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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면 편해 - 지금을 멋지게 살아가게 해 주는, 잊는 힘
히라이 쇼슈 지음, 김수희 옮김 / 빚은책들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너무나 많은 정보와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일상을 살아낸다. 살아낸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정도로 항상 무엇인가에 치여있다.
일예로 핸드폰은 분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언제 어디서나 나를 옭아맨다. 일전에 아는 분께서 핸드폰을 잃어버리신 후 재개통까지 하루 정도를 기다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핸드폰이 하루 없는데, 내 몸에서 장기 하나가 사라진 것 같아' 였다. 들을때는 우스개 소리라 여기며, 연세도 많은 어르신이 애기처럼 무슨 소리시냐며 같이 웃고 넘겼지만,,, 손바닥만한 기계가 마치 장기와 같은 의미를 부여할 정도의 의미를 갖게 되었으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하지만, 나 또한 핸드폰을 신주단지 모시듯 공기처럼 모시고 사는 핸드폰 노예의 한사람이다.
"'저것도 하고 싶고 이것도 하고 싶다'고 마음 가는 대로 손 을 내밀다가는 아무리 시간이 많다고 해도 모자라게 된다. 그럴 때 '지금', '여기'라는 표현을 새기고 있으면 지금 해야 할 일만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p.47)
나이가 들어서인지, 날씨 탓인지 차분한 무채색을 좋아하는 편인데 쨍한 노란색 표지가 너무 예쁘다. 더불어 참선을 하고 있는 마음쓰레기통은 귀엽기까지 하다. 지저분하고 멀리해야 할 것 같은 쓰레기통에 '마음'을 붙여주는 순간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나도 저 옆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소근소근 불만을 쏟아내면 전부 담아주겠지,,, 쓰레기통이 쓰레기를 선별해서 받지않으니 내 마음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겠지하는 가벼운 마음이 든다. 재활용은? 이라고 물을 수도 있겠으나 재활용은 재활용 나름대로 비우는 의미가 있을테니 말이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괜찮다고 다독이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끌어앉고 있게 된다. 그리고 점점 우울의 늪에 빠져든다... 그런데, 만약에 쿨하게~ 잊는 다면?! 땅굴을 파며 우울의 늪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 불편하면 어때! 나랑 다른 사람인걸 하면서,,, 불편하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수 있다면 복잡한 마음이 조금 더 깔끔해 지지 않을까. 안되면 '잊은 척!' 이라도. 이 방법 아주 맘에 든다.
"'지금', 여기'를 사는 것과 관계없고 쓸데없는 것들은 놓아 버리자. 잊자. 설령 용서할 수 없는 일이어도 용서할 수 없는 채로 잊어 버리자. (p.219)
일상을 비우는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미니멀리즘은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과제다. 옷장 정리를 하고 안 입는 옷을 수북하게 꺼내놨다가 후회할 것 같다는 작은 두려움을 못이기고 다시 집어 넣기를 반복한다. 잊는 일도 옷장을 비우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 행여나 연락을 놓칠세라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마음을 비우고 싶어도 불안감에 쉽사리 털어내지 못하고 부정적인 마음은 어느틈에 다시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푹신한 베개를 받치고 늘어져서 가볍게 읽기 좋은 글과 깜찍한 일러스트 자체로 마음이 편해진다. 다시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오면 어떤가, 잊지 못하면 잊은 척이라도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잊혀질 테고 언젠가는 비워질테니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편리해져도 눈앞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소리를 알아듣는 감각은 불필요한 정보를 잊기 위해 서라도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p.77)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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