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오레오 새소설 7
김홍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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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총을 다 지우면 너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 잠시 동안 세계의 유일한 총이 되는 거지." (p.209)​


마치 연극무대 올라가기 전 분장을 하고 있는 듯한 다섯 사람이 도열해 있다. 고양이, 팬더, 백곰, 뱀 그리고 한사람. 이들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없다. 서울 한폭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처럼 말이다.


다소 엉뚱한 소재로 출발한 글은 따라가기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나름 신선하다고나 할까. 어울릴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움진인다. 이름하여 반드시(反dessue). 이들은 단하나의 규칙을 갖고 있다. 절대로 사람은 해치지 않는다. 뒷북치는 기자, 해킹하는 공무원, 정체를 알 수 없는 국정원 멤버,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지 잘하는 대딩... 어딘지 모르게 2% 부족한 그러나 우리곁에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이들이 모여 처음으로 절도를 계획한다.


어느날 청계천으로 게임메시지 한장이 날아든다. 오로지 게임에 참여하는 것만을 조건으로 한다. 단, 한번 시작한 게임은 완성시킬때까지 절대로 멈출 수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게임의 대가로 주어지는 막대한 부에 눈이 멀어 게임에 참여하기 시작하고 보이지 않는 실체는 그들을 조정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거침없을 총을 쏘아대며 불나방처럼 게임에 뛰어든 그들을 제거한다. 누군가 이 빌어먹을 게임을 멈춰야만 한다.

"나는 곧 지워지게 될 것이다. 완전한 총-오수안으로 변해버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슬프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감정의 분별이 없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p.209)


첫 총기사건에서 살아남은 오수안, 같은 장소에 있던 윤정아의 몸이 총알의 힘을 빼준 덕분에 기적처럼 살아남았지만 텅빈 껍데기가 되어버렸다. 어릴적 기억이 꿈처럼 떠오르고, 흔하디 흔한 과자 오레오는 마약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오에오와 함께 영혼을 잠식당하고 있던 그의 앞에 총의 첫번째 희생자 윤정아의 영혼과 총이 등장하고, 그들은 의미없이 이어지고 있는 사건을 막기위해 게임이 시작되는 곳으로 향한다. 오레오에게 영혼을 먹혀버린채 총과 한몸이 되어버린 총-오수안은 게임을 멈추고 서울의 평화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생각지도 못한 소재와 개성있는 인물들이 엮어가는 게임은 튀어오르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럭비공 같다.


시종일관 어린아이들의 연극을 가장한 표지만큼이나 황당한 에피소드들로 이어진다. 어쩌면, 총이라는 매개로 주어진 게임이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쫓고 있는 현대인들의 허망한 삶을 비추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오레오를 바르고, 마약처럼 흡입하는 황당한 꿈을 꾸면서 말이다.

"사람은 그냥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게 제일 좋은 거야. 우리가 왜 불행하겠어.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 직업은 영 딴판이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반드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거야."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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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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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연분을 몰라본 죄, 재능을 낭비한 죄... 피고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합니까?" ​


요즘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듯한 생각에 멀리했었는데, 근간에 전생을 소재로 한 신간 기억을 읽은 이루 베르나르에 대한 선입견이 바뀐다. '베르나르 책도 어렵지 않군!' 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최근 바뀐 생각과 출간전 포스트의 웹툰도 새로운 시간 선택을 부추긴다.


심판은 베르나르의 두번째 희곡이다. 희곡이지만 마치 소설처럼 읽힌다는 소개처럼 자연스러운 장면이 그려지며 읽힌다. 지나온 생에 대한 재판을 통해 완벽한 삶을 살지 않은 자는 윤회의 형벌을 받는 다는 설정을 통해 인간의 삶을 뒤돌아 보게한다. 막연히 행운이라 여겼던 위기 극복의 순간은 인간을 보호하는 천사의 도움으로 이루어 졌으며, 벌을 받아 윤회하는 순간에는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담뿍담아 다음 생을 설계하도록 되어있는 설정을 통해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있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여기는 삶이, 사실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구성된 시나리오였다는 유쾌한 설정이다.


