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다 죽으리
이수광 지음 / 창해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18세기 조선의 시인이자 유배객인 '김려'가
장백산의 맑고 맑은 정기를 받고 2천년 만에 태어났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여인.
부령도 호부  부기 '지연화'와  절절한 사랑을 가슴 뭉클하게 엮어나간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10년만에 유배가 해제되어 한양으로 돌아왔지만
부령에 있는 연화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다는 소식에 공포와 두려움과 더불어
슬픔에 빠진 김려의 내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다시는 연화를 만나지 못하고 영영이별을 하게될 것을 두려워하며
미치도록 연화가 보고싶어 유배가 해제 되자마자 다시 부령으로 떠나는 김려.




 

배경이 되던 때는 사도세자가 죽고, 정조를 거쳐 순조가 즉위된 즈음이다.
노론 벽파는 서학인들을 대대적으로 탄압하던 시절에 이가환, 정약용, 이승훈, 등 많은 남인과

강완숙, 주문모,등의 서학인이 처형되던 혼란한 시절.

 

연화와 만남으로 첫눈에 반하게 되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이 시대의 사랑 못지 않게 애절하고 극적인 것은
여러가지 제약과 법도를 무릅써야했던 시대적 배경 때문일 것이며

 

"내가 누구요?"
"낭군... 아이몰라"
"서방님 해야요"
"꽃이 이뻐요? 제가 이뻐요?"

이 처럼 온몸을 간지럽히는 대사들이

그 어떤 소설들보다 보다 구성지게 느껴지는것은
보일듯 말듯 비춰지는 이야기가 옛스럽고 부드러운 속살 마냥 아슬아슬 하기 때문이다.


전반에 걸쳐 나오는 시 또한 아름답고 멋스러운 풍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데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외운 [시경]국풍편의 '모과'의 한귀절

-그대가 나에게 모과를 선물하니 나는 아름다운 보석으로 보답합니다.-

라는 표현은  너무 어여쁘다.

 

하지만 사랑이 죄가 되어 곤장을 맞는 연화와는 달리

사대부는 벌을 받지않는 장면은 현 시대의 여자로서 이해하기 힘든

조선시대의 여성들의 아픔이 가슴시리게 저려오기도 했다.

 

 

김려가 유배를 가는 과정에서 정조에 대한 내용이 잠깐 언급되기도 하는데

'당대의 내노라 하는 문신들을 압도하는 영특한 임금'이라고 표현된다.

 

김려는 유배길이 힘들고 험해서 스스로 죽고자하는 마음까지 먹었다고 하니

생각보다 비참한 형벌이었음을 짐작할수 있으며

다행히 경원이 아닌 부령으로 유배지가 바뀐 행운에

4년간 무릉도원과 같은 행복한 유배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랑하는 사이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서로 헤어져 그리워하며 살다 죽는다는 이야기로

연화는 끝내 곤장을 심하게 맞아 죽게 될때까지 김려를 기다리지만

결국 만나지 못한다는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사대부적인 조선시대의 배경을 통해 그 시대를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옛문체로 쓰여진 이야기가 새로운 감각으로 살아나 읽는 재미가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