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벚꽃을 좋아하지 않던 남자,
벚꽃을 좋아하는 여자와 벚꽃을 닮은 사랑에 빠지다."
지난 5월에 출간된 각본가출신의 우야마 케이스케의 장편소설 '벚꽃같은 나의 연인'은
1970년에 개봉했던 영화 '러브스토리'의 일본판이라고 느껴지는 스토리였는데요.
70년생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방향으로 신파조의 스토리가 흘러가지만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의 각본가답게
분명 눈으로 소설을 읽고 있었는데
머리속에서는 자연스럽게 한편의 일본 로맨스영화가 펼쳐지는듯한 착각을 일으키더라구요.

봄철, 비디오대여점의 별볼일없고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었던 청년 하루오는
비슷한 출발점에 서있던 초보미용사인 미사키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려
그녀에게 호감을 얻기위해 자신이 사진작가라고 작은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결국 그 작은 거짓말때문에 첫 벚꽃데이트부터 미사키에게 미움을 받게 되고
토라져버린 미사키의의 마음을 돌리고자 하루오는 진짜 사진작가가 되기로 맹세합니다.
얼마후 사진작가스튜디오에서 보조부터 일을 배워가는 진심어린 하루오의 모습을 보며
미사키도 그의 진심앞에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데요.
하루오에게는 자신의 거짓말로 인한 마음의 장벽도 문제였지만
하나뿐인 혈육인 동생 미사키를 끔찍하게 아끼며
유독 하루오에게 불친절한 미사키의 오빠 다카시도 넘어야할 큰산이더라구요.

여름이 되자 두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고 떨어질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지만
봄철 깊은 감기에 걸렸던 미사키의 몸에서는 감기말고도 불안스런 전조들이 시작되는데요.
결국 여름철 태풍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듯 미사키는 오빠와 함께간 병원에서
남들보다 몇십배나 빠르게 늙어가는 페스트포워드라는 난치병에 걸린것을 알게 됩니다.
건강하고 젊은 사람도 몇년, 혹은 몇달만에 노년으로 진행되는 병에 걸린 미사키는
하루오에게 자신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위해
모든 사회생활을 끊고 그녀의 오빠와 함께 몰래 입원치료를 결심하죠.

가을이 시작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하루오는 그녀에게 언제 프로포즈를 해야 할까 고민중이었는데
그런 그의 눈앞에서 그녀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미용실에서도, 그녀의 집에서도, 그녀와 걷던 거리에서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죠.
미사키가 사라졌어도 사진작가로서 그녀앞에 서기로했던 맹세를 지키기 위해
하루오는 사진작가의 밑에서 열심히 일을 배우며
그녀를 찾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데 정말 안쓰럽더라구요.

퇴원후 홀로 병마와 힘들게 싸우던 미사키는 겨울이 되자 호호백발의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되어버리고
그녀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오빠 다카시는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하루오에게 동생의 병에 대해 털어놓고 그녀가 얼마나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알려주는데요.
사실을 알게된 하루오는 자리를 박차고 미사키를 만나러 그녀의 집에 가지만
늙어버린 자신을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미사키는 벽하나를 두고 하루오와 목소리로만 재회를 합니다.
서로의 모습을 보지는 못하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둘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죠.

이듬 해 봄, 미사키에게 사진작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로한 맹세를 지키기위해
사진전에 참가하는 하루오는 미사키에게 자신의 사진전 팜플릿을 주고
자신의 사진전에 꼭 와서 봐달라고 염원을 하는데요.
늙어버린 미사키의 몸은 하루오의 사진전에 가는것조차 버겁고 힘들었지만
우여곡절 고생끝에 갤러리에 도착하여 하루오가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사진들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미사키를 사랑하며 그녀를 위해 하루오가 진심을 담아 찍은 사진들이 무엇이었기에
그녀가 그토록 가슴시리게 눈물을 흘렸는지 저도 책장을 넘기며 함께 울었는데요.
그리고 미사키는 더 늦기전 하루오를 마지막으로 만나기위해
다시 힘겹게 갤러리문을 나서게 되는데.....

봄에 벚꽃이 활짝 피어나고, 짧은 시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봄도 끝나기전에 덧없이 흩날리는 것처럼 두 사람의 사랑도 벚꽃처럼 덧없는 것이었지만
두사람중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평생의 추억이자 가져가고 짊어져야할 인생이었을음을 깨닫게 해주었답니다.

요즘 젋은 사람들의 쿨한 러브스토리와는 달리 동양적이고 보수적인 러브스토리지만
그만큼 같은 동양인들에게 서서히 스며드는 전개가 탁월했는데요.
평범하고 주변에서 봤을법한, 어쩌면 길을 가다 마주쳤을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쉽게, 그리고 서정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