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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르 깔깔 - 오감이 자라는 동시집 ㅣ 그림이 있는 동시
이상교 글, 길고은이 그림 / 미세기 / 2015년 9월
평점 :
< 까르르 깔깔 (오감이 자라나는 동시집) >
저자 : 이상교
그림 : 길고은이
출판사 : 미세기
우리말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나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역시 이상교 작가님의 책.
오감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들은 보통 좋은 느낌을 가진 것 위주로만 보여주려 하는데 이 책은 우리가 주변에서 쉬이 볼 수 있는 것들로 꾸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실, 보통의 다른 책들보다 동시집에 들어가는 표현들은 딱딱하게 느껴진다.
자주 보기 어려운 사물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 있거나 아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조금만 집중해서 관찰하면 보이는 것들을 통해 의성어와 의태어를 다루니 오히려 재미있다 느낀다.
똥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항상 큰 재미를 선사하는데 딸아이도 이 책에서 그 주제가 나왔을 때 눈으로 재미있는 똥 그림을 즐기고 귀를 열고 들으면서 깔깔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른다.
아이가 또 읽어달라고 몇 번을 요구했다.
동시집 몇 권을 아이와 함께 몇 번 읽었지만 이번 동시집이 가장 반응이 좋다.
내용이 짧고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아 나 또한 아이와 몇 번을 읽어도 또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동시집을 읽으면서 보는 것들, 듣는 것들, 만지는 것들, 먹는 것들, 냄새를 맡는 것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상에 녹아들어 있어서 내가 소중하다 느끼지 못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내가 무엇을 잊고 살았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여행이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얻는 기쁨도 크지만, 일상 속 작은 경험을 통해 작은 것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음을 알려주니 생각이 많아진다.
나 또한 다른 곳에서 행복을 느끼려 하지는 않는지, 나의 작은 경험들을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는지 생각해 본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바질은 아주 작을 때 어떻게 하면 더 자랄까 매일 살피며 무척 신경 썼는데 지금은 그런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귀찮음이 더 크게 다가와 거의 살피지 않는다.
바질이 너무 자란 탓일까, 내가 무관심 해진 탓일까.
가끔은 하늘에 있는 구름의 모양이 변해가는 것을 관찰하며 행복함을 느꼈는데 그마저도 요즘은 잘 하지 않는다.
새소리, 매미 소리, 바람 소리 모두가 나의 하루를 채워주는 고마운 것들인데 다시 산책을 시작할까 싶다.
이 동시집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일상은 무료하다, 삭막하다 느끼며 일상의 고마움을 생각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작지만 모이면 큰 행복을 선사하는 것들을 다시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아이와 동시집을 열어보기 전에 표지에 있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관적인 그림이라 다섯 가지 감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좋았다 느낀다.
아이는 < 코끼리 똥, 쥐 똥 > 시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자고 졸랐다.
크기를 비교하거나 모양을 비교하는 것, 각자 똥을 누는 방법에 차이가 느껴지니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아이가 아침밥을 먹을 때, 놀이터에서 놀 때 가끔씩 구름 모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그 시간들 덕분인지 세 식구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면 구름을 살피며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는 "엄마~구름이 우리를 따라와요!"라고 말하며 신기해한다.
어른들은 알지만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아이의 말에 맞장구를 쳐준다.
친정에 가면 구피가 있는 어항이 있는데 아이는 어항을 많이 본 지라 궁금해하기보다는 그림 속 물고기가 몇 마리인지 세어본다.
밥을 먹을 때 항상 사용하는 숟가락과 젓가락은 유독 반가워한다.
"엄마~저도 밥 먹을 때 쓰는 숟가락, 젓가락 있어요!" 하고 말하면서.
아이는 반가운 마음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움직일 때 나는 소리를 따라 했다.
아이는 평소에 발가락을 쉴 새 없이 꼼질거리는데 자신의 발가락처럼 꼼질거리는 발가락 그림이 나오니 반가웠는지 발가락 그림 위에 자신의 발을 올려 꼼질꼼질 움직여본다.
아이는 다섯 가지 감각에 대한 그림을 손으로 가리키더니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다섯 가지 감각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함께 그리기로 했다.
왼쪽 상단에 칸을 만들고 그 안에 아이가 오감에 대한 그림을 그린 후, 비어 있는 옆부분에 그 감각에 대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그리기로 했다.
눈을 따라 그리더니 '시각'에 대해서는 보라색 책을 그리며 가장 좋다고 말한다.
세모 모양의 코와 콧구멍을 그린 후에는 꽃을 그리며 '후각'에 대해서는 꽃향기가 가장 좋다고 했다.
입을 그린 후에는 네모난 접시를 그리더니 동그란 모양을 그리며 '미각'에 대해서는 고기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조금 고민하다 주변을 살피고 귀를 그리고 나서는 선풍기를 그리더니 '청각'에 대해서는 선풍기 소리가 가장 좋다고 했다.
아이는 발가락 그림 그리기를 가장 좋아했다.
표정의 다양함을 살려 그리고 나더니 '촉각'에 대해서는 솜이 가장 좋다고 했다.
아이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가 어떤 것인지 물었는데 토마토 그림이 가득한 시를 선택했다.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시로 필사 시작!
필사를 마치고 아쉬운 마음에 책과 똑같이 그림을 채워 넣었다.
귀여운 토마토들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새콤한 맛을 뽐낸다.
이 책은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미각 이 다섯 가지의 감각을 일깨우며 다양한 표현을 배우고 주변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한다.
이해가 쉬운 직관적인 그림과 통통 튀는 표현들을 보여주는 동시집이기 때문에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와 함께 읽으며 매일 만나는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미세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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