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평점 :
"햇빛에 비쳐 반사된 게 아닐까 하고 쭈쭈바를 입에 문 채로 아이의 머릿속을 뒤졌다. 아이의 생각도 이렇게 뒤져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내 아들의 머릿속은 하얀색의 슬픔으로 꽉 차 있는 걸 보게 되지 않을까?" (p.84)
상큼 발랄한 노란색 표지와 대비 대는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강렬한 붉은 색의 나비 안경테를 유쾌하게 바라보며 상큼한 레모네이드 같은 가벼운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도란도란 다정하게 속삭이는 듯 한 예쁜 이름을 가진 도란마을은 예쁜 이름과는 달리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어르신을 보호하고 있는 최고급 요양병원이다. 다만, 평범한 치매어르신은 입소하기조차 어려운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재산을 가진 도란마을 입소 어르신들은 자식들을 믿지 못한 채 말짱한 정신일 때 스스로가 도란마을 입소신청을 하기도 하고, 돈 많은 자식들은 치매에 걸린 부모를 귀찮아하며 보기 좋은 도란마을에 입소시키기도 한다.
예전보다는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기도 했고, 나 또한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 들이 감옥에 갇힌 것처럼 집에서 은둔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식들을 믿지 못해서 부모가 귀찮아서 보기 좋은 요양원에서 스스로를 잊어가며 생을 마감하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고급진 요양원 도란마을의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병원비는 치매어르신들이 스스로 치매라 여기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보통의 일상을 제공한다. 이웃을 가장한 채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도란마을 직원들과 보기 좋게 그을은 원장은 도란마을을 꿈의 요양원으로 여기게 하는데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우리의 시크한 레모레이드 할머니가 도란마을의 주민의 되기 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평화롭다 못해 지루하기까지한 도란마을 쓰레기장에 버려진 아기시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진 건 돈뿐인 인간 혐오증의 치매할머니는 도란마을에서 어릴 적 트라우마로 또래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꼬마를 만나고,,, 대환장 파트너가 되어 서로를 치유하며 도란마을의 비리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츤데레 고집불통 할머니와 호기심 많은 꼬마는 도란마을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츤데레 캐미가 재미를 더한다.
개인적으로 쫀쫀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 하기에는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정들지 않기 위해 이름을 묻지 않는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자기보호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치매가 몹시도 서글퍼지는 감성적인 소설이었다.
"늙음이란 것은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평범하거나 후줄근하게 보이게 하는 마력이 있다. 누가 말해 주지 않는다면 이게 명품인지도 모를 것이다. 여기 노인들에게 명품 옷은 멍청한 젊은 애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마지막 갑옷 같은 것이다. 명품 라벨에 혹하는 자식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다. 여기서 인간성으로 자식들의 존경을 얻는 부모는 없다." (p.95)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레모네이드할머니#현이랑#황금가지#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치매#추리#요양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