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위로는 필요해
김수민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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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위로... 연결이 되지 않는 두 단어. 하지만 오롯이 내려다본다면 절대적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뜻을 가진 단어라 여겨진다. 처음부터 혼자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경우 헤쳐나가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혼자가 된다. 타인에 의해 혹은 타인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스스로...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 괜찮다고 세뇌하고 있지만 - 겪어보지 못한 유형의 동료 덕분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갈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있다.

흔히 말하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 - 상대방이 생각하기에는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 였다고 생각된다. 저자처럼 사람 욕심이 많았던 탓에 두루두루 잘 지낸다고 믿고 있던 나에게 은근한 따돌림으로 여겨지는 그의 행동은 한동안 나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부서 이동으로 헤어지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움츠려들어 나의 행동을 제약하게 되었으며 본의 아니게 그의 행동을 살피며 내가 겪은 가스라이팅을 그 사람의 잘못으로 포장하곤 한다. 벗어났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때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부족한 시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애쓸 필요가 없다. 애쓰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상처를 받지 않을 만큼만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당하게 때로는 귀여운 욕과 함께 통쾌하게 쏟아내는 문장들에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어쩌다 어른이 되고, 어쩌다 사람들 틈에서 상처받고, 어쩌다 보니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순응하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든든하고 푸근한 등을 내어주는 곰처럼 내게도 가만가만 위로를 건네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한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같이 욕해주고, 같이 소주잔을 기울여줄, 조금은 지저분한 민낯을 드러내도 창피하지 않을 누군가가 말이다.

무조건 다독이는 글이 아니라 마음에 든다. 인간관계에서 조금씩 상처받고 사는 게 당연하니 개의치 말아라. 화나면 화도 내고, 시원하게 욕도 하면서 나를 다독이며 생긴 데로 살아가는 것도 인생이라는 시크하고 쿨한 덕담에 마음이 편안해 지는 시간이었다. 혼자여서 편하고 혼자여서 외롭지만, 괜찮다고 하기에는 상처가 너무 많으니,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고, 억지로 좋은 척 하기 위해 가면을 쓰지않고, 소중한 관계를 지켜가고 싶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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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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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김란사(1872~1919) 한국 최초 자비 유학생이며, 한국 여성 최초로 미국 대학 문학사를 취득하고 이화학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여성들의 계몽운동에 앞장선 교육가. 1919년 1월 독립지사들과의 회합을 위한 북경 만찬회 참석했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여성 독립운동가 (네이버 지식백과 인용 편집)

하란사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비극적 삶을 다룬 최초의 소설로 화제를 일으켰던 권비영 작가의 신작이다. 일본 남자와의 강제 결혼, 정신병원 감금 등 굴곡진 삶을 살면서도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꿋꿋하게 살아낸 한 많은 여인 덕혜옹주의 삶을 절절하게 그려냈던 전작 덕혜옹주에 이어 개화기의 여인으로 평온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스스로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낸 여성 독립운동가 하란사(김란사)를 그려낸다.

여전히 여성들의 사회적 성장을 '유리천정을 깨다'라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의 여성 활동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때문에 100여 년 전 한국에서의 여성 활동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조선의 독립운동가 하란사는 그 시절 여성으로 받아야 하는 제약을 가볍게 누르고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한다.

의왕과 함께한 비밀스러운 임무 수행 중 란사가 독살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의 오랜 친구 화영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아버지의 권유로 나이 많은 인천 감사 하상기의 후처로 들어간 란사는 그의 도움을 받아 이화학당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그 당시의 여성답지 않게 거친 욕을 입에 담기도 - 구더기 같은 XX -, 거침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하는 신여성이었다.

남편 하상기의 전폭적인 지지와 따뜻한 애정으로 기혼자는 들어갈 수 없는 이화학당에서의 공부를 시작으로 다소 불손한 이유 - 나라를 돌보지 않는 왕족 이강의 유학 - 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미국에서 만난 의왕 이강의 조국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알게 된 후 그의 곁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먹는 다부진 여성이다. 의왕 - 하란사의 마음속 정인으로 여겨지는 - 과 함께하는 란사를 보며, 그녀를 지지하지만 온전히 그녀의 마음을 갖지 못하는 하상기가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탓에 짠한 마음이 자국처럼 남는다.

