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안갑의 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니면 역시 우리 중에 누군가가 죽인 걸까." (p.215)

완벽한 클로즈드 서클의 범죄 심리극을 한편 본것 같다. 전작을 읽지 않은 탓에 히무라와 겐자키의 관계를 추리소설 동아리 회원정도로 설정한 채 읽기 시작한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간다. 자극적인 사건을 쫓고 있는 월간 아틀란티스로 전해진 의문의 편지 한통. '11월의 마지막 이틀간 네 명이 죽는다'는 예언. 이미 미래의 예언에 대한 익명의 알림을 받은 경험이 있는 아틀란티스 기자는 특종을 위해 예언이 일어날 장소 마안갑을 찾는다.

노스트라다무스를 비롯한 다수의 예언가들이 앞으로의 일을 점치곤 하지만 미래를 예언하는 일이 어디 쉬운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요시미 마안갑의 예언자 사키미의 예언은 놀라운 적중률을 보인다. 자신을 감추고 세월을 삼키고 있는 마안갑에 갇힌 사키미에게 무슨 일이있었던 것일까?! 전대미문의 예언가 사키미의 예언 '요시미의 살인'은 이번에도 적중할 수 있을 것인지,,, 자극적인 취재를 위해서, 스스로를 잠식해가는 기이한 현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오래전 인연의 부름일지도 모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채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사키미 예언의 중심에 모인 열사람.

"시각은 오전 9시. 남은 시간 열다섯 시간.
예언에 따르면 앞으로 두 명이 더 죽는다.
사키미의 예언은 빗나간 적이 없다." (p.373)

"아까 도키노에게 들은 꽃말이 생각났다. 배신, 고독, 쓸쓸함. 에리카의 꽃말은 그야말로 사키미의 인생 그 자체다."(p.398)

그들은 사키미의 예언을 두려워한 요시미 마을 사람들 덕분에 아무 이유없이 마안갑에 고립되어 공포스러운 마안갑의 3일을 맞닥뜨린다. 내가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에서 출발한 고립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는 당연한 결과로 이어진다. 누군가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극한의 긴장속에서 서로는 서로를 감시하기에 이른다. 스스로가 살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 할지도 모르는 이곳 마안갑에서 과연 누가 살안남을 수 있을 것인가! 클로즈드 서클 특유의 숨통을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이 흥미롭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이기심은 어쩌면 적중하지 못할 예언을 현실로 이끌어간다. 참담한 미래로 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은밀하게 미래를 예언하기 위한 마안갑이 만들어지고 사키미를 비롯한 예언가 들은 그곳에 감금된 채 미래를 예측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한갖 인간이 건드릴 수 없음을 각인시키 듯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정확한 미래조차 막을 수 없다.

"세상에서는 때때로 잘한다고 생각한 일이 잘못되고, 재앙이 복으로 바뀌기도 하지. 인간의 발명이 가장 큰 예시야. 사람을 구하기 위한 기술로 사람을 죽이는 한편, 전쟁을 위해 태어난 기술이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기도 해." (p.205)

한마디도 흘려 듣지 않고,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반드시 열리기 위해 존재하는 클로즈드 서클의 원리를 마안갑의 여러가지 아이템과 사건들을 엮어서 풀어나다는 셜록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겐자키의 추리도 흥미롭지만, 미래를 예지한 그림을 그리는 소녀 도이로, 예지 능력으로 자신을 구해준 도이로를 맹신하는구키자와를 비롯한 모든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저마다의 이유가 사건의 실마리가 되어 물흐르듯 이어지는 전개 또한 흥미롭다.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반전, 열린 듯 닫혀있고, 비밀스럽지만 비밀스럽지 않은 마안갑의 이유있는 예언이 묘하게 매력적이다.

