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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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으로 머물지 않는다. 사랑은 익숙함이 되고, 배신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원한이 되고, 편안함이 되고, 증 오가 되고, 버팀목이 되고, 파괴자가 된다. 사랑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단어의 개수만큼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억압과 자유, 진실과 왜곡, 숭배와 혐오. 이 모든 걸 전부 끌어안는 것이 사랑 그 자체다. 사랑은 사랑이라 혐오마저도 끌어안는다." (p.191)

핏빛 붉은색 눈동자와 음침한 검은색으로 무장한 뱀파이어가 흔히 연상되는 붉은색이 아닌 서늘한 푸른색 장미와 함께 독자를 맞는다. 덕분에 죽음으로 이어지는 흡혈을 떠올리기보다는 나름의 특별한 사연을 지니고 있을 것 같은 뱀파이어를 상상하게 된다. 흡혈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과 함께 나타나 구원을 선물할 것 같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뱀파이어라...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혼자,,, 색다른 뱀파이어의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설렌다.

재개발을 앞두고 유령의 도시처럼 변해버인 인천 구시가지, 찾아올 가족도 없고 돈도 힘도 없는 이들이 모여사는 감옥 같은 철마재활병원에서 연이어 일어난 자살 사건의 현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가족도 돈도 힘도 없지만 자살을 해야 할 이유도 마땅치 않은 치매노인들이 하나같이 구원을 받아 꽃밭으로 돌아간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등진다. 그들에게 죽음은 진정한 구원이었을까. 퍽퍽하고 외롭기만 했던 세상을 벗어나 푸른 장미가 구원의 길로 이르는 푸르고 시린 밤이 이어진다.

"뱀파이어들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고 했다. 고작 며칠을 같이했을 뿐인데 평생 그리워하는 건 벌이나 다름없다고. 모든 관계는 처음부터 불평등하다. 더 오래 사는 쪽이 불리했다." (p.227)

수연, 완다, 난주... 세 사람의 교차된 시선은 그들이 만난 특별한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얽혀들어간다. 태어난 곳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세 사람은 철마재활병원에서 벌어진 연이은 자살 사건의 길목에서 조우한다. 그들과 다르지만 특별한 그레타, 릴리, 울란의 차가운 인연과 함께. 그들은 그녀들의 구원이었을까,,, 악몽이었을까,,,

"알아. 하지만 완다, 분명히 알아야 해. 네가 나를 친근하게 느낄 때, 네가 나를 더없이 좋은 친구라고 생각할 때, 나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그때 내가 인간처럼 느껴져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런 거라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해. 우리는 달라. 서로의 모습을 상대방에게 원하면 안돼. 그래야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을 수 있어. 그러니까 나랑 약속해 줘. 내 존재가 버겁고 무서워지면 솔직하게 말하기로. 그럼 네 곁을 떠날게." (p.237)

흡혈의 이유도, 대상이 특정되지도 않는 사냥을 일삼으며, 살기 위해 흡혈을 일삼는 악의 무리로 단정되던 그들을 인간의 외로움을 파고들어,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내어줄 수 있도록 인간을 파괴한다. 마치 자신의 외로움을 보상받기를 원하는 갈망을 보여주듯 세상에서 먼지처럼 사라져도 아무도 울어줄 이 하나 없는 고독한 영혼들만 고르고 골라 차가운 구원의 손길을 뻗는다.

단지 아는 사람만 많아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지는,,, 함께이지만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요즘의 모습과 세 사람이 투영 된다. 작지만 따뜻한 온기 한 조각이 한 사람의 일상을 바꿀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지금껏 봐왔던 뱀파이어 스토리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주는 뱀파이어 소설이었다.