"서둘러 화장을 고치고 대청마루로 나서는 란사에게서 원숙한 여인의 기품이 느껴졌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발걸음도 가벼워 보였다. 탈피를 하고 날아오르는 나비 같았다.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의 란사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눈빛 가득한 기대감에 몸도 가벼워진 모양이었다. 하상기는 그녀가 사라진 대문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함평댁이 기웃대며 눈치를 살폈다. 아랫것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상기는 미닫이문을 닫았다. 전에 없이 창호지 문살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p.160)

한국 여성 최초로 미국 문학사 취득이라는 과업을 이루고 귀국한 란사는 이화학당의 교사로 학생들이 벌벌 떠는 호랑이 사감을 자처하며 여성들의 계몽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과 함께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활동하다 이강과 함께 고종의 밀명을 수행하던 중 독살당한다.

란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모습들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권번이라는 허울좋은 기생 단체를 만들고 예기를 창기로 전락시키는 만행에 항거한 기생들, 배곯는 이들에게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나누며 후일을 도모하는 아낙,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져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었으나 란사를 비롯한 주변의 온기로 작은 힘을 보태는 어린 청년... 작지만 단단한 손길들이 모인 덕분에 치욕스러운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 '제 것 빼앗기는데 가만히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애국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고 우리 모두 해야 하는 것이다.' 강씨 아줌마 말을 듣고 보니 왠지 울분이 치솟았다. 란사 선생도 틈틈이 말했다. '애정 하면 못할 것이 없다, 애국도 그러한 것이다. 이 땅을 애정 하디에 애국해야 하는 것이다.' " (p.215)

애정 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신념으로 독립을 위해 기꺼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준 그녀의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 늦지 않은 마음이기를 바라본다. 두렵지만 굴하지 않고, 기꺼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주권을 지켜낸 작지만 강했던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번 깊이 고개를 숙이게 된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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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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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혼자다. 나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인생 전체가 그랬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그렇지 않다고 자신을 확신시키기 위해 생각해낸 것은 뭐든 거짓이었다. 내가 필요로 했던, 편안한 거짓이었다." (p.279)

'아내들'이라는 복수형 제목에서부터 뭔가 불합리한 냄새가 풀풀 풍겨온다. 오로지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만 바라봐야 하는 부부임에도 남편이 나 이외의 다른 여자들을 아내로 두고 있다는 상상하기도 싫은 전제로부터 시작된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 남편은 나를 만나러 온다.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어이없는 상황을 견디고 있다고 말하는 주인공. 이해할 수 없지만 - 일단 내 일은 아니니까 - 상황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오래지 않은 역사 속에서 우리네 조상들도 당당히 처첩을 두고 사는 모습은 흔했으니 당황스럽지만, 아주 놀랍지는 않게 상황을 적응하고 읽어내려간다.

사랑하는 남편에게서 요일로 불리는 아내라 아무리 사랑한들 멀쩡한 멘탈로 버틸 수 있을까... 일부다처가 허용되는 유타 출생의 세스와 세스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일부다처를 이해하는 법적인 아내 써스데이. 그들의 위태로운 결혼생활은 써스데이가 발견한 영수증 한켠의 이름으로 인해 균열이 시작된다. 세스의 월요일을 차지하며 그의 아이를 임신한 한나, 세스의 화요일을 차지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아이를 거부한 전부인 레지나 그리고 그의 목요일을 차지한 법적인 아내 써스데이.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조건은 단 하나. 남편의 다른 아내들에 대해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이지만 그녀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남편의 다른 아내들이 궁금하다. 세스가 그녀에게서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른 아내들을 묵인하고 있지만 그녀는 남편을 오롯이 차지하고 싶다. 남편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지 않은 당연한 본능이자 감정이 아닐까.

"내 속에서 거품처럼 흥분이 인다. 단지 남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만이 아니다. 집에 앉아서 세스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흥분된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내 삶은 온통 기다림이다." (p.200)

우연히 발견한 월요일의 이름과 남편에게 걸려온 화요일의 전화는 그녀를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걸음 한걸음 남편의 다른 아내들에게 다가갈수록 같은 처지에 놓은 그녀들에 대한 연민과 함께 그녀가 알고 있던 남편이 아닌 것만 같다. 이제 그녀는 남편의 다른 아내들이 궁금했던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그녀들을 찾기 시작한다. 남편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위험하기까지 한 세스로부터 그녀들을 구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이 우리 삶을 차지하지만, 아무것도 추억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우리의 아기처럼, 우리 삶의 결합을 나타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그런 유대감을 다른 누군가와 공유한다. 나는 갑자기 우울해진다. 함께 하는 우리 존재는 얄팍한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거기 무엇이 있을까? 섹스? 동지애? 생명을 세상에 가져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나는 멍하니 손을 뻗어 내 자궁에 올린다. 영원히 텅 빈 자궁." (p.106)

쎄스데이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여자로 세스의 야만적인 행동에 한껏 몰입되어 있는 즈음,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허를 찌른다. 과연 이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상상할 수 없는 중혼인가! 파렴치한 외도인가! 마지막 장까지 흥미롭다.

