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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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으로 머물지 않는다. 사랑은 익숙함이 되고, 배신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원한이 되고, 편안함이 되고, 증 오가 되고, 버팀목이 되고, 파괴자가 된다. 사랑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단어의 개수만큼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억압과 자유, 진실과 왜곡, 숭배와 혐오. 이 모든 걸 전부 끌어안는 것이 사랑 그 자체다. 사랑은 사랑이라 혐오마저도 끌어안는다." (p.191)

핏빛 붉은색 눈동자와 음침한 검은색으로 무장한 뱀파이어가 흔히 연상되는 붉은색이 아닌 서늘한 푸른색 장미와 함께 독자를 맞는다. 덕분에 죽음으로 이어지는 흡혈을 떠올리기보다는 나름의 특별한 사연을 지니고 있을 것 같은 뱀파이어를 상상하게 된다. 흡혈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과 함께 나타나 구원을 선물할 것 같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뱀파이어라...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혼자,,, 색다른 뱀파이어의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설렌다.

재개발을 앞두고 유령의 도시처럼 변해버인 인천 구시가지, 찾아올 가족도 없고 돈도 힘도 없는 이들이 모여사는 감옥 같은 철마재활병원에서 연이어 일어난 자살 사건의 현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가족도 돈도 힘도 없지만 자살을 해야 할 이유도 마땅치 않은 치매노인들이 하나같이 구원을 받아 꽃밭으로 돌아간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등진다. 그들에게 죽음은 진정한 구원이었을까. 퍽퍽하고 외롭기만 했던 세상을 벗어나 푸른 장미가 구원의 길로 이르는 푸르고 시린 밤이 이어진다.

"뱀파이어들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고 했다. 고작 며칠을 같이했을 뿐인데 평생 그리워하는 건 벌이나 다름없다고. 모든 관계는 처음부터 불평등하다. 더 오래 사는 쪽이 불리했다." (p.227)

수연, 완다, 난주... 세 사람의 교차된 시선은 그들이 만난 특별한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얽혀들어간다. 태어난 곳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세 사람은 철마재활병원에서 벌어진 연이은 자살 사건의 길목에서 조우한다. 그들과 다르지만 특별한 그레타, 릴리, 울란의 차가운 인연과 함께. 그들은 그녀들의 구원이었을까,,, 악몽이었을까,,,

"알아. 하지만 완다, 분명히 알아야 해. 네가 나를 친근하게 느낄 때, 네가 나를 더없이 좋은 친구라고 생각할 때, 나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그때 내가 인간처럼 느껴져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런 거라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해. 우리는 달라. 서로의 모습을 상대방에게 원하면 안돼. 그래야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을 수 있어. 그러니까 나랑 약속해 줘. 내 존재가 버겁고 무서워지면 솔직하게 말하기로. 그럼 네 곁을 떠날게." (p.237)

흡혈의 이유도, 대상이 특정되지도 않는 사냥을 일삼으며, 살기 위해 흡혈을 일삼는 악의 무리로 단정되던 그들을 인간의 외로움을 파고들어,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내어줄 수 있도록 인간을 파괴한다. 마치 자신의 외로움을 보상받기를 원하는 갈망을 보여주듯 세상에서 먼지처럼 사라져도 아무도 울어줄 이 하나 없는 고독한 영혼들만 고르고 골라 차가운 구원의 손길을 뻗는다.

단지 아는 사람만 많아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지는,,, 함께이지만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요즘의 모습과 세 사람이 투영 된다. 작지만 따뜻한 온기 한 조각이 한 사람의 일상을 바꿀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지금껏 봐왔던 뱀파이어 스토리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주는 뱀파이어 소설이었다.

"사람은 1이 아니라 0이야. 0과 0은 만나서 아무것도 되지 못하지. 단지 0 옆에 또 다른 0이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인정은 하되, 그 외로움에 지지 않으면 돼. 언제나 네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 외로움을 잘 끌어안아 주면 된다." (p.246)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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