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날아간다
김용택 지음, 정순희 그림 / 미세기 / 200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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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그림이 있는 동시집인데 읽고 있자니 사계절의 흐름을 따라 시골의 풍경을 보여주는 동화책 같다.
동시는 딱딱한 느낌이 아니라 대화하는 느낌으로 쓰여 41개월 딸아이와 읽기에도 편안하다.
정순희 화가님은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시인 김용택 님의 마을을 여러 번 다녀오고, 직접 시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시를 마음으로 이해하여 그림을 그리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동시 하나하나를 만날 때 그 마음이 느껴진다.

동시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릴 적 내가 자랐던 시골이 생각난다.
친가, 외가를 가면 정겹게 소 울음소리도 들리고 바람을 따라 풀들이 춤을 췄다.
빈 플라스틱 병에 물을 담아 흙에 부어 나뭇가지로 그림 그리며 흙 놀이도 하고, 나비 따라 달리기도 했다.
네잎클로버도 찾아보고, 토끼풀로 팔찌랑 반지도 만들어봤다.
바람이 세게 불면 풀들이 소리를 내는데 가만히 듣기 좋다.
가끔 외가에서 자게 되면 열려 있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그 풀 소리가 무서워 괜히 두리번거리고는 다시 잠들었다.
겁이 많았던 나.....😳.....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외가에서는 봉선화 꽃잎과 나뭇잎을 떼어 돌 위에 놓고 작은 돌로 빻아서 여름에 손톱 물들이기도 하고, 씨를 터트려 멀리 보내주기도 했다.
손톱 물들이고 남은 백반은 진짜 효과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가끔 뱀 오지 못하게 한다고 외가 주변에 두셨던 거 같다.
외가 앞 수돗가에서 기다란 호스로 물장난도 치고, 큰집 근처 냇가에서 물놀이도 하고...
수박은 큰 돌 사이에 두고 물에 넣어두면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빈 플라스틱 병에 작은 물고기도 잡아서 풀어주고 작은 돌을 물 위로 던져 통통통 튀기며 나름의 물수제비도.
평상에 앉아 공기놀이도 하고 찐 옥수수도 먹고 그땐 여름에 그렇게 덥지 않아서 선풍기 틀고 잤었다.
초등학생 때는 큰집에서 추석에 자다가 새벽에 깨서 잠이 안 오면 몰래 혼자 마을 회관 쪽으로 걸어가 밤에 떠 있는 별도 보고 걷기도 했다.
큰집 동네 오빠들이 폭죽놀이한다고 보러 오라고 하면 추울까 봐 큰집 오빠들 옷 빌려 입고 나가서 콩알탄도 바닥에 던져 타닥타닥 소리 나게 터트리고 종류별로 폭죽놀이하면서 꽤 즐거웠다.
가을에 가끔 밤송이 밟아서 밤도 빼보고 단풍잎은 주워서 책에 끼워두고 말려서 꺼내 보았다.
찐 밤 껍질 벗겨서 먹는 것도 좋았다.
숟가락으로 밤 떠서 먹기도 하고.
겨울엔 큰집 둘째 오빠가 소 사료 봉투로 연 만들어서 날리는 것을 보여주면 연 방향을 따라 달리기도 하고, 연이 떨어지면 주워서 다시 또 날리고.
비료 봉투로 얼어있는 비탈진 길에서 미끄럼도 타고 추억이 많다.
위험한 건 알고 있었지만 길이 얼면 괜히 다리 움직이며 미끌미끌한 길 위에서 놀다가 엉덩방아도 찧어보고.
눈이 계속 내릴 땐 다른 사람들이 걷지 않은 길을 찾아 발자국도 남기곤 했다.
밖에서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추우면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몸 좀 녹이다가 귤도 먹고 낮잠도 잤다.
어릴 땐 지금같이 만들어진 놀이들이 없어도 자연물로 놀이하고 재미있었는데.
지금도 시골에서 살긴 하지만, 어릴 때 그 시골과 비교하면 시골의 느낌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 든다.
좀 아쉽기도 하네.

잠시나마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며 딸아이와 마음에 드는 동시에 있는 살구꽃과 진달래꽃을 표현해 보기로 했다.
휴지심 대신 음료 컵에 끼우는 종이로 진달래꽃을, 두꺼운 사인펜에 에어캡을 씌워 아이 머리 고무줄로 고정시켜서 물감으로 살구꽃을 표현해 보았다.

화가님의 털끝도 못 따라가지만, 못난 글씨 가리기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자라고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나 같은 시골 감성을 가진 부모의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 자랐던 시골의 모습을 보충하여 설명하며 함께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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