"지금 우리는 요시미로 통하는 유일한 다리가 무너져서 도망도 구조 요청도 불가능한 클로즈드 서클에 있어요. 이 거야말로 지금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왜냐하면 클로즈드 서클은 나중에 반드시 열리는 법이니까요." (p.331)

전작이 있음에도 이책부터 읽기 시작해서 전혀 불편하지 않고 - 나 역시 전작은 읽지 않았다 - 전작과 후속작이 궁금해지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몽실서평단#마안갑의살인#몽실북클럽#엘릭시르#이마므라마사히로#클로즈드서클#추리소설#예언#오컬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감춰진 무언가를 미친 듯이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 때문에 그는 리볼버로 달아난 겁니다. 마치 피난처로 달아나듯 말입니다. 스스로 삶과 작별했다? 아닙니다, 남작님! 오이겐 비쇼프는 죽음으로 내몰린 겁니다." (p.67)

가벼운 책만 선호하는 독서습관을 바꿔보고 싶어서 중간중간 고전을 읽어보려는 시도를 멈추지않지만 나에게 고전은 - 고딩 문학과목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 여전히 어렵다. '심판의 날의 거장'도 왠지 부담을 느끼며 읽기 시작한 탓에 세번의 시도 끝에 살짝 무겁게 완독 했다. 고전은 스토리의 몰입이 어렵다기 보다는 묵직한(?) 특유의 전개탓에 - 개인적으로 책의 선호도를 판단하는 구간 - 50페이지를 상쾌하게 넘기기가 어려운적이 많다. 심판의 날의 거장도 첫 50페이지는 더디게 넘기긴 했지만 이후 전개는 나름 흥미롭다.

우아하기 그지없는, 지성인을 자처하는 이들이 모인 작은 음악회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두남자 - 현 남편과 전 애인 - 의 미묘한 갈등이 흐르고, 갈등의 중심에 있는 여인 디나의 현 남편인 유명 배우 오이겐 비쇼프에게 새로운 배역을 시연해 줄 것을 요청한다. 오이겐은 배역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시연의 청을 거절하지만, 참석자중 한 사람인 고루스키 박사의 어설픈 리처드 3세 연기를 참지 못하고 새로운 배역을 시연하기로 결정한다. 시연 준비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오이겐,,, 잠시 후 그들에게 들린 리볼버 총성 두 발과 함께 발견된 오이겐의 자살 현장!

새로운 배역을 앞두고 있는 유명 배우가 자살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오이겐의 자살이 앞서 일어났던 자살사건과 유사한 것을 알게된다.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자살에 이르게 하기 위한 은밀한 부추김... 의문의 여인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 사건의 유일한 단서가 될 것 같은 '최후의 심판'의 의미는 무엇일까. 초반의 무게감을 벗어버리고 흥미진진해 진다.

"그 젊은 장교는 동생의 자살 원인을 알게 되었을 때 목숨을 끊었어요. 오이겐 비쇼프 역시도 비밀을 풀었고요. 그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일지도·······." (p.93)

최후를 심판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해야하는지,,, 최후를 심판할 수 있는 괴물을 추적하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결국 누구나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심판하고 있다는 조금은 섬뜩한 경험을 하게 된다. 최후의 심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자신, 스스로의 양심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심판의날의거장#레오페루츠#열린책들#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장편소설#고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처, 비디오, 사이코 게임 킴스톤 2
안젤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상처, 비디오, 사이코게임"은 자칫 감정이 결여된 것 같아 보이는 열혈형사 킴스톤의 활약상을 담은 킹스톤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다. 모든 범죄의 피해자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치유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남기는 성범죄를 다루고 있는 있다. 잔인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는 인두겁을 쓴 짐승이 저지른 범죄라 여겨지는 성범죄와 양형의 가벼움에 대한 민낯을 보여준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 성별을 가리는 범죄는 아니지만 특히 여성에게 취약한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으로 분노를 멈출 수 없다. 도대체! 왜! 법은 짐승보다도 못한 성범죄자의 존엄성을 존중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씨발, 거짓말 집어치워. 넌 알고 있었어. 넌 그 애들의 엄마인데도 딸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상처를 입도록 방치했어. 진심인데, 난 네가 그 비참하고 저주받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단 한순간도 평화를 누리지 못하길 바라." (p.14)

킴은 이번에도 예외없이 기계처럼 건조하기 이를데 없는 표정으로 사건 현장에 도착하고, 어린 두 딸에게 성학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레너드 던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만, 아이들의 텅빈 눈동자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어린 언니의 행동에 석연치 않음을 느낀다. 킴의 직감은 끝없이 던을 잡아 가두는 것 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고,,,