"사람은 1이 아니라 0이야. 0과 0은 만나서 아무것도 되지 못하지. 단지 0 옆에 또 다른 0이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인정은 하되, 그 외로움에 지지 않으면 돼. 언제나 네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 외로움을 잘 끌어안아 주면 된다." (p.246)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밤에찾아오는구원자#천선란#안전가옥#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뱀파이어#외로움#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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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 하기 딱 좋은 공연 이야기 - 2021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작
정성진 지음 / 프리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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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장과 극장을 거의 찾지 않지만 한동안 일주일에 2~3번쯤 대학로의 작은 공연장을 찾곤 했다. 인접한 거리에서 배우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소극장은 소극장의 매력이, 기본적으로 웅장한 셋트에 압도되는 대극장은 대극장의 매력이, 서로 다른 매력을 뿜뿜하기 때문에 어느 장소를 선호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워낙 유명한 공연들이 많아 대극장 쪽으로 눈길이 더 많이 가긴하지만 귀엽고 소심한 월급을 생각한다면 대극장 관람은 연례행사라 하겠다.

아무튼 문화활동이라고는 영화보는 것과 책 읽는 정도 밖에 모르고, 당연히 넘버가 뭔지, 오글이 뭔지, 앙상블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 지인으로부터 티켓을 선물받아 대학로에서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처음 보고 얼마나~ 즐거웠던지!! 한동안 넘버를 따라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후 공연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을 알게 되고, 한동안 퇴근 후 대학로를 돌아다니기를 즐겼는데 요즘은 코로나와 나이듦에 곁들어진 저질 체력으로 안타깝게도 눈팅만 열심히 하고 있다.

'1층 B구역 12열 7~10번' 이번 독서 중 가장 중요한 한줄(?)이다. 무대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겠지만 높은 가격과 고개를 치켜들어야 하는 불편이 있어서, 나는 같은 가격이면 가급적 2층의 중앙블럭 앞라인을 선호한다. 살짝 거리감이 있기는 하지만 시야를 가리지 않고 오글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근접한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대 연출가의 선택장소라니 얼마나 최적화된 위치이겠는가! 티케팅할때 꼭 참고하는 걸로~ 더불어 위메프데이 밖에 모르던 나에게 엔젤티켓과 티켓 Hot sale까지 저렴하게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팁까지 알려준다. Oh~ Good!

연극, 뮤지컬, 오페라를 구분하는 방법부터 4대 뮤지컬의 소개 등 기본적인 공연상식과 함께 좋은 자리, 원하는 티켓 싸게 사는 방법까지 공연관람을 위한 소소한팁들이 녹아나 있다. 덕분에 그간 관람했던 공연들을 떠올린다. 캣츠의 메모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그대가 보시기에, 루나틱의 굿닥터 등등 현장감 넘치는 그곳의 감동이 그리워 진다. 내마음의 open run으로 남겨질 공연을 찾으 다시금 대학로를 헤매보고 싶다. 코로나 훠이~ 에잇!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다음 티켓팅은 좀 더 고급지고 전문적으로 해보는 걸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우리 남푠님한테 잘난 척 좀 해가며 공연관람 좀 해야겠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아는척하기딱좋은공연이야기#정성진#도사출판프리뷰#책과콩나무#서평단#티켓팅#뮤지컬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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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룸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7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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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자네도 말하지 않았나.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면,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p.44)

버닝 룸은 스릴러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보슈 시리즈의 17번째 작품이다. 워낙 잡식성으로 책을 읽기도 하고, 서평단 활동을 하기 전에는 가볍게 읽고 감상을 남기거나 하는 활동을 하지 않았던 탓에 유명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해리보슈를 처음 만난 듯 읽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첫작품 블랙에코를 시작으로 원작은 1992년, 국내에서는 2010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시리즈물이니 모르긴 몰라도 한두 권쯤을 읽었을 터인데 어쩜 이렇게 깨끗하게 처음 읽는 느낌인지. 신간을 일찍 만나기 위해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지만, 나의 탄탄한 독서력을 위해서도 숙제 같은 서평단 활동이 필요하다는 객쩍은 생각도 해본다.

근간에 읽은 마이클 코넬리의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시리즈이 배심원단이 떠오르며, 긴 역사를 가졌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해리보슈 시리즈의 17번째 작품 버닝 룸의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어쩜 좋아~ 역시나 재미있어! 17번째 시리즈에서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해리보슈 시리즈가 본국에서 23번째 The Low of Innocence로 출간된 걸 보면 형사로서의 역할을 끝낸 후에도 멋진 활약을 이어가고 있나보다.