세스와 세 아내의 이야기를 갈무리하며 등장한 질문은 범상치 않은 그들의 심리를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한다. 만약 나라면?!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아내들#태린피셔#서나연#미래와사람#중혼#일부다처#책과콩나무#서평단#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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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상.하 + 다이어리 세트 - 전2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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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들은 무사히 돌아올 거야." (하, p.107)​



좋아하는 작가를 편애하는 독서 스타일이 아님에도 항상 애정이 넘치는 작가 중 한 분인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집 떠난 뒤 맑음’을 읽은 뒤 나는 상큼하고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한잔 쭉! 들이켠 것 같은 기분 좋은 상태를 한동안 느낀다. 덥고, 습하고, 심지어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까지... 잠시 잠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일상 속에 한줄기 청량함을 느낀다.



머지않아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열일곱 이츠카와 열네 살 레이나가 한없이 부러워진다. 나는 왜 어릴 적 무모하지만 쓸모 있는 용기를 내보지 못했을까. 한 번쯤 용기 있는 일탈의 경험이 평생을 즐겁게 살게 하는 에너지가 되었을 텐데,,, 때늦은 후회와 함께 열일곱 이츠카가 되어보기도 열네 살 레이나가 되어보기도 한다.



"딱히 보스턴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어딘가에 가려면 그 어딘가가 어디인지 정해야 하고, 정하지 않고 찾아 나선다 해도 우선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정해야 한다. 그래서 레이나가 메인주에 가고 싶다 했으니 그곳에 가깝게 일단 북상해 보기로 한 것이다." (상, p.31)​



'집 떠난 뒤 맑음'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 분위기라 생각되는 한편, 에쿠니 가오리의 전작에서처럼 '이유가 있는 제목'이겠거니 하는 기대감이 든다. 무작정 탈출한 '가출'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싶은 '여행'이기에 열일곱, 열넷 어린 소녀들이 안전지대라 여겨지는 '집'을 떠난 이후 '맑음'이라 여겨지는 일상을 맞을 수 있겠지하고 엄마미소를 지어본다.



얼마나 많은 생각과 용기를 그러모아 익숙하지 않은 여행길에 오를 수 있을까. 짧지 않은 그녀들의 여행기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항상 신중한 그래서인지 Yes 보다는 No가 많은 이츠가. 세상이 너무나 즐거운 그래서인지 주변사람 모두가 친구인 레이나. 너무나 다른 두사람이 함께 떠난 여행은 혼자가 아닌 둘이여서 의미있는 행복한 여행이 되어간다.



"같은 장소를 함께 여행하고 있어도, 하고 이츠카는 생각하고 만다. 같은 장소를 함께 여행하고 있어도, 모르는 사람과 서로 알게 되는 것에 관한한 자신과 레이나는 전혀 다르다. 이츠카가 생각하기에 단순히 자신이 낯을 가려서라거나, 레이나가 사교적이라서 생겨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좀더 본질적인, 마음가짐의 문제로 보인다." (하, p.308)​



젊은 날 자신의 여행을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여유있고 행복한 여행이 되길 바라는 이츠카의 아빠 신타로 - 아이들의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받아보며 안심하곤 한다 - 와 아이들이 메모 한장 남기고 떠난 여행이 불만스러운 고지식한 레이나의 아빠 우루우 - 결국 아이들을 찾는 웹페이지까지 만든다 - 두 사람의 상반된 심리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의 포인트가 되어준다. 난 신타로일까? 우루우일까? 나의 성향을 뒤돌아 볼때 99.9% 재미없는 우루우쪽일테지만 우리 아빠는 신타로쪽이였으면 좋겠다는 객적은 생각을 해본다.