총 3개의 막으로 구성된 심판은 1막에서는 심판대상 아나톨 피숑이 죽음을 인지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황홀한 터널을 지나 사후세계로 넘어오기까지의 여정과 그를 보호하고 있던 수호천사이자 변호사인 캐롤린과 아나톨의 전생의 잘못을 샅샅이 뒤져 비판하는 검사 베르트랑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전생을 심판하게될 판사 가브리엘을 만나게 된다. 이어진 2막에서는 그간의 아나톨의 삶을 뒤돌아 본다. 아나톨은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좋은 아빠 , 좋은 직업인이었다며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었다고 평가한다. 과연 그는 좋은 사람이었을까? 주변의 압력에 흔들린 판결로 재범의 위험이 높은 잔인한 살인마를 풀어주기도 하고, 자유로운 선택을 가장한 방임으로 아이들을 키웠으며,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끝내지 않았다. 더이상의 환생을 겪고 싶지 않지만 신랄한 베르트랑의 비판에 쫓긴 아나톨은 마지막으로 완벽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환생을 선택하고... 마지막 3장에서 스스로의 삶의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윤회를 위한 삶의 시나리오늘 작성한 아나톨이 윤회의 벌을 멈출 수 있는 완벽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인가! 깜짝 반전을 품고 심판은 막을 내린다. 깜짝 반전은 책에서 확인하시길!


삶에 대한 깜찍한 해석이 신선하다. 윤회의 벌을 주기 위해 무단횡단 횟수까지 언급할 때는 '나는 절대 윤회의 벌을 피할 수는 없겠군'하면서 빵 터지고 만다. 단정한 법복을 입고 무단횡단을 이야기하는 베르트랑의 심각한 모습이 상상되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주제는 무겁지만 책읽기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삶이란 건 나란히 놓인 숫자 두 개로 요약되는 게 아닐까요. 입구와 출구. 그 사이를 우리가 채우는 거죠. 태어나서, 울고, 웃고, 먹고, 싸고, 움직이고, 자고, 사랑을 나누고, 싸우고, 얘기하고, 듣고, 걷고, 앉고, 눕고, 그러다····· 죽는 거예요. 각자 자신이 특별하고 유일무이하다고 믿지만 실은 누구나 정확히 똑 같죠."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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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걷는사람 소설집 2
이경자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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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차별은 아버지 가장의 권력이라는 그늘로부터 시작해서 사회와 국가로 넓혀진다. 차별은 정교하개 장치되어 있다." (p.5)​


말이 필요없는 제목에 눈길이 간다. 직장인들의 안주머니에 늘 들어있는 사표처럼, 결혼한 여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이혼이라는 단어가 잠을자고 있다. 아니 모두가 아니라 일부, 어쩌면 나만. 아무튼 나는 종종 이혼을 꾼꾼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을 때는 잊고 있다가도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이것저것 아이고 남편이고 다 떼내고 혼자 살아보고 싶은 깊은 열망속에 흔들리곤 한다. 어쩌면, 사람이 되고자 이혼을 꿈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쇼파와 한몸이 되어 TV에 푹 빠진 남편의 뒤통수를 두주먹 불끈쥐고 바라보는 모습의 첫인상과 함께,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바꿔놓은 글로부터 시작된다. 첫번째 단편을 읽고 나서는 이혼을 꿈꾸기보단 이혼을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들인가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아니 여자가!'가 아니라 '아니 남다자!'를 외치며 군림하는 모습에 살짝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무튼 강렬한 첫인상의 옛날 옛날 한 옛날에를 시작으로 54편의 짧은 단편들이 하나인듯 아닌듯 연결되어 있는 단편집이다. 


이경자 작가님이 스물여섯부터 마흔다섯까지 겪은 여성차별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낸 글이라고 한다. 92년 출간 당시 20년의 경험을 담아냈다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는 말인데 지금도 적지않은 여성차별의 잔재가 남아있으니 40여면도 훌쩍 넘은 그 당시의 여성차별이야 말해 무엇할까. 무튼 표지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화가난다.


92년 출판본의 복간이면 30여년이나 지난 스토리임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여전히 어려운 맞벌이 엄마로서의 삶과 며느리, 딸로서의 삶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독박육아, 가정폭력, 성희롱, 외도, 주부에 대한 희화와 무시에 대한 주제는 어쩌면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주제인 걸까. 아마도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논쟁이 여전한 이유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다.


30년이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함들고 팍팍하기 짝이없는 여성들의 삶을 토닥이며 책읽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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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의 확률
이묵돌 지음 / FIKA(피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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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확률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제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간질간질함도 잊었지만, 상큼발랄한 20대 청년들의 사랑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그때 그시절 간질간질한 설레임이 다시 떠오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풋풋한 그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 주책일까 싶다.