10여년전 의문의 총격으로 반신불수로 여생을 살았던 메르세드가 사망하고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몸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총알을 꺼내는 부검실로부터 또 하나의 미제사건이 시작된다. 퇴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미제사건 전담반의 보슈형사는 마지막 사건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사건이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사건이 벌어진 후로 결코 짧지않은 10여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에게 주어진 증거는 어떤 형태로 날아온지조차 알 수 없는 - 망자의 몸속에 박혔던 - 총알 한조각과 아직은 서툰게 당연한 파트너 신참 여형사 루시아 소토 뿐이다. 하지만, 보슈는 자신의 경험들을 소토에게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풋내기 같은 파트너를 멋진 형사로 변모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의욕이 넘친다. 마치, 푸근한 삼촌이 조카에게 헌신하듯 말이다.

"'그런 건 걱정 안 해.' 보슈가 말했다.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자네 밖에 없어. 내가 여길 나갈 때 자네가 바통을 이어받을 있도록 준비 시키는 게 제일 큰 걱정이지.'"(p.147)

메르세드 사건과는 별개로 파트너 보슈 형사에게조차 숨긴채 여러명의 친구를 잃고 자신 또한 죽을 고비를 넘겼던 방화사건을 조사하지만, 소토의 행동에 석연치 않음을 느꼈던 보슈에게 발각된다. 하지만, 좋은 형사로서의 자세와 동물적 감각을 지닌 신참 형사 소토의 아픔을 이해한 보슈는 그며와 함께 정당한 방법으로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한 보니 브레이 화재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운명인지, 신의 장난인지 메르세드 사건과 보니 브레이 화재사건은 보이지 않는 증거로 연결되어 있다. 일선 형사들이 넘기에는 너무나 높은 벽과 함께 말이다.

"보슈는 잠자코 앉아서 오헤다를 바라보았다. 그가 행방을 감추고 이름까지 바꾼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 감정이 사랑이었든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었든, 순간의 선택이 정치와 살인이 소용돌이치는 검은 물결 속으로 그를 끌어들였던 것이다." (p.185)

고참 형사의 카리스마와 신참 형사의 에너지가 맞닿아 미제사건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끝내주는 파트너쉽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미제사건으로 잠자던 사건들은 보슈와 소토에 의해 진실을 들어내고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듯 했으나... 그들 앞에 놓인 장애물은 너무나 강력했다. 에잇!

원치않았던 곳에서 자신의 인생철학이 담긴 한문장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면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을 만나면 소심하지만 단호하게 떼어버리는 귀여운 모습과 신참 형사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모습을 보며 30여년간 23권의 시리즈로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런 해리보슈의 인간적인 매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LA 강력반 형사 해리보슈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미드 보슈 시즌 6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 버닝룸!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보슈는 그녀의 어깨를 한 번 꽉 잡았다가 놓고 자리로 돌아갔다. 곧바 로 의자에서 서류 가방을 집어 들고 출입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문에 다다르기 전에, 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소토가 책상 옆에 서서 손뻑을 치고 있었다. 곧 팀 마샤도 자리에서 일어나손뼈을 쳤다. 그러자 미치 로버츠가 따 라 했고, 다른 형사들도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보슈는 그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주먹을 들어 가슴에 대고 톡톡 두드렸다. 그런 뒤 사무실을 나갔다." (p.478)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버닝룸#마이클코넬리#알에치코리아#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범죄소설#해리보슈시리즈#범죄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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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진지한 자존갑입니다만
박윤미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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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쨍한 주말 오후, 달디단 청포도 에이드 한잔과 읽기 시작한다. 커피를 뿜을지도 모른다는 작가님의 충고가 있었지만, 설마~ 하면서 에이드와 함께 시작한 책 읽기는 진짜로 뿜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볍고 즐겁다.

