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사계절 1318 문고 66
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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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의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열살짜리 여자아이 시선에서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담백하고 소소한 일상을 졸졸 흐르는 냇가의 물처럼 가만히 들여다 보는듯한 소설이다.
천안과 서울의 중간쯤인 '객사리'라는 마을의 이야기로
미군들이 던저주는 초콜렛을 받아먹으려 따라다니는 아이들
집안에 우글거리는 노래기 때문에 곤역스럽고,
미군부대 쓰레기장에서 수집품을 구하기도 하는 그 시절,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그 시절에 "새마을 운동 실천"이라고 적힌 리본을 달고가야 주번한테 안잡히고,
환경미화때 써 붙인 표어가 마을길 넓히기, 화투없애기, 지게없애기, 초가지붕 없애기, 등이며
새마을 운동 포스터 숙제를 해야하고, 웅변대회까지 하던 그시절... 

 




"히잉, 엄마아."
"울 애기 왜 또!"
우리집에서는 다섯살 연미도 저렇게 굴지 않는다.
내가 저랬다면 등짝에 불이 났을거다. 사실은 좀 부러웠다.아직도 애기노릇이 통하다니.
나는 집안일과 동생들을 맡아야 하는 큰딸일 뿐인데.
-56p

 

우리의 주인공 연재는 가난한 집안의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맏딸노릇을 한다.
같은 어려운 시대를 살더라도 엄하고 무서운 부모를 만나서인지
눈이 반짝이고 옴망진 아이다.

또한 잘생기고 똑똑한 반장인데다가
아버지 안계시는 집안의 가장역할을 똑똑히 해내는 든든한 오빠가 있다.
사실 두살차이밖에 안나는 오빠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인 나까지 든든한 버팀몫이 되어주던 '조연후'

 

태일이도 잘했지만 "새마을운동이야말로 어린이의 희망찬 미래라고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하며 탁자를 쾅 치기까지 한 오빠를 당해내지 못했다.
전교생이 천둥처럼 박수칠 때 나는 가슴이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57p

 

이 장면에서는 내 일처럼 어찌나 가슴벅차고 기쁜지 웃음이 절로 나온다.

새로 이사간 동네 아이들 틈에서 구슬치기를 통해 영역다툼에서 승리하기도 하고
몸싸움에서 얻어맏기도 하는 남자아이들 세계를 엿볼 수 있었고
가난하고 고단하지만 아들의 자존심을 위해서 "절대 지지도 말고 맞고 다니지도 말라"시는
어머니의 태도에서 깊은 깨달음도 얻었다.

 




새마을운동 때문에 집까지 불타 없어지며 오히려 더 힘들어져 버린 사람들중에
연재네도 포함된다.
엉성하게 지은 판잣집 그것이 바로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이다.
한겨울 모두가 잠든사이
틈을 찾아 스며든 바람이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에게
기어이 정체를 드러내고 만다.
그 시대의 가난과 고통을 알려주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꺽다리 집.
정치는 없는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었고
어린 연재에겐 그런 상황은 절망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이 현실을 대면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는 밝은 희망이다

그런 절망적이고 고단한 상황에서도
가족을 챙기고 살아가는 가족애와 서로 돕고사는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따스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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