아동성범죄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 킴의 관할 구역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는 꿈많은 대학생에게 무참한 성폭행과 폭력을 행한 성범죄자로 밝혀지고, 살인자를 쫓던 킴은 의구심 많은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꿈많던 여대생 루스였음을 밝혀낸다. 흔히 예상되는 증오범죄인듯 보였으나, 루스의 유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던 킴은 자신을 감추고 있는 정신과의사 알렉스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낀다. 평범한 정신과의사가 아닌 알렉스의 비밀을, 킴의 심기를 어지렵히는 이유를 알아내고 싶지만 그녀의 꼬리를 잡아채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창과 방패가 만난것처럼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킴과 알렉스의 만남. 은근한 가스라이팅으로 평온함을 찾아가는 상처있는 사람들을 부추기는 소시오패스 알렉스. 눈빛부터 예사롭지않은 킴을 마주하고 그녀를 흔들고 싶은 욕망을 들어낸다. 킴과 알렉스는 서로의 세계로 조금씩 조금씩 다가간다. 심야한 이들을 마리오네트처럼조ㅈ정하는 진범을 잡기 위해, 트라우마를 감추고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기 위해 창과 방패의 은밀하고 치열한 전투가 이어진다.

알렉스의 가면을 벗겨내기 위해 스스로를 던지는 킴. 그녀는 소시오패스 알렉스의 범죄를 밝혀내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런지,,, 사회성도 감정도 결여된채 얼음공주처럼 살아가는 킴이 또다시 집을 잃은 유기견 버니를 받아들이게 된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세상의 빛과 마주하게 되기까지를 숨죽인채 지켜보게 된다. 열혈형사 킴의 사건 추리도 멋있었지만,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 또한 매력적인 책이었다.

"몸이 작고 따뜻한 그녀의 곁에 웅크리고 있는 감각은 점차 너무도 강렬한, 다른 어느 시간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아주 오래전, 또 다른 작은 몸이 보호와 위로를 구하며 그녀의 곁에 있었다. 눈물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탈출에 성공해, 그녀의 뺨 위로 조용히 흘러내렸다." (p.169)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상처비디오사이코게임#안젤라마슨스#품스토리#컬처블룸#컬처블룸서평단#킴스톤시리즈#아동학대#성범죄#트라우마#가스라이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잊으면 편해 - 지금을 멋지게 살아가게 해 주는, 잊는 힘
히라이 쇼슈 지음, 김수희 옮김 / 빚은책들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너무나 많은 정보와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일상을 살아낸다. 살아낸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정도로 항상 무엇인가에 치여있다.

일예로 핸드폰은 분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언제 어디서나 나를 옭아맨다. 일전에 아는 분께서 핸드폰을 잃어버리신 후 재개통까지 하루 정도를 기다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핸드폰이 하루 없는데, 내 몸에서 장기 하나가 사라진 것 같아' 였다. 들을때는 우스개 소리라 여기며, 연세도 많은 어르신이 애기처럼 무슨 소리시냐며 같이 웃고 넘겼지만,,, 손바닥만한 기계가 마치 장기와 같은 의미를 부여할 정도의 의미를 갖게 되었으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하지만, 나 또한 핸드폰을 신주단지 모시듯 공기처럼 모시고 사는 핸드폰 노예의 한사람이다.

"'저것도 하고 싶고 이것도 하고 싶다'고 마음 가는 대로 손 을 내밀다가는 아무리 시간이 많다고 해도 모자라게 된다. 그럴 때 '지금', '여기'라는 표현을 새기고 있으면 지금 해야 할 일만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p.47)

나이가 들어서인지, 날씨 탓인지 차분한 무채색을 좋아하는 편인데 쨍한 노란색 표지가 너무 예쁘다. 더불어 참선을 하고 있는 마음쓰레기통은 귀엽기까지 하다. 지저분하고 멀리해야 할 것 같은 쓰레기통에 '마음'을 붙여주는 순간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나도 저 옆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소근소근 불만을 쏟아내면 전부 담아주겠지,,, 쓰레기통이 쓰레기를 선별해서 받지않으니 내 마음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겠지하는 가벼운 마음이 든다. 재활용은? 이라고 물을 수도 있겠으나 재활용은 재활용 나름대로 비우는 의미가 있을테니 말이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괜찮다고 다독이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끌어앉고 있게 된다. 그리고 점점 우울의 늪에 빠져든다... 그런데, 만약에 쿨하게~ 잊는 다면?! 땅굴을 파며 우울의 늪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 불편하면 어때! 나랑 다른 사람인걸 하면서,,, 불편하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수 있다면 복잡한 마음이 조금 더 깔끔해 지지 않을까. 안되면 '잊은 척!' 이라도. 이 방법 아주 맘에 든다.