글쓰기를 하고 싶지만 이과에 가고, 수학이 적성에 맞지만 미국에 갔고, 환경학을 전공했지만 영어 선생을 하고, 동화작가가 꿈이지만 에세이를 쓰고 있다는 저자 소개 이 보다다 더 유쾌할 수는 없다. 좋아하는 일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일이 다르고, 꿈은 꿈이로되 밥 벌이는 밥 벌이로구나하며 사는 흔하디 흔한 우리네 일상을 이리도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존경스럽다.


'웃기고 진지한 자존갑 입니다만' 재목과 딱 맞아 떨어지는 일러를 보는 재미 또한 책 읽는 재미 못지않다. 도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살짝 부족한 듯한 일러가 '자존갑 입니다만'을 외치는 웃기게 주관적인 감성을 대변한다고나 할까. 아무튼 재미있다. 뿜을 지도 모르니 커피를 마시며 읽지 말 것이며, 그렇다고 너무 웃진 말라고 하는 정색하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어디서도 꿀리지 않는 진정한 지존 '갑'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코믹에세이. 동년배의 수다스러운 앞집 아줌마와 한바탕 수다를 떨고 있는 듯 읽힌다. 서평단 신청할 때부터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신 작가님의 센스 덕분에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이 들지않았나 싶다.


첫사랑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린시절 지금의 탄탄한 멘탈을 만들어준 아빠의 우리 딸이 제일 예뻐와 결혼한 엄마, 아줌마이기 때문에 겪는 일상들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자존갑으로 철통방어하는 이야기 등 소소하지만 공감가는 일상들로 그득하다. 피아노 안치고 만다로 결론 짓는 일은 비단 자존갑님의 일만이 아닐지도, 이성이 생긴 어른이 된 이후로 하고 싶고 갖고 싶지만 포기하는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나도 피아노 갖고 싶다고!! (치고 싶지는 않다,,, 전시용으로 갖고만 싶다 ^^)

주부 20년차가 넘어가지만 여전히 요린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내 모습과 오버랩되며 토란과 당근 배틀에는 정말이지 ㅋㅋㅋ 시금치를 제외한 모든 초록이들은 취나물로 귀결되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혼자서 한참을 큭큭 거리고야 말았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지만, 꼭꼭 묶여진 패키지 여행은 2% 부족한 느낌이고 자유여행은 왠지 두렵다. 구글맵과 파파고만 있으면 된다고 호기롭게 외치지만 안타깝게도 입국 심사대부터 쫄아드는 것이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비행기를 놓칠지도 몰라서, 숙소를 못찾을 지도 몰라서, 길을 잃을 지도 몰라서 한없이 두렵지만 그럼에도 자유여행이 좋다. 몇번 되지 않는 해외여행중 아들과 단둘이 다녀온 일본 오시카 자유여행이 제일 많이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이런 설레임 때문이리라. 여행의 설레임은 더운 사막이, 무서운 캥거루가 더러운 코알라가 한없이 예뻐보이는 마술이 되어준다.


스스로의 인생에 주인이 되어 살기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여기저기 눈치 볼 곳도 많고, 괜스레 움츠려들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가 처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캐세라세라를 외치며, 세상의 모든 갑에게 적당히 튕기며 덤벼볼 수 있는 자존갑이 되어보라고 외치는 그녀의 유쾌함에 박수를 보낸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웃기고진지한자존갑입니다만#박윤미#참새책방#컬처블룸#컬처블룸서평단#에세이#웃기는에세이#진정한자존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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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마이 투마이 - 차노휘 두 번째 소설집
차노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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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한편의 단편들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드러나지 않는 세상의 민낯을 끌어내듯 평범한 일상에서 실패자로 낙인 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서로 연결된 이들을 이야기하듯 쏟아놓는다. 책장을 넘길수록 등장인물들의 답답함에 동화되어 가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단편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지라, 흡인력 있게 빨려 드는 글이라 평하기는 어렵지만 읽기 시작한 글들을 쉬이 내려놓을 수 없다. 애써 감추고 있던 그늘진 모습들을 마주하게 한다.