신용카드 결제내역으로 소소하게 위치를 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건지, 귀여운 두 소녀는 여행지를 떠날 때만 집으로 짧막한 그림엽서로 소식을 알린다. 물론, 매번 사랑을 가득담아서! 주변의 모두와 친구가 되어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 크고 작은 사건을 만들기도 하는 - 귀염둥이 레이나와 신용카드가 정지되는 크나큰 사건에도 동요하지 않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우직한 이츠카. 그녀들의 같은 듯, 다른 매력은 서로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다음 여행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여준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즐거운 대화,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을 열어가는 헹복한 시간...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구슬들을 하나하나 꿰어가는 그녀들은, 비록 유급을 했지만(레이나), 고모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르지만(이츠카) 더이상 어린소녀들이 아닌 멋진 여행가로 자라있다. 대범한 일탈을 경험하지 못한 어린시절의 아쉬움이 밀려든다. 조금만 용기를 냈더라면 지금 보다 훨씬 많은 추억을 남겼을텐데,,,



"혼자보다는 둘이 단연코 좋다. 맨 처음 여행 계획을 세웠을 때에는 단지 혼자보다 덜 허전하고 속속들이 아는 사이라서 서로 편할거라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둘이 함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을, 이츠카는 레이나와 둘이서 보고 싶었다." (상, p.136)​



이번에도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특유의 간결한 문장과 섬세한 심리묘사 덕분에 독서를 끝낼 즈음에는 이츠카, 레이나와 함께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기분을 느껴본다.

[ 네이버카페 소담북스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집떠난뒤맑음#에쿠니가오리#태일소담출판사#태일소담#서평단#여행#용기#신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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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주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해로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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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신앙과 호러의 결합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서사를 풀어낸 박해로 작가의 신작 ‘섭주’의 주인공은 뱀이다. 뱀은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취하도록 유혹한 사탄의 대명사이며, 기이한 생김새와 섭생으로 인해 – 일단 징그럽고 공포스럽다 - 기피해야하는 생물로 취급된다.

산 것만 먹고 사는 깔끔한 식습관과 일 년에 한 번씩 탈피를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용기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건드리지 않으면 다른 생명체를 물지 않는 대범함 또한 지니고 있다. 아울러, 우리 내 할머니들에게는 마루와 구들 위에 자리 잡고 앉아 집안의 재물을 지켜주는 업신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뱀은 두려움과 공포, 사탄과 업신 등 기피와 구복을 동시에 상징하는 특별한 생물이다.

섭주의 표지를 보면서 ‘뱀 머리에 더듬이가 있었나?’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뾰족한 머리로만 기억되는 살벌한 표정의 뱀이 더듬이와 함께 앞으로의 공포를 기대하라는 표정으로 각가지 색으로 무장한 채 얽혀 있다.

"사파왕의 장수가 된 다섯 종사관은 곳곳에서 사람들을 뱀의 공물로 바치다가 인간의 수명이 다하자 땅속에 몸을 숨겨 긴 잠을 잤어. 그들이 수면 중에 흘린 염파에 감응하는 자는 꿈속에서 그들을 보게 되고 홀리게 되지." (p. 435)

전과자 최영우는 출소 후 착실한 삶을 다짐하며 일거리를 찾아 다흥으로 내려오지만, 운명은 쉽사리 그를 범죄의 세계에서 놓아주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온 범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이 내려앉은 재물에 손을 대고, 그로 말미암아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에 시달린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방울소리와 그를 짓누르는 소머리탈은 무당집 – 무녀의 집이에서 그는 신과의 대화에 성공했다. 스마트폰이 와이파이 존에 들어선 꼴이었다(코믹한 한줄로 공포가 개그가 된 장면) - 으로 최영우를 이끈다. 그는 원인 모를 열병과 방울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자유가 없는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다.

한편, 섭주의 초등학교 교사 강서경. 그녀는 마치 그림자처럼 자신을 가꾸는 일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도 무관심하다. 밟으면 밟히는 데로 나고 자라는 잡초처럼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게 살아낸다.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꿈을 쫓아 봉평마을을 찾은 서경. 그녀가 신물을 찾을 것인지, 신물이 그녀를 찾은 것인지... 역시나 운명처럼 오랜 세월을 담은 방울과 거울이 그녀의 손에 들어오고 이어진 원인 모를 열병.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누구일까... 마치, 그간의 무심한 짓밟힘에 답하는 듯하다.

" '나는 나라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나'로 살아본 적이 없 었어! 지금의 나도 분명 나란 말이야! 너가 아니라!' " (p.369)

변화된 서경을 쫓아 등장하는 무수한 뱀들. 서경의 잔인한 복수를 돕고 있는 무수한 뱀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뱀의 응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 직접 돌을 던지지 않아도 무심함을 가장한 무관심 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연이은 사건현장은 그간의 일상을 반성하게 한다.

"세상사에 무지하고 사회활동에 미숙한 사람이라도 관심은 필요하다. 그 사람이 원하지 않을지라도 고난에 처한 사람을 홀로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햇살이지 그늘이 아니다. 그늘에 있는 사람에게 악은 접근하기가 쉽다. 특유의 어두운 색깔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p. 53)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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