"'지금', 여기'를 사는 것과 관계없고 쓸데없는 것들은 놓아 버리자. 잊자. 설령 용서할 수 없는 일이어도 용서할 수 없는 채로 잊어 버리자. (p.219)

일상을 비우는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미니멀리즘은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과제다. 옷장 정리를 하고 안 입는 옷을 수북하게 꺼내놨다가 후회할 것 같다는 작은 두려움을 못이기고 다시 집어 넣기를 반복한다. 잊는 일도 옷장을 비우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 행여나 연락을 놓칠세라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마음을 비우고 싶어도 불안감에 쉽사리 털어내지 못하고 부정적인 마음은 어느틈에 다시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푹신한 베개를 받치고 늘어져서 가볍게 읽기 좋은 글과 깜찍한 일러스트 자체로 마음이 편해진다. 다시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오면 어떤가, 잊지 못하면 잊은 척이라도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잊혀질 테고 언젠가는 비워질테니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편리해져도 눈앞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소리를 알아듣는 감각은 불필요한 정보를 잊기 위해 서라도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p.77)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잊으면편해#히라이쇼슈#빚은책들#책과콩나무#서평단#잊은척하기#비움#마음속미니멀리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햇빛에 비쳐 반사된 게 아닐까 하고 쭈쭈바를 입에 문 채로 아이의 머릿속을 뒤졌다. 아이의 생각도 이렇게 뒤져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내 아들의 머릿속은 하얀색의 슬픔으로 꽉 차 있는 걸 보게 되지 않을까?" (p.84)

상큼 발랄한 노란색 표지와 대비 대는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강렬한 붉은 색의 나비 안경테를 유쾌하게 바라보며 상큼한 레모네이드 같은 가벼운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도란도란 다정하게 속삭이는 듯 한 예쁜 이름을 가진 도란마을은 예쁜 이름과는 달리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어르신을 보호하고 있는 최고급 요양병원이다. 다만, 평범한 치매어르신은 입소하기조차 어려운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재산을 가진 도란마을 입소 어르신들은 자식들을 믿지 못한 채 말짱한 정신일 때 스스로가 도란마을 입소신청을 하기도 하고, 돈 많은 자식들은 치매에 걸린 부모를 귀찮아하며 보기 좋은 도란마을에 입소시키기도 한다.

예전보다는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기도 했고, 나 또한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 들이 감옥에 갇힌 것처럼 집에서 은둔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식들을 믿지 못해서 부모가 귀찮아서 보기 좋은 요양원에서 스스로를 잊어가며 생을 마감하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고급진 요양원 도란마을의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병원비는 치매어르신들이 스스로 치매라 여기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보통의 일상을 제공한다. 이웃을 가장한 채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도란마을 직원들과 보기 좋게 그을은 원장은 도란마을을 꿈의 요양원으로 여기게 하는데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우리의 시크한 레모레이드 할머니가 도란마을의 주민의 되기 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평화롭다 못해 지루하기까지한 도란마을 쓰레기장에 버려진 아기시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진 건 돈뿐인 인간 혐오증의 치매할머니는 도란마을에서 어릴 적 트라우마로 또래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꼬마를 만나고,,, 대환장 파트너가 되어 서로를 치유하며 도란마을의 비리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츤데레 고집불통 할머니와 호기심 많은 꼬마는 도란마을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츤데레 캐미가 재미를 더한다.

개인적으로 쫀쫀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 하기에는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정들지 않기 위해 이름을 묻지 않는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자기보호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치매가 몹시도 서글퍼지는 감성적인 소설이었다.

"늙음이란 것은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평범하거나 후줄근하게 보이게 하는 마력이 있다. 누가 말해 주지 않는다면 이게 명품인지도 모를 것이다. 여기 노인들에게 명품 옷은 멍청한 젊은 애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마지막 갑옷 같은 것이다. 명품 라벨에 혹하는 자식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다. 여기서 인간성으로 자식들의 존경을 얻는 부모는 없다." (p.95)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레모네이드할머니#현이랑#황금가지#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치매#추리#요양병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