형편이 어려운 소녀의 일상을 그린 듯한 인상으로 시작한 '플라스틱 생리대'는 미처 게워내지 못한 분노를 보여준다. 사춘기를 앞둔 딸을 버리고 나가는 엄마가 딸에게 남긴 생리대를 끌어안고, 엄마가 남긴 생리대를 쓰지 않기 위한 몸부림인 듯 성년이 된 후에도 2차 성징을 보이지 않는 친구와 감정을 느끼지 않는 플라스틱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화자가 조우하며, 곪은 상처를 터트리고 아물게 하듯 서로를 치유한다. 마음속 깊은 곳의 분노를 쏟아내고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온다....

"친구는 나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 정성스럽게 잎을 선별해서 꽂아두었던 것일까. 이런 행위가 사랑 표현을 해 본 적이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었을까. 한 번쯤은 읽었던 책이라도 내가 다시 펼쳐서 친구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고 바랐기에 일부러 책 내용을 물어봤던 것일까." (p.55 플라스틱 생리대 중)

마지막 문단까지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했던 '운행구간'' 불의의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기사는 자신이 죽은 사람인 것도 망각한 채 잃어버린 아내와 아이의 시신을 찾아 고집스럽게 운행을 이어간다. 마치 용기 내지 못했던 순간을 뒤돌아 보며, 함께 죽어갔던 사람을 돌보는 듯 섬뜩하게 이어지는 운행은 공포를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바깥을 보던 여자가 바늘구멍에 걸린 실처럼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때 빗줄기가 이울었다. 사내는 라디오 볼륨을 줄이고 창문을 내렸다. 여자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룸미러를 고정시켰다. 여자의 출발점은 당분간 이곳 축사가 될 것이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무수히 바뀌고 반복 운행되니 언젠 가는 아내와 아들을 어느 교차점에서 만나리라. 이곳이나 저곳이나 운행구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사내는 어렴풋이 짐작했다." (p.77 운행구간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끊겨버린 불임 마을 신촌. 그곳은 또다시 한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말미암아 억울한 영혼을 다시 불러내기에 이른다. 음산한 신방에서 벌거벗은 채 죽어간 연자 엄마와 남겨진 연자. 감춰진 욕망들은 남겨진 어린아이 연자를 위한다는 핑계로 그녀를 희롱하기를 멈추지 않고, 부적절한 욕망을 끌어모으듯 거구가 되어버린 연자는 어느 날 홀연히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곳에 남겨진 사발 하나. 오랜 기간 숨어있던 사발은 여린 연자의 복수를 하듯 붉은 피를 불러온다.

"칠삭둥이 손자를 위해 틈새란 틈새를 전부 비닐로 막고 그 위에 상아 색 광목천을 달고 3개월 동안 헌신했으니까. 현진아, 나는 사발을 보면 말이다. 광목천이 하늘거리는 것이 떠오르면서 네 엄마 몸이 생각난단 말이다···." (p.115 사발 중)

잊고 싶었던 아동성폭행범 아빠로부터 전해진 유산. 포기하고 싶지만 포기할 수 없는 현실. 살아남기 위해 2m 남짓의 원통에서 같은 종족을 잡아먹으며 연명해야 하는 쥐(인간의 군상을 쥐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범죄자 아들이 출소하기를 기다려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모정까지... 삶의 희망으로 시작한 단편의 조각들을 구석진 어두움에서 밝은 햇빛 한조각을 얹어줄 수 있기를 희망하는 저자의 묵직함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온통 어둠이다. 사방 흙이다. 나는 잔뜩 웅크리고 있다. 두 무릎을 세우고 고개를 무릎 사이로 넣고 있다. 머리가 무거워서 자꾸 아래로 향하지만 내가 쓰고 있는 빨간 털모자는 떨어지지 않아서 좋다. 뼈만 앙상하게 드러난 근육은 밀랍처럼 딱딱하다. 흙 속에서 뻗어 나온 뿌리가 두 다리와 어깨를 감쌀 뿐만 아니라 예전에 말랑했던 배꼽을 뚫고 있다. 생명의 수액, 그 수액이 내게 흐른다. 살아있는 수액은 내 몸을 연결해서 지상으로 향하게 한다." (p.254 숨바꼭질 중)

[ 지식과감성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투마이투마이#차노휘#지식과감성#서평단#단편집#삶의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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