 인생의 낙을 하나 둘씩 잃어 가고 있다.

'어린왕자'는 지구에서 지혜로운 여우를 만나게 되는데
주인공 싼마오 역시 현명한 남편 호세를 만난것이다.
호세는 사막생활이 지겨워져서 친정으로 돌아간 부인 싼마오가 돌아올 생각을 안하자
귀환을 부탁하는 편지를 써보지만 오랫만에 사막생활을 떠난 부인은 돌아갈 생각을 안한다.
그러자 지혜로운 호세는 몇통의 편지에 소설같은 이야기를 전개하여
그녀를 스스로 남편곁으로 튀어오게(?)만드는 비상한 재주를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싼마오는 그녀의 시어머니와 시댁을 감동시켜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을 겪고 서로에게 감동받는다.
동양적인 무한 희생과 서양사람들의 근대적 감각을 동시에 지니게 된 싼마오의 시각은 상당히 개방적이며 합리적이다.
그녀는 이런 시각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사하라 사막의 이웃들은

가지각색 백인백색으로 읽는 사람들에게 살갑게 살아서 성큼 성큼 다가온다.
아마도 책속의 그들은 지금도 그 곳에서 그모습 그대로 나의 머리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같다.
이러한 개방적인 생각과 묘사를  40년전에 일기로 써내려간 작가의 앞서가는 혜안과 세련미는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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