어느날 덜컥 어른이 되어 버린 그들이 서툴지만 사랑을 찾아가는 한발한발이 귀엽다. 엄마가 하라는 데로 눈멀고 귀먼채로 20여년을 마리오네트처럼 살고 있다가 스스로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하는 성년이 되는 순간 마치 바보가 되어버린 것처럼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민혁 또한 지금까지 공부만하고 살아왔다. 히키코모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집과 도서관만을 오가며, 쉬는 시간은 오로지 정답을 가지고 있는 수학문제를 푸는 것에만 집착한다. 민혁의 엄마는 착하게 공부만 하던 민혁이 어른이 되어서도 공부만 하고 것이 걱정되기 시작하고... 최후의 방법으로 휴학과 금전적 미지원을 처방한다. 그리고, 민혁을 세상밖으로 꺼내줄 인도자로 사촌누나를 옆에 두고 민혁이 알을 깨는 일을 돕는다.


우리집에도 미친듯이 게임만 하고 있는 히키코모리가 한분 계신다. 친구들도 만나고 여친도 좀 만들라고 구박해조 굳굳하게 버틴다. 친구들을 만나면 어차피 피씨방으로 직행하니 온라인 게임이면 충분하고, 공대 아름이는 키도 작고 돈도 많지 않은 자기에게는 관심이 없다며 지금 이대로의 삶이 좋단다. 심지어 죽을 때까지 엄마옆에 착 붙어서 살겠다는 끔찍한 말도 서슴없이 하곤 한다. 내가 민혁의 모습을 예사롭게 보지 못하는 이유다.


강렬한 붉은 머리의 아가씨가 지긋이 내려다보며 나른한 듯 기지개를 켜고 있다.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왜 내가 아니냐며, 어디 한번 잘해보라는 듯 무심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렇다. 보통의 로맨스 소설과 달리 특이하게도 주인공이 히키코모리 기질을 가진 20대 남자다. 세상과 단절된 민혁은 엄마와 누나의 노력으로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하고 정답이 기다리고 있는 수학이 아닌 사랑을 시작한다. 데미안의 관심에서 출발한 민혁의 사랑이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예고없이 찾아온 민혁의 사랑을 응원하며 책을 덮는다.


오랜만에 보는 수학공식에 당황하고, 겁나 작은 글씨에 또 한번 당황한 책읽기 였다.

#이묵돌#피카#어떤사랑의확률#수학#책과콩나무#서퍙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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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2 - 미드나잇, 마가리타
아나이 지음, 허유영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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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권에서 이어지는 환락송 22층의 다섯 여자들의 이야기. 여전히 티격태격 아웅다웅하고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나 할까.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걱정하기 시작한다.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성격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 다섯 여자들은 그렇게 가족같은 친구가 되고 있다.

적지않은 월급을 받을 것같지만 늘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는 판성메이가 이해되지 않았던 앤디는 어느날 우연히 판성메이의 비밀을 알게되고, 그녀만의 방법으로 성메이를 돕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반응 뿐이다. 천재적인 감각을 지녔지만 관계에 서툰 앤디는 그녀만의 방법으로 성메이를 돕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차가울것 같은 도회적인 이미지의 앤디가 귀욤귀욤한 병아리처럼 느껴지는 장면의 전환같다.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내내 성메이가 제일 안쓰럽다. 어렵지만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가족들 때문에 상처받고 벽을 쌓아가기만 하는 그녀를 토닥여 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녀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곁을 내주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함께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판성메이가 주변과 거리를 두기위한 무기같은 가면을 버리고 좀 더 밝고 당당해졌으면 하는 응원을 하게 된다.

철부지 같지만 스스로가 잘하는 일을 찾아내서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잉잉. 자기만 중요하고 주변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 자칫 이기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관심의 다른 모습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귀여운 모습이다.

부자집 막내딸 취샤오샤오는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다. 아빠가 내어주신 회사에서 전문경영인의 도움을 받아 편히 살수 있음에도 작은 성공을 위해 한발한발 내딛으며 성공의 탑을 쌓아가는 그녀의 태도가 멋지다. 반면 그녀를 밀어내는 자오치핑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려운 아이를 돕고 그의 앞에서 알짱거릴 때는 영락없는 철없는 부자집 막내딸이다.

만나고 싶지 않았던 가족을 만나고, 두려움에 떨던 현실과 직면했지만 여전히 차분한 앤디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온라인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 특이점과 결혼까지 약속하지만 그녀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섯명중 살짝 색깔이 부족했던 관쥐얼. 인턴에서 정규직이 되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그녀 또한 사랑에는 소극적이다. 좀더 자신감 있는 모습이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캐릭터다.

환락송 22층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가족리 문제를 일으키거나 애인이 사고를 치거나... 하지만 그녀들은 식끌벅적하고, 점점 복잡해지는 환락송 22층을 사랑한다. 깊은밤 유혹적인 새콤한 